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자무협소설> 전사의 후예 221

빙화 구연혜 (4)

등록 2003.09.04 14:08수정 2003.09.04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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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앞으로 주의하세요."
"조, 존명!"

"흐음! 여기서 왜 마늘 냄새가 나죠? 냄새가 진한 것으로 미루어 누가 마늘을 먹은… 어! 저 사람은 아까…? 뇌옥을 여세요."
"존명!"


마치 빨래처럼 널려 있는 이회옥을 본 빙화의 명이 떨어짐과 동시에 뇌옥의 문이 열리고 있었다.

"크으! 냄새… 누가 여기서 마늘을 먹었… 어! 이건…? 상처를 치료해 주라고 하였더니 누가 이렇게…? 부당주!"
"존명!"

"누가 이 뇌옥을 담당하는지 즉시 불러오세요."
"존명!"

명이 떨어짐과 동시에 부당주는 절정신법인 초상비(草上飛)나 육지비행(陸地飛行) 같은 신법을 펼쳤는지 삽시간에 사라졌다.

빙화의 어투와 표정으로 미루어 심상치 않다 판단하였기에 그야말로 꽁지에 불붙은 개처럼 튀어간 것이다.


"이런… 이런…! 쯧쯧! 쯧쯧쯧! 얼마나 아팠을까?"

잠시 홀로 남겨진 빙화는 상처투성인 이회옥의 무릎 아래에 덕지덕지 붙어있는 마늘과 고춧가루 범벅을 떼어냈다. 혼절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손이 닿을 때마다 움찔거리는 것으로 미루어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 충분히 짐작 간다는 듯 연신 혀를 차고 있었다.


"속하, 뇌군명 당주의 부르심을 받잡습니다."
"네가 이 뇌옥 담당이냐?"

"그, 그렇습니다만…"
"흥! 그렇다면 이게 뭔 줄 알겠군."
"그, 그건…!"

대답을 하던 뇌군명은 빙화의 손에 들려있는 마늘 범벅을 보고 왜 자신이 호출되었는지를 깨닫고 안색이 창백해졌다.

"부당주!"
"말씀만 하십시오!"

"아까 분명히 내일부터는 본 당주가 국문할 것이니 이 자의 상처를 치료해주라고 한 것 같은데…?"
"그, 그렇습니다."

"흥! 이곳에서는 이것으로 상처를 치료하나요?"
"그, 그건…"

부당주는 일순 할 말이 없었다. 상처에 마늘과 고춧가루 범벅을 바르면 치료가 되기는커녕 지독한 통증을 느낀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기 때문이었다.

"뇌군명이라고 하였더냐?"
"그, 그렇습니다."

"이놈, 네놈도 사람이더냐? 같은 사람으로서 이토록 심한 상처를 입었는데 치료는 못해줄망정 이런 걸 발라? 그리고, 네놈이 감히 본 당주의 명을 어겨? 오호라! 본 당주가 여자고, 나이가 어리다고 한번 능멸해보겠다 이거지?"
"아, 아닙니다. 소, 속하는…!"

"흥! 변명은 필요 없다. 너 같이 인정머리 없는 놈들은…. 좋아, 명년 오늘을 네놈의 제삿날로 만들어 주지."
"예? 그게 무슨…? 컥!"

빙화의 말을 언뜻 이해할 수 없어 반문하던 뇌군명이라는 성명을 지닌 옥졸은 더 이상 말을 이을 수 없었다. 수급이 동체에서 분리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허억……! 아앗!"

바로 옆에 있던 부당주는 빙화가 무엇으로 어떻게 하였는지도 모르는 순간 뇌군명의 수급이 튀어 오르자 대경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동시에 시뻘건 선혈이 솟구치자 얼른 피한다고 피했으나 그러기엔 너무 가까운 거리에 있었다.

결국 그의 의복엔 시뻘건 선혈로 범벅이 되고 말았다. 평상시 같으면 이런 상황에서 노갈을 터뜨렸을 것이다. 유난히도 차림새나 외모에 신경을 쓰는 성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순간만큼은 의복 따위에 신경 쓸 겨를이 없다는 것을 직감한 듯 즉각 부복하며 입을 열었다.

"다, 당주님…!"
"흥! 누구든 본 당주을 우습게 알고 도발한다면 이 같은 최후를 맞이할 것이라는 것을 모든 제자들에게 공지하세요."
"조, 존명!"

황급히 고개를 숙인 부당주는 또 한번 놀라고 있었다.

자신보다도 뇌군명과 더 가까운 거리에 있었기에 더 많은 선혈이 묻었어야 할 빙화의 의복이 깨끗하였기 때문이다. 이는 호신강기를 뿜어낼 능력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다면 생각하는 것보다도 더 고절한 지경에 올라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아연실색하고 있었다.

"지금 즉시 이 사람을 치료한 후 잘 쉬도록 조치하세요."
"존명!"

빙화가 사라진 뒤에도 부당주의 고개는 들지 못하고 있었다. 방금 이승과 저승 사이를 왔다갔다했기 때문이다.

사실 뇌군명으로 하여금 마늘 범벅을 바르게 한 것은 그였다.

아직 나이 어린 빙화가 신임 당주로 취임했을 때 부당주는 내심 불만스러웠다. 전임 당주가 죽은 후 의당 자신이 당주가 될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여 성주의 여식이기는 하나 그녀의 명을 순순히 따르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었다.

그래서 그녀의 첫 번째 명인 이회옥을 치료하라는 명에 일부러 반기를 들었다. 수하들로 하여금 자신이 형당의 실질적인 지배자라는 생각을 심어주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런 결과가 빚어지자 혼비백산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만일 뇌군명을 조금만 더 추궁했다면 자신의 이름이 튀어나왔을 것이고, 그렇게 되었다면 지금쯤 수급이 떨어졌을 것이라 생각하니 오금이 저려왔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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