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놈의 갈고리김민수
선글라스 장사라도 하려는지 '도둑놈의 갈고리'가 깍지를 가지런히 진열하고 있고, 산으로 올라갈수록 수풀이 우거지는 것이 거의 밀림 수준이다.
한 10여분 올라갔을까? 아예 하늘이 보이질 않을 정도로 우거진 숲 속은 햇빛이 들어오질 않아 해가 어둑어둑 진 듯 어둑하고 마치 이른 새벽의 숲길을 걷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땅이 젖어 있다.
'콩짜개란'들이 바위며 나무에 다닥다닥 붙어 있고 숲에서 나오는 나무들의 향내가 땀을 흘리느라 열린 땀구멍들 사이로 나의 몸에 고스란히 들어가는 듯한 신선함이 온 몸을 감싼다.
사우나에 가서 흘리는 땀과는 비교할 바가 되지 않는 땀, 물론 노동의 현장에서 흘리는 땀이 더 소중하겠지만 우리의 육체를 움직이며 흘리는 땀은 참으로 소중하다.
시골생활을 시작한 지 일년 육개월여, 도시에서 살 때는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사우나를 했었다. 처음 시골에 적응하기 힘든 것 중에 하나가 목욕하는 일이었다. 제대로 된 목욕탕을 가려면 차를 타고 30여분을 나가야 한다.
일주일에 한 번, 이 주에 한 번, 한 달에 한 번. 그러다가 목욕탕을 가지 않은 것이 거의 일 년 가까이 되었다. 작은 텃밭에서 흠뻑 땀을 흘리고나면 땀을 강제로 뺄 일도 없고, 찬물로 샤워만 해도 몸에서 뽀드득 소리가 나니 목욕탕에 갈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