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0일 중국의 '스승의 날'과 중국 교원의 지위

등록 2003.09.12 04:12수정 2003.09.12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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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스승의 날을 축하합니다' 라는 글귀 아래로 실험고등학교 학생들이 교복을 입고 지나가고 있다.

'스승의 날을 축하합니다' 라는 글귀 아래로 실험고등학교 학생들이 교복을 입고 지나가고 있다. ⓒ 김대오


a 스승의 날, 한 학부모가 초등학교 앞에서 선생님에게 꽃을 건네주고 상담하는 모습이다.

스승의 날, 한 학부모가 초등학교 앞에서 선생님에게 꽃을 건네주고 상담하는 모습이다. ⓒ 김대오

지난 9월 10일은 중국의 스승의 날이었다. 비록 날짜는 다르지만, 스승의 날을 지내는 한중 양국의 모습은 거의 비슷했다. 중국의 각급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스승의 날을 맞이하여 선생님들에게 카네이션과 안개꽃 등을 선물하며 존경과 감사의 뜻을 전했다.

또 학생들은 큰 목소리로 선생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이를 핑계로 어떻게든 수업 대신 뭔가 다른 놀이를 하려고 들었고, 선생님은 그런 학생들을 달래서 수업을 진행해야만하는 싸움이 중국에서도 똑같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스승의 날 행사나 특별한 선물이나 촌지 등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으며, 평소와 다름없이 정상수업이 진행되는 모습이었다.

중국의 스승의 날은 1931년 남경대학 교수들이 교육계에 종사하는 이들의 직장보장과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집회에서 제안이 되어 처음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 당시 스승의 날은 6월 6일로 지정되었으나, 국민당 정부가 공자의 탄생일인 8월 27일로 바꾸었다가,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성립 이후 5월 1일 노동절에 스승의 날이 포함되었다.

그러나 1951년 중국의 교육부가 5.1노동절과 스승의 날을 같은 날로 하기엔 교사의 숫자가 너무 적고 성격상 노동자 명단에서 교사를 제외한다고 발표한 이후 중국사회에서 교사는 천대 받는 직업이 되었다. 그러던 것이 개혁개방 이후 중국이 산업사회·지식기반사회로 변모하면서 교사의 지위도 조금씩 상승하기 시작했고, 1985년 1월 12일 매년 9월 10일을 스승의 날로 하자는 안이 확정되어 올해로 열 아홉 번째 스승의 날을 맞고 있다.

지난 9월 9일 원쟈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는 천만여 명에 달하는 교사와 교육관계자들의 노고를 치하하였다. 그러면서 앞으로 5년내에 중국 서부지역에도 9년 의무교육 보급률을 85%대에 달하게 하고 교사의 사회적 지위 개선과 교사의 근무 생활조건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발표했다. 최근 들어 중국은 경제건설을 위한 우수한 인재육성이라는 중책을 맡고 있는 교사들에 대하여 노동여건을 개선하고 정치적, 사회적 지위를 향상시키는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일선 교사들은 아직도 과중한 업무부담과 연구 및 수업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며 제반 근무여건과 생활여건에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스승의 날도 중국의 중고등학교는 7시20분에 1교시가 시작되어 5시까지 9시간의 수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베이징완바오(北京晩保) 보도에 따르면 대학 교수들 중 10.4%만이 건강하고, 그 나머지는 과중한 스트레스와 업무로 인하여 건강이 악화되어 있는 상태이며, 54.4%는 토요일이나 일요일 휴일에도 업무처리를 위해서 늘 출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a 스승의 날 한 선생님이 수업을 하고 있다. 교탁 위에는 학생들로 받았을 꽃이 놓여져 있다.

스승의 날 한 선생님이 수업을 하고 있다. 교탁 위에는 학생들로 받았을 꽃이 놓여져 있다. ⓒ 김대오

중국 중등교사의 월급은 1500원(우리돈 23만원 정도)에서 2000원(우리돈 30만원 정도) 수준이다. 과거와 비교하면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우수한 인력을 교직으로 끌어들이기에는 아직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한국인이 많이 사는 베이징 왕징(望京)의 한 초등학교교사 출신의 과외선생님은 자신의 교사시절 월급이 1500원 정도였는데, 지금은 한국 어린이들에게 시간당 20원(우리돈 3000원 정도)하는 과외를 하면서 이전 월급의 두 배 정도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고 소개하였다.

교육개혁이 진행하고 있는 중국 정부는 철저하게 시장의 원리에 따라 교사를 선발하고 능력에 따라 대우하겠다는 기본원칙을 세우고 이를 현장에 적용해가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중국의 스승의 날 만난 칭화대학의 한 교수는 교육개혁 이후 강화된 연구·근무여건에 업무는 크게 늘었지만 처우는 개선되고 있지 않다고 지적하고, 현대사회에 꼭 필요한 인재육성 이라는 중책을 담당하는 교원에 대한 사회적 처우가 빠른 시일 내에 개선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하였다.


점점 고학력화 저연령화 추세에 있는 중국의 교원들에게 언제쯤 그에 합당한 사회적 지위가 보장될 수 있을까? 베이징 왕징(望京)의 실험고등학교 한 교직원은 자기가 교직에 들어선 십여 년 동안 교원의 처우개선에 관한 유행가를 들어왔다면서 은근히 자신의 불만을 토로하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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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에서 3년, 산둥성 린이(臨沂)에서 1년 살면서 보고 들은 것들을 학생들에게 들려줍니다. 거대한 중국바닷가를 향해 끊임없이 낚시대를 드리우며 심연의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건져올리려 노력합니다. 저서로 <중국에는 왜 갔어>, <무늬가 있는 중국어>가 있고, 최근에는 책을 읽고 밑줄 긋는 일에 빠져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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