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를 외국에까지 알리고 싶어요"

국악계의 기대주 지유진양

등록 2003.09.03 08:52수정 2003.09.04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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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영

자신이 하고자 하는 분야에서 최고가 되고 싶다는 마음은 나이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열정으로 좌우된다. 판소리를 전공하는 지유진(대전예고 음악과 3학년)양은 아직은 어린 나이지만 프로 못지않은 열정과 당찬 구석을 지니고 있다.

판소리를 시작한지 1년만인 지난 96년 전국 규모의 제5회 학생국악경연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차지한 유진양은 이후 전국국악대제전 준우수상, 전국학생국악경연대회 최우수상, 전국예능실기대회 종합대상 등 상을 휩쓸며 국악계의 기대주로 떠올랐다.


“처음에는 멋모르고 시작했어요. 하다보니 저도 모르게 빨려 들어가는 매력이 있었어요.”

대전에서 어린 나이로 판소리를 처음 시작했다는 것도 화제가 됐지만 지난해 11월에는 ‘제1회 지유진 판소리 춘향가 발표회’를 갖고 동초제로 4시간여에 걸쳐 춘향가 전편을 완창하는 기염을 토했다.

유진양이 배우고 있는 동초제란 동초 김연수 선생의 호를 따서 만든 판소리의 유파로 그동안 일정하지 않게 부르던 5대 판소리를 오자 없는 가사와 사설을 장단까지 잘 찍어 보존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판소리하면 어렵고 지겨운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모두들 관심을 갖고 지켜봐주셨어요. 관객 대부분이 4시간이 어떻게 가는지도 모르고 들으셨대요. 문화의 불모지라 불리는 대전에서는 극히 이례적인 일이잖아요.”

유진양이 판소리를 시작한 것은 초등학교 4학년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어머니 곽용화(43)씨는 “방과 후 진행되는 특기적성 수업에서 가야금 병창을 했는데, 유진이가 소질을 보이더라고요. 어릴 때부터 피아노를 배웠는데 피아노 학원은 잘 안가고 적성에 안 맞아 하더니 판소리는 열심히 했어요.”


유진양이 판소리를 해야 할 필연 때문이었을까. 때마침 고향임 판소리 연구원 원장이 아래층에 거주했고 그녀에게 소리지도를 부탁했다. 고향임 원장이 유진양에게 사랑가를 들려줬더니 이 당찬 어린 소녀는 하기 싫다는 말 대신 그날부터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가족들의 반대가 만만치 않았다.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반대가 심하셔서 1년간은 숨어서 엄마와 몰래 판소리를 배우러 다녔어요.”

1년 만에 대회에 나가 상을 받은 유진양을 보고 온 가족들이 모두 놀랐다. 그 후로 무대에 오르면 다양한 소질과 끼를 보이는 그녀를 인정해주는 가장 든든한 후원자가 됐다.


권윤영
지금에 이르기까지 노력 없는 대가는 없는 법. 유진양은 판소리를 연습하며 울기도 많이 울었다. 하루 3~4시간 연습은 필수. 방학이면 어김없이 가족과 떨어져 산에 가서 소리 공부하고 돌아와야 했다.

“귀로는 되는데 입으로 되지 않을 때 있잖아요. 제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 정말 힘들죠. 날마다 연습하다보면 체력적으로 지치기도 해요. 가슴, 목이 찢어질 듯이 아프고 통증이 와요. 하지만 다시 추슬러서 연습을 하곤 하죠.”

피나는 연습 끝에 이제는 허스키한 목소리가 트레이드마크가 된 유진양은 이내 판소리가 재미있다고 얘기한다.

“내년에 대학에 진학한 후에는 춘향가 후편을 완창할 계획이에요.”

그녀의 야무짐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대전서부터 판소리를 대중화시키기 시작해서 외국에까지 알리고 싶어요. 제 최고의 꿈은 국가 지정 문화재가 되는 것이에요. 우리 소리가 너무 좋고 재밌는 것이 아무리 생각해도 이 길을 잘 선택한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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