국정운영 아마추어리즘 탈피하나?

대통령, 정부부처 정책조정시스템 구축 지시

등록 2003.08.15 18:13수정 2003.08.16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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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조정절차 제도화 주문

청와대는 13일(수) 노 대통령이 12일 국무회의에서 부처간 이견조정과 관련한 규정을 총리훈령으로 만들 것을 주문했다고 발표했다. 정책과제 추진안에 대한 조정이 주무부처 차원에서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이를 국무총리실에 등록하도록 한 다음 관계부처회의(실무자회의·차관회의·장관회의 등)를 통해 확정하는 정책조정절차를 강조했다는 것이다.

이는 정책과정에 대양한 이익과 시각이 반영되기 마련인 다원화사회에서는 집단간, 부처간 이견이 존재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를 체계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인식에서 나온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부처간 이견이 아무리 불가피한 것이라 할지라도 국민의 눈에는 국정운영의 아마추어리즘 또는 정부의 무능력 등으로 비쳐지고 있기 때문에 이를 극복할 필요가 있다는 인식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정책조정시스템의 필요성

최근 우리사회에서는 정책문제의 다면화와 복합화, 정책과정에의 참여확대 등으로 정책수립과정에서 관련부처간, 정부와 사회단체·지역주민간, 이익집단간의 대립과 갈등이 전례없이 불거져 나오고 있다.

담배 값 인상문제를 둘러싼 재경부와 보건복지부간의 이견, 스크린쿼터 축소문제를 둘러싼 문광부와 재경부간의 이견 그리고 문화계와 재계간의 대립, 새만금 간척공사, 서울외곽순환도로, 경인운하, 핵폐기물처리장 등 국책사업을 둘러싼 정부와 환경단체, 종교단체, 지역주민 등과의 갈등 등이 그 예다.


현재 사회·경제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각종 사업들이 표류하고 있는 것은 이러한 갈등들 때문이다. 사업이 진행되고는 있지만 지지부진한 것들도 있고, 그만 중단된 상태에 있거나 아예 시작도 못한 것들도 있다. 복잡다양한 정책환경, 급변하는 정책환경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조정수단이나 메커니즘이 미흡한 탓이다.

세계화·정보화 시대의 정책환경은 정책조정을 필수적으로 요구한다. 이 시대에 해결해야 할 정책문제들은 다면적이고 복합적인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속출하고 있는 정책사안들 중에는 전례가 없는 새로운 유형의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정부관료제는 축소추세, 민간위탁업무는 증가추세에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 정부는 참여민주주의를 최고의 이념으로 내세우고 출범한 정부다. ‘대화와 타협’을 4대 국정원리의 하나로 설정했고, 참여와 통합을 위한 협동정치를 강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정을 그러한 방향으로 이끌어가기 위한 통합·조정메커니즘은 미흡했다.

참여정부 출범이래 지금까지 국정운영의 미성숙과 정책혼선, 그로 인한 사회적 혼돈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통합과 조정을 위한 제도적 장치는 현 정부가 참여정부를 모토로 내걸 당초부터 마련했어야 할 기본적인 것이었다.

정책조정절차 제도화 방안

국무조정실이 마련한 ‘정책조정절차 제도화 방안’(2003.8.12)에 의하면 중앙부처간의 이견과 중앙부처와 관계집단간의 갈등을 조정하기 위한 절차는 3단계(당사자간 협의·조정단계→ 국무총리실의 조정단계→대통령의 최종결정단계)로 구분되어 있다.

1단계는 주무부처가 정책입안을 위하여 관계부처와 협의하고 관계집단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이견이 발생하는 경우, 우선 당사자간 협의를 통한 조정을 시도하고, 이것이 어려울 경우 주무부처의 주관 하에 관계장관회의 등을 통하여 조정하는 단계다. 관계부처와의 협의는 이견이 해소될 때까지 비공개 진행을 원칙으로 하고 있으나 공개를 원칙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폐쇄적인 정책결정과정은 조정기회를 원천적으로 봉쇄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2단계는 주무부처에서 조정이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 국무총리실에 조정을 신청하거나 국무총리실에서 직권으로 조정하는 단계다. 조정은 국무조정실장주재 하의 관계차관회의, 국무총리주재 하의 관계장관회의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국무총리실의 조정권한을 실질적으로 확대․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는 청와대로 권한이 집중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3단계는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한 사안을 대통령이 최종적으로 조정하고 종결하는 단계다. 특히 주요 국정과제와 관련한 갈등은 청와대에서 관리하되 필요한 경우 대통령이 관계장관회의를 통하여 조정하는 단계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청와대에 조정권한이 집중되지 않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다.

한편 국무조정실은 정책조정절차 제도화 방안으로서 갈등문제를 전문적으로 해결할 내부전문가 양성도 제시하고 있다. 이견을 조정하고 갈등을 해결함에 있어서 커뮤니케이션 기술과 협상능력 등이 중요하다는 차원에서 고려된 방안일 것이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으로 중요한 것은 정책담당자들의 전문성에 바탕을 둔 정책분석능력이다.

정책문제의 본질에 대한 진단능력, 기존정책의 성공·실패요인과 외국사례 분석능력, 대안의 경제적·정치적·법적 실현가능성에 대한 분석능력, 정책대안의 예상파급효과 분석능력 등은 정책결정과정에서 뿐만 아니라 집행과정에서 대립과 갈등을 해결하고 조정하는데 있어서 필수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시스템에 의한 원활한 정책조정과 국정운영을 위해서는 정책분석전문인력 양성이 조정전문인력 양성보다 더 중요한 과제임을 정부는 인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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