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 한마리를 두고 벌이는 치열한 심리전.김대호
북일면에서 온 김영수(72) 할아버지는 "옛날 남창장은 참말로 컷제. 완도서부터 신지도 금일도 보길도에서 새벽 참에 온 배들이 물견(물건)을 싹 쓸어 가불먼 늦게 온 사람들은 천신(차지도)도 못했제. 배 댈 때가 없을 때도 있었당께. 추석에 콩쿨대회 할 때는 해남읍보다 크게 했제"라고 말한다.
한 아주머니가 생선 값이 못마땅한지 "아따 쩌그 서는 만원에 여섯 마리드만 여그는 비싸구마"하고 흥정을 붙이자 "아짐(아주머니) 내가 만원주께 한번 사다주씨요. 나도 돈좀 벌게. 이도랑(이 주위)서는 여가 젤 싼지 아씨요" 생선장수가 한 수 위다.
결국 다섯 마리로 낙찰을 보았지만 아주머니는 냉큼 한 마리를 집어들고 만원짜리를 내던지고 도망친다. 생선장수는 애써 좇지 않는다. 미리 예견하고 있었던 표정이다.
"안 남어도 어짜것이요. 그래도 촌 인심이 거시기 하간디. 다 거시기 한께 거시기 한 것이제."
'시골인심이 도시와 같아서 되겠느냐. 시골 장은 원래 깎는 것이 맛이니 막는 시늉만 한 것이다' 대충 이런 뜻이다.
'거시기'로 시작해서 '거시기'로 끝나는 남도의 사투리는 외지인들은 몰라도 전라도 사람들은 다 알아듣는다.
생선전에는 여름별미 보리새우가 미식가들의 입맛을 돋우고 이제 막 맛이 들어갈 낙지도 한몫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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