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백억짜리 체육시설 '유령의 집'으로 변해

목포시민문화체육센터 준공 넉달째 적자 무서워 문 못 열어

등록 2003.08.27 10:20수정 2003.08.27 18:42
0
원고료로 응원
수백억원의 세금을 투입해 건립한 목포시민문화체육센터가 예상되는 적자 때문에 개장도 하지 못한 채 넉달째 방치되고 있어 비판여론이 일고 있다.

전남 목포시는 지난 99년 10월 옥암동 부주산 근린공원 1만7000평 부지에 공연장과 수영장 등 스포츠시설을 갖춘 시민문화체육센터 건립공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a 지난 4월 완공된 목포시민문화체육센터

지난 4월 완공된 목포시민문화체육센터 ⓒ 정거배

그러나 당시 목포시 의회는 사업비 확보 문제 뿐 아니라 효율성 문제까지 제기해 논란이 일었다. 그 후 몇 개월 뒤인 지난 2000년 2월부터 건립공사를 시작해 2년 만인 올 4월 준공했다.

시민문화체육센터는 1,4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규모 공연장과 소극장 그리고 수영장과 헬스장 등을 갖춰 전남 지역에서는 최대규모 시설이다.

목포시, 전남도로 운영권 이전 논란

사업비는 당초 국비나 전남도비에서 지원을 받기로 했으나, 총 사업비 310억원 가운데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지원한 30억원을 제외하고 목포시는 자체 예산 280억원을 쏟아부었다.

그런데 목포시는 건물 준공일이 다가오자 직접 운영할 경우 예상되는 적자가 클 것이라고 판단하고 전남도로 이관하는 방안을 모색하게 된다.


전태홍 목포시장은 지난 5월 박태영 전남도지사에게 “목포시민문화체육센터가 개관하면 운영난이 예상된다”며 도에서 맡아 운영해 줄 것을 공식 요청했다.

전남도는 목포시민문화체육센터와 이웃한 무안군 삼향면 남악리로 도청이전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와 함께 신도청소재지인 남악 신도시에 남도문화예술센터를 건립하기로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하지만 남도문화예술센터는 이미 준공된 목포시민문화체육센터와 활용방안이 달라 전남도가 선뜻 목포시 계획을 수용하기 곤란한 상황이다.
더구나 전남도는 시민문화체육센터를 운영하게 되면 신규 사업소를 신설하고 인력도 배치해야 하는 등 마찬가지로 적자발생에 따른 재정부담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는 실정이다.

시 자체 예산만 280억 투입


전남도는 ‘목포시가 건물만 지어놓고 적자운영이 두려워 떠넘기려는 의도’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전남도 관계자는 “시민문화체육센터와 관련해 어떤 사안도 결정된 것이 없다”고 밝혔다. 운영권 이양과 관련해 전남도는 느긋한 태도인 반면 목포시는 다급해질 수밖에 없는 처지다.

목포시 재산인 시민문화체육센터를 전남도로 운영권을 이관하려면 목포시 의회 승인절차를 거쳐야 한다. 시 당국은 시민문화체육센터 운영권 이관을 위해 협약서 초안을 마련해 최근 전남도로 보냈으나 협약서 초안의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목포시는 “시설자체가 다른 곳으로 옮겨가지 않는 이상 결국 목포시민들이 혜택을 받게 될 것”이라는 궁색한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이에 앞서 목포시는 지난 5월 시민문화체육센터를 운영할 문화시설관리사업소 직원 9명을 배치하기도 했다. 그러나 건물 준공 이후 필요한 집기류 구입비 등 5억원의 예산까지 책정했으나 지출이 중단된 상태다.

전남도 관계자는 “전남도로 운영권을 이관하는 문제는 지역여론이 중요하다”고 밝히고 주민의견을 수렴해 줄 것을 목포시에 요구했다. 목포시도 9월 시의회 임시회에서 시민문화체육센터를 전남도로 이관하는 문제에 대해 시의원들의 의견을 들을 예정이다.

목포경실련 '한심한 목포시 행정' 비난

그러나 목포시는 전남도로 이관하는 문제가 풀리지 않을 경우 장기간 시설을 방치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목포시는 당장 전남도 이관이 어려울 경우 당분간 직접 운영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개장은 하지 않았는데도 시민문화체육센터는 매월 전기료만 900만원 정도 지출되고 있는 실정이다.

시설 운영권을 전남도로 넘기는 과정도 수월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목포시민들이 낸 280억원이라는 세금이 투입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음달 있는 목포시 의회 의견수렴 과정에서도 시민재산을 포기하는 문제를 둘러싸고 상당한 논란이 예상되고 있다.

이와 관련 목포경실련 김종익 사무국장은 “엄청난 사업비를 투입해 지어놓고 수개월 동안 시민들이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한심한 일이다”고 비난하고 행정의 난맥상을 바로 잡기 위해서도 책임규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사무국장은 수개월째 방치되고 있는 시민문화체육센터 문제와 관련해 목포경실련 차원에서 대응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부영, 통 큰 기부로 이미지 마케팅... 뒤에선 서민 등쳐먹나" "부영, 통 큰 기부로 이미지 마케팅... 뒤에선 서민 등쳐먹나"
  2. 2 "아버지 금목걸이 실수로 버렸는데..." 청소업체 직원들이 한 일 "아버지 금목걸이 실수로 버렸는데..." 청소업체 직원들이 한 일
  3. 3 깜짝 등장한 김성태 측근, '대북송금' 위증 논란 깜짝 등장한 김성태 측근, '대북송금' 위증 논란
  4. 4 오빠가 죽었다니... 장례 치를 돈조차 없던 여동생의 선택 오빠가 죽었다니... 장례 치를 돈조차 없던 여동생의 선택
  5. 5 '바지락·굴' 하면 여기였는데... "엄청 많았어유, 천지였쥬" '바지락·굴' 하면 여기였는데... "엄청 많았어유, 천지였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