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술을 넘어선 참된 사랑의 실천

의료봉사로 이웃 돌보는 허익강 원장

등록 2003.09.01 08:54수정 2003.09.01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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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가진 기술로 사람들에게 봉사하면서 살고 싶습니다.”
대전 도마동에 위치한 허치과 의원의 허익강(43) 원장이 가진 남다른 인생철학이다. 그는 자신이 가진 의술을 통해 훈훈하고 넉넉한 이웃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허 의원은 한달에 한번씩 대전 산내에 위치한 소년원을 찾는다. 4~5년 전 소년원 아이들을 치료해 달라는 요청이 들어와 찾았던 발걸음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

“아이들이 거칠 것 같아 상당한 부담감을 안고 찾아 갔는데 막상 아이들을 대해보니 무척이나 순진하고 착하더라고요. 단지 그들이 가진 환경이 좋지 못해 순간적인 실수를 했을 뿐이었습니다.”

허 원장은 소년원 치료를 다니면서 경험했던 잊지 못할 추억을 소개했다. 한 아이가 소년원을 곧 나간다고 해서 나간 후에도 치료를 해줄 테니 꼭 찾아오라고 당부를 했다. 실제로 그 아이는 병원을 찾아왔고 허 의원은 금니 3개를 해주기 위한 치료를 진행했다.

하지만 치료 날짜가 되도 아이는 오지 않았다. 사연인즉 그 아이는 치과에 올 때마다 치과에 있는 비품들을 가져갔고 결국 오지 못했던 것이었다. 그는 괜찮다며 이해해줬고 아이는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참 순수한 눈망울을 가진 아이였죠. 따뜻한 사람의 정을 느끼고 싶어 하는 것 같아 친아들처럼 대하면서 오랫동안 만남을 지속하고 싶었는데 연락이 안 되네요”라며 아쉬움을 표현했다.


허 의원은 충북 진천에 위치한 정신지체 장애아들을 위한 시설에도 진료를 나가고 있다. 처음에는 치료도 거부하며 힘들게 하던 아이들이 재작년부터는 허 원장이 도착하면 너무 좋아하면서 가방도 들어주고 치료에도 협조적이 됐다. 아이들에게도 허 원장의 마음이 전달됐기 때문일 것이다.

“예전에는 야채 행상하는 할머니가 진료를 받으러 왔는데 돈이 없다고 걱정 하시더군요. 걱정하지 말고 편안히 치료하시라고 말씀드렸죠. 무료로 틀니를 해드렸더니 그분이 치과를 지나갈 때마다 옥수수 등 야채를 갖다 주시더라고요. 이런 게 사람 사는 재미 아니겠어요.”


돈이 없고 형편이 어려운 환자들에게 무료로 진료해 주는 것은 그의 일상이 된지 오래다. 그를 찾아온 환자들에게 진료를 해주는 것뿐만 아니라 사는 얘기를 함께 나누기도 하고 때로는 환자들의 인생 상담사가 되어주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치료를 마치고 돌아가는 환자들은 하나같이 다음에 놀러오겠다고 인사를 하는 모양이다.

“갈수록 시대가 경쟁을 부추기고 의료기술이 상품화돼가고 그것을 포장해야 되는 현실이 아쉽습니다. 저도 비록 돈을 받으며 치료를 해주고 있지만 봉사하는 마음은 잃지 않고 싶어요. 요청이 오는 데로 봉사활동을 나갈 생각입니다.”

허 원장은 하루하루가 바쁘다. 대전 대화동 빈들교회의 외국인 노동자를 위한 무료 진료소에도 진료를 나가고 있고, 여유가 생기면 외국으로 의료봉사를 떠난다. 오는 9월에는 추석 휴가도 반납하고 우즈베키스탄으로 의료봉사를 나가기로 이미 약속이 되어 있다.

“앞으로도 저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면 물 흐르듯이 평범한 가운데 의료봉사를 해나갈 계획입니다. 굳이 외치지도 않고 그렇다고 애써 숨기지도 않고 그저 제가 하고 싶어 하는 그런 봉사를 지속적으로 펼쳐 나갈 계획 입니다.”

단순한 기술만 전해주는 것이 아니라 사랑을 전해주는 의사가 되고 싶었다는 허 원장. 그는 그 마음을 잊어버리지 않고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도 초심을 잃지 않고 살아가기 위해 마음을 다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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