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파 김태홍 "낙선할 수도... 그러나 이 길이 옳다"

8일 지구당 당직자와 긴급 간담회... 당직자 반응은 무덤덤

등록 2003.09.09 17:31수정 2003.09.15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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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강성관


신당에 대한 광주전남지역 여론이 좋지만은 않다. 하지만 이 속에서도 광주의 신당파 중 한명인 김태홍(광주 북을) 의원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민주당내 신당 움직임이 가속화되던 8일, 김 의원은 지구당 핵심 당직자와 간담회를 가지고 당직자들에게 "함께 신당으로 갈 것을 권유 드린다"고 말했다.

오후 5시30분 민주당 북을 지구당 건물. 갑자기 소집된 긴급 간담회에서 지구당 상무위원 및 대의원 등 핵심 당직자 60여명은 신당에 관한 김 의원의 입장을 들었다.

"국민들은 민주당에 사형선고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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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강성관

김 의원은 "신당문제를 당직자들과 먼저 상의해야 하지만 사정이 급박해 상황이 거꾸로 됐다"고 말해 긴급 간담회를 소집한 배경과 양해를 구하면서 말을 시작했다. 김 의원은 2001년 이후 재·보선과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참패한 것을 예로 들며 신당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그는 "이것은 국민들이 민주당에 사형선고를 내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의 민주당으로는 국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다음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과반을 차지하면 나라의 발전과 경제의 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며 "세수도 하고 화장도 하고 옷도 갈아입어 신장개업을 하자는 게 신당 논의의 발단이었다"고 말했다.

당무회의 및 전당대회를 통해 신당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가 무산된 데 대해 김 의원은 구주류에게 화살을 돌렸다. 그는 "당무회의만 열면 깽판이 나고 몸싸움이 나고 해서…"라며 이른바 '부위원장'들의 행동에 대해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김 의원은 "민주당이 생길 때 잘못된 꼬리뼈나 맹장 같은 부분이 부위원장들"이라며 "이자들이 돌아다니며 민주당의 명예를 훼손시키고 당무회의가 열리면 특정세력의 사주를 받아 몸싸움을 벌이다 이미경 의원의 머리채까지 잡았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이날 간담회에서 김 의원은 민주당의 회계처리 문제를 문제삼아 눈길을 끌었다. 그는 "민주당에 들어오는 국고보조금이 연간 100억이 넘고 후원금이 몇십억인지 알 수가 없다"며 "아무도 공개한 적도 없고 장부도 없는 형편없는 회계조직이 정당조직"이라고 주장했다.

"민심 앞으로 다섯 번 뒤집힌다... 내년 총선에서 신당을 해야 성공"


앞으로 출현할 신당의 전망이 밝다는 점을 김 의원은 이만섭 전 국회의장의 '조언'을 빌어 당직자들에게 설명했다. 그는 "약 보름전 이 전 의장이 나에게 '한나라당 탈당 5인, 개혁당 2인, 민주당에서 13명 깨끗한 정치인 20명이 교섭단체를 만들어 신당을 구성하면 내년 총선에서 당신들이 제1당이 된다'고 충고하더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신당은 정치자금의 흐름을 국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공인회계사를 정식으로 채용해 수입과 지출을 매일 공개하겠다는 것. 그리고 "원내중심 정당으로 자리잡기 위해 원내총무를 원내대표로 격상시키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김 의원은 신당에 대한 지지율이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율과 동반 하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애를 썼다. 그는 "노무현 정부는 우리가 고쳐 써야지 버리거나 외면하면 안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특검제와 인사 소외론 등으로 호남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인기가 떨어지고 있다"면서도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호남인들의 거부감은 근거가 약하고 '바람'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신문보도를 인용하며 "공무원들이 선망하는 100대 보직이 있는데 지금 호남출신들의 비율이 2위를 기록하고 있다"며 "최근 감사원장, 국정2차장, 관광공사 사장, 소청심사위원장도 모두 호남출신"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날 간담회에서 신당행을 결정한 비장한 결심을 나타냈다. 그는 "이 상태로 가면 다음 선거에서 나는 떨어지게 돼 있다"며 "그러나 이것이 한국정치를 올바르게 끌어가는 길이기에 그 길을 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 의원은 "신당 추진세력은 가장 참신하고 앞으로 폭풍을 몰고 올 정치세력"이라고 소개하면서 "우리들이 21세기 새로운 정당의 모습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사실상 민주당의 법통이 누구에게 있고, 누가 DJ의 정신을 이어받아 지속 가능하고 확대 재생산 할 수 있는지 살펴봐 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서 김 의원은 "지금 호남에서 신당이 약세이지만 금년말까지 3번, 내년 정초부터 선거직전까지 2번 민심이 뒤집힐 것"이라고 말해 묘한 여운을 남겼다. 작년 민주당 대통령 후보 광주 경선과 같은 광주의 '전략적 선택'이 또다시 재현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
신당 합류 권유받은 당직자들 '무덤덤'

ⓒ오마이뉴스 강성관

김태홍 의원의 입장을 경청한 당직자들은 말을 아꼈다. 간담회가 끝난 후 당직자들의 표정에서는 속내를 알 수 없었다.

간담회장을 빠져나오는 당직자들에게 말을 걸어봐도 "위원장과 행보를 같이 할 것"이라는 답변 외에는 분당사태에 직면한 민주당에 대한 소회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한 지구당 관계자는 "민주당과 신당이 갈라서는 것에 대해 많은 당원들이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지구당의 분위기를 설명했다. 신당의 명분과 필요성에 공감하더라도 신당에 대한 지역민심이 호의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많은 당원들이 '지금 당장 갈라서더라도 나중에 다시 하나가 되지 않겠느냐'는 희망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구당 위원장인 김태홍 의원의 '신당행 선언'의 여파는 아직 당원들에게서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추석 연휴가 끝나고 신당창당 작업이 본격화되는 오는 20일 이후로 민주당 광주 북을 지구당 당원들의 선택은 드러나기 시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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