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법부장 기수파괴 개악...사법개혁추진위 실패”

'사법개혁, 성공의 조건' 토론회

등록 2003.09.05 13:56수정 2003.09.05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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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흥수 판사, 사법개혁 기대는 '연목구어' 수뇌부 겨냥
한상희 교수, 로드맵 제시 없고 사시 증원 유일한 실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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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개혁 성공의 조건' 토론회 모습 ⓒ 신종철

대법원 법관인사제도개선위원회가 향후 고등부장 선발시 기수와 서열을 파괴해 발탁하겠다는 안을 의결한 것은 파괴해야 할 곳은 존중하고 존중해야 할 곳은 파괴하겠다는 거꾸로 된 개혁이요, 개악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또한 법조비리 등 빈발하는 사법제도의 문제점을 치유하고 새로운 패러다임에 의한 사법제도의 구조조정을 하는 맥락에서 99년 구성된 사법개혁추진위원회(이하 사개위)는 실패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문흥수 서울지법 부장판사와 사법개혁추진위원을 지낸 한상희 건국대 법대 학장는 참여연대가 4일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서 개최한 '사법개혁, 성공의 조건' 토론회에서 각각 이 같이 말했다.

문흥수 부장판사는 고법부장 선발시 기수와 서열을 파괴하는 것은 개악이라고 평가하면서 “대법관과 헌법재판관은 기수와 서열을 파괴해 다양한 성원들로 구성돼야 하는 반면 일반 법관은 사법권 독립을 위한 헌법적인 신분보장 요청에 따라 정년까지 인사에 신경을 쓰지 않고 근무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기수와 서열은 존중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 부장판사는 또 “알만한 사람은 알고 있겠지만 사법부의 실권 내지 헤게모니(주도권)는 재학 중 고시에 합격한 수재들이 쥐고 있다”며 “법원행정처 소속 판사들의 다수가 그렇고 그들이 일선 법원에서도 대부분 요직을 차지하고 있으며 최근 대법관과 헌법재판관들도 그들 중의 하나로 구성되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비판했다.

특히 그는 “그들은 국민들의 사법부에 대한 평가를 외면한 채 현 사법제도를 지고지선의 것이라고 강변하면서 자기들만 높은 자리로 승진해 누릴 수 있는 모든 영화를 누리고 또 개업해 거물변호사로서 전관예우를 받으며 돈방석에 앉으려 하고 있다”며 “그들에게만 이렇게 좋은 사법제도를 바꿀 것을 기대하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라며 사법부 수뇌부를 겨냥했다.


이에 앞서 발제에 나선 한상희 교수는 “사법개혁위는 사법개혁에 대한 가장 총체적이고 포괄적인 주제를 다루었지만 실천을 위한 로드맵이 제시된 적이 없다”며 “유일하게 실천된 것은 사시합격자수를 1000명으로 증원하는 근거를 법률로 정한 것뿐”이라고 말했다.

한 교수는 이어 “당시 시민사회로부터 심각하게 문제제기 됐던 법조양성 및 충원제도 등과 같은 중요사안은 협의조차 마련하지 못했고, 변호사 보수제도나 재판의 시민참여 등의 문제는 단순히 계속 검토, 권고 등의 미봉적 대안으로만 일관했다”며 “사개위는 △출범당시 의도의 한계 △법조계(출신) 인사가 1/2를 차지하는 구성상의 문제 △사법개혁을 책임 있게 집행할 수 있는 정치권력의 부재로 인해 결과적으로 실패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한 교수는 또 최근 추진중인 사법개혁추진기구(이하 사개추)와 관련해 ▲사법개혁추진의 안정성과 구속력을 확보하고 각종 정책대안들을 입법화하기 위해 사개추를 법률로 규정해야하며 ▲사개추 구성에 법조인의 참여를 최소화하고, 전문적·법적 지원은 소위원회와 전문위원회에서 확보토록 하며 ▲사개추는 의제설정을 위한 공청회를 최우선으로 실시하고 모든 진행과정을 공개해 민주적 정당성을 담보해야 하며 ▲사개추는 논의결과를 현실화시키기 위해 구체적인 추진일정을 담은 로드맵을 작성해야 한다고 4가지 필수조건을 제시했다.

이와 관련해 이송희 사법감시센터 간사는 “오늘 토론회 결과를 정리해 청와대와 대법원에 의견서를 공식 제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는 임지봉수(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실행위원)가 사회를 맡아 진행했고 김진욱 민변 사무차장, 권영국 민주노총 법률원장(변호사) 등이 토론자로 참여했으며, 하태훈 고대 법대 교수가 방청객으로 참석해 눈길을 끌었으나 대법관 제청파문이 가라앉은 탓인지 언론과 시민들의 관심을 끌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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