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윤영
“학생들에게 감동을 주는 선생님이 되고 싶어요. 항상 행복한 모습으로 아이들을 대할 거라고 마음먹곤 하죠.”
대전 한남대 역사교육과에 재학 중이면서 선생님의 꿈을 키워나가는 민윤희(33)씨는 시각장애인이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장애가 느껴지지 않는다. 해맑은 미소와 밝은 성격, 그리고 이야기를 진지하게 경청하는 모습에서 그녀의 마음은 다른 어떤 이보다 풍요롭다는 것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편입을 하기 위해 여러 차례 지원했지만 매번 떨어졌어요. 그러다가 지난해 역사교육과 합격 발표소식을 듣고 너무 좋아서 많이 울었어요.”
합격소식을 듣자마자 15일 동안 학교에 가서 건물의 지리를 익혔다는 그녀는 이제는 건물 안을 뛰어다닐 수도 있을 정도로 건물지리에 환하다.
“불빛은 보여요. 밝을 때나 날씨가 좋으면 형태도 보이고, 밤에는 불빛으로 저게 차구나, 지붕 위에 불빛이 있는 거 보니 저건 택시구나 하지요. 예전에는 눈이 보였으니까요.”
그녀는 29살이던 해에 시각장애 등급 1급 판정을 받았다. 그녀의 병명은 망막색소변성증. 망막의 기능을 점점 상실하다가 결국에는 실명에 이르게 되는 병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눈이 안 좋아 앞자리에 앉아야 했고 야맹증도 심했다. 심지어 강한 햇빛에 노출되면 시야가 흐려져 잘 넘어지곤 했다. 부모님은 그녀를 단지 더딘 아이로만 알았고 시험을 봐도 시야의 폭이 좁은 그녀는 제 시간 안에 문제를 풀지 못했다.
병명을 알게 된 것은 고등학교 2학년 시절.
“밤에 길이 안보여서 차 지나갈 때까지 기다렸다가 그것의 불빛을 이용해서 길을 건너고 있었는데, 앞에 남학생들이 있어서 피했어요. 저는 산인줄 알고 올라갔는데 한 아줌마가 왜 남의 배추에 올라 가냐고 야단을 치더라고요.”
그 일을 가족들에게 털어놓은 후 병원에 가서 병명을 알게 됐지만 그녀는 실명에 이르게 되는 줄 몰랐다고 한다. 가족들이 그녀에게 말하지 않은 탓이었다. 시간이 흐름과 동시에 자연스럽게 병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부모님은 그녀를 치료해보고자 중국에도 데리고 갔지만 허사였고, 그녀는 사귀던 남자친구도 정리했다.
“많이 울기도 했지만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던 것 같아요. 하루아침에 눈이 안 보인다고 했으면 절망적이었겠지만 그게 아니었으니까요. 혼자서는 많이 울었지만 가족들에게는 내색하지 않고 늘 웃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