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그날 몇년만에 약을 먹고는 이내 잠들었다. 모처럼 먹는 약이라 금방 취한 듯 했다.윤태
그날도 옥신각신 했다. 아내는 그저 신경성이니 내가 속 안 썩히면 낫느니, 2년전에 내시경을 받았는데 이상이 없었으니 하면서 또 병원을 기피했다. 이에 대해 나는 “나도 스트레스 하루에 30센티씩 쌓인다”며 “뱃속이 하루가 다르게 바뀔 수가 있다. 위염이 궤양으로, 궤양이 위암으로 발전할 수 있다”며 열심히 대응논리를 폈다. 그러면서 2년전 내시경 검사 받은 게 무슨 소용이냐고 윽박을 지르기도 했다.
그러나 결정적인 아내의 한마디 “그럼 당신이 가계 맡아봐” 집안 살림을 함에 있어 돈 나올 구멍 없는데 병원비가 어딨냐는 식의 뉘앙스였다. 살림에 전혀 관여를 하지 않는 나이기에 아내의 말에 공감은 갔지만 그래도 화가 났다. 사람이 아프다는데 그까짓 돈이 문제냐 생각했다. “그럼 가계 안 맡고 죽으면 되겠네?”라며 나는 극단적인 대응논리를 폈다. 그날 나는 <오마이뉴스>원고료를 청구해서라도 병원에 가자고 까지 했다.
이번엔 어떤 수를 써서라도 아내를 반드시 병원에 데리고 가리라 마음먹었다. 장모님이나 시골 어머니께 말씀드릴 까도 생각했다. ‘병은 자랑해야 한다고’했기에. 그러나 괜히 일이 커질 것만 같았다. 큰누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내와 나이차이가 열 살이 넘는 시누이이기에 큰누나 말은 들을 것이라 생각했다. 누나에게 사정이야기를 하고 나서 곧바로 누나집 근처에 있는 내과에서 내시경 예약을 했다. 시간상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아내의 사무실에 직접 들러 직원들이 보는 앞에서 아내를 데리고 병원으로 가는 시나리오도 만들어 놓았다.
그러나 그럴 필요 까진 없었다. 큰누나는 병원 예약 후 곧바로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병원 9시에 예약했으니 밥 굶고 오라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아내는‘찍’소리 못하고 순순히 따랐다.
드디어 내시경 당일, 오전 아홉 시이다. 그 전날 누나가 “무통(무통증)으로 내시경 받다가 마취가 안 깨 죽은 사람이 있다”며 괜한 소리를 했던 일이 떠올랐다.
“자기야 나 어떻게 되면…알지?”
“친정 챙겨 달라고? 알았어 그래, 쓸데없는 소리하기는….”
그러나 의지가 강한 아내가 누나의 ‘쓸데없는 소리’에 겁먹을 리 만무했다. 다만 아내가 걱정했던 것은 무통(무통증)내시경이 일반보다 두배가량 비싸다는 것이었다. 결국 일반내시경으로 택했지만.
“그럼 그렇지. 역시 김령희(아내)답다”라며 아내를 다독였다. 부담 갖지 말고 내시경을 잘 받으라는 의미였다. 눈물, 콧물, 침이 뒤범벅 돼 연신 ‘우웩’ 헛구역질을 하며 내시경 받는 아내를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드디어 9시 30분 내시경이 끝났을 즘 떨리는 마음으로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별일 없어야 하는데.
신호음이 두 번 울리자 전화를 받았다. 목소리 대신 ‘꼴깍꼴깍’음식 넘어가는 소리가 먼저 들려왔다. 전날부터 굶었던 탓에 무척 배가 고팠었나보다. 결과는 별 문제 없었다. 쓸개즙이 위로 넘어와서 속이 아픈 것이며 가능하면 스트레스 덜 받고 식사 제때하고 당분간 약물 치료하면 된다는 것이었다.
별일 아니니 걱정 말고 내 몸이나 잘 챙기라고 아내는 말했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나는 또 한번 “역시 김령희답다”라고 탄식했다. 그 역겨운(?) 내시경 검사를 받으며 힘들었다는 내색 한마디 없이 오히려 내 건강을 걱정하고 있으니 말이다.
조금만 아파도 주치의를 부르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병원비 때문에 결국 큰 일(?)벌어져서야 구급차에 실려 가는 사람들도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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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소통과 대화를 좋아하는 새롬이아빠 윤태(문)입니다. 현재 4차원 놀이터 관리소장 직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다양성을 존중하며 착한노예를 만드는 도덕교육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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