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연휴에도 기차는 달린다

서민들의 귀경열차 모는 것이 행복

등록 2003.09.10 20:05수정 2003.09.21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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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영
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 어딜 가나 사람들의 추석맞이 준비, 귀성준비가 한창이다. 달도 밝고 사람들의 마음도 더불어 밝아지는 추석. 하지만 즐거운 추석연휴에 오히려 바빠지는 사람도 있다.


고속버스 운전사, 철도 기관사, 항공사 직원 등 귀성길 서민들의 발이 되어주는 이들은 연휴에도 일손을 놓지 못하는 사람들. 목포기관차 승무사무소 소속의 철도기관사 문제두(39)씨도 그 중 한 사람이다.

“밤낮 없이 근무를 해야 하고 남들 쉴 때도 일해야 하는 것이 어려움이라면 어려움이죠. 명절을 광주나 대전 등 타지에서 보낼 때도 많아요.”

철도공무원 공채로 들어온 문 기관사는 10년간 부기관사 생활을 거친 후 기관사 시험에 통과해 만 5년째 기관사 생활을 하고 있다.

그가 이번 추석 연휴중 쉬는 날은 12일 하루뿐이다. 다른 사람같으면 투덜대는 것이 당연하건만 오히려 그는 하루를 쉬는 것을 횡재했다며 좋아한다.

“10일 날 아침에 일이 끝나면 그날은 온 가족이 모여 이야기를 나눌 수 있잖아요. 추석날은 차례를 지낸 후 출근할 수도 있고요. 모처럼 집안 식구들하고 술도 한잔하고 밤늦게까지 친구들도 만나고, 처갓집 인사도 갈 생각입니다.”


지난 설날에 전날 밤에 목포에서 출발해서 새벽 2시에 대전에 도착했고 다음 날 아침 11시에 출발하니 오후 4시에 목포인 집에 도착했다며 하루가 그냥 지나가버렸다고. 그랬으니 모처럼 만에 가족과 주어진 시간이 얼마나 기다려질까.

“처음에는 휴일 날도 제대로 쉬지 못하는 것이 짜증스럽기도 하고 힘도 들었어요. 그것이 가장 불만이기도 했죠.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제 일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아이들도 안 좋아했지만 지금은 커가면서 저를 이해해주고 있고요.”


새벽기차를 타기 위해 한 밤 중에 집에서 나오는 일도 부지기수, 장시간 운전에다, 제 시간에 식사도 못하는 등 힘든 점도 많지만 재미도 있고 보람도 있다. 한겨울 눈이 내리고 있는 새벽에 달리는 기차는 낭만 그 자체. 레일도 안 보이는 가운데 기차가 지나가면 그 분위기는 정말 아름답단다.

“직업의식을 갖고 있으면 보람을 느끼지만 그렇지 않으면 피곤하다는 마음만 들 수밖에 없겠죠. 저는 철도 기관사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일하고 있어요. 그래야 즐겁잖아요. 무엇을 하든 즐거운 마음으로 한다는 것이 제 좌우명이자 우리 집 가훈이기도 합니다.”

문 기관사는 승객들이 편안하고 안전한 여행이 되도록 신경을 써서 운전한다. 그도 가끔씩 승객이 되어서 기차를 타보면 승객들의 불편을 몸소 느끼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그는 한 가지 불만 아닌 불만을 얘기한다. “고속버스 같은 것을 타면 승객들이 내리면서 운전사에게 고맙다거나 수고했다고 말하잖아요. 저는 지금껏 15년 간 기차를 운전하면서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없네요.”

명절이 사람들의 마음을 즐겁게 하긴 하는가 보다. 웃으면서 은근히 서운한 마음을 드러내는 문 기관사에게도 이번 추석의 기대감이 전해져온다.

추석 연휴를 앞둔 지금 이 시간도 기차는 쉼 없이 달리고 있으리라. 이번 연휴에는 기관사, 승무원 등 휴일도 반납한 채 근무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 보는 건 어떨까. 그야말로 마음 속 깊은 곳까지 따뜻해지는 추석이 되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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