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훈
“너네 시험 쉬웠냐?”
“헉, 농담 따먹기 하냐, 너 지금?”
“미친 거 아니니? 무슨 언어가 이렇게 어려워!”
아직 답이 나오려면 수시간을 기다려야 하건만 우리의 답에 대한 궁금증은 더해만 갔다. 그래서 평소 언어영역 시험을 잘 보던 아이의 답안을 정답이라 치고는 서로 자기 시험지를 가져와서 채점을 시작했다. 그런데 채점은 채점인데 가채점이 되다 보니까 서로 격한 논쟁이 오가기 시작했다.
“악! 내가 왜 이걸 찍었지?”
“아냐, 네 것이 맞았어. 이 시험지가 틀린 것 같아, 내가 보기엔 3번이야.”
“잘 들어봐, 여차저차 해서 3번이 아니라 5번이야 알겠어?”
“(지나가던 친구 보다 못해) 뭐하러 그러고들 있냐? 어차피 답지 나오면 그때 가서 채점하면 되잖아.”
지나가던 친구의 말이 백번 옳건만 좀처럼 가라앉지 못하고 들끓고 있는 교실. 당장 다음 시간 시험도 준비해야 하건만 쉽지가 않다. 이런 장면은 수리영역을 거쳐 사회탐구 과학탐구 영역, 외국어 영역을 지나면서 더욱 심해졌다.
결국 5시쯤 모의고사 시험이 끝나고, 답안지가 등장하는 순간이 와서야 시끌벅적 하던 교실은 잠잠해질 수 있었다.
단지, 색깔 있는 펜으로 '슥' 동그라미와 가위 표를 긋는 소리만이 존재하는 교실. 잠시 후 채점을 마친 많은 아이들의 입에서 신음 섞인 탄식이 흘러나오기 시작한다.
아마도 매우 다수 사람들이 오늘 본 9월 달 모의고사를 어렵게 여겼으리라.
채점 후 우리는 비록 괴로운 작업이 될 지라도 나름대로 시험이 왜 이렇게 어렵게 출제되었는지에 대해 그 원인분석이나 해 보자고 모였다.
“오늘 솔직히 시험이 너무 어려웠어. 내 생각엔 주최측의 농간이 틀림없어.”
“확실히 그렇긴 한데, 네가 공부를 안한 건 아니냐?(웃음) 농담이고 내 경우에는 요새 수시 쓴다고 공부를 너무 안 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해. 그래서 더 망한 거지.”
“근데 아까 보니까 외국어 영역은 문법이 하나 더 늘었던데?”
“인제 문법 중시한다고 하잖아. 우리 아래 있는 애들은 더 심하다고 그러든데. 하여튼 그거 수능 때도 이어져서 문법 문제는 3개래. 그리고 난이도도 비슷하고.”
“그런 그렇고 오늘 전국에 있는 재수생 형 누나들도 시험 다 봤다고 하더라고.”
“그래. 전국 모의고사잖아.”
“그 사람들은 잘 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