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날 까미는 차 트렁크에 타고 성남집으로 옮겨진 후 다시 시골로 내려갔다.윤태
준비해 간 라면박스에 까미를 넣고 유리테이프로 봉했다. 세겹, 네겹, 다섯겹 최대한 튼튼히 테이프를 감고, 숨구멍을 뚫어놨다. 그러나 출발한지 1분도 안돼 녀석은 라면상자를 탈출했다. 까미는 차안에서 정신없이 뛰어다니며 난리를 쳤다. 발밑에 들어가 안전운행을 위협하기도 하고 조수석에 점잖이 앉아 있기도 했다.
“고 녀석 참 맹랑하네” 생각하며 나는 까미를 트렁크에 넣었다. 혹시 실례(?)를 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다행인지 모르겠지만 트렁크 덮개가 없어 까미의 동태를 룸미러를 통해 계속 관찰할 수 있었다. 폴짝폴짝 메뚜기처럼 ‘통통’거리며 낑낑대는 까미의 모습이 10여분 동안 계속됐다. 저러다 지치면 잠잠해지겠지 생각했다. 그러나 오산이었다. 순간 쾌쾌한 냄새가 차안에 진동했고 녀석은 제 키보다도 높은 트렁크를 훌쩍 뛰어 넘어 조수석 밑으로 숨어들었다.
차안에 큰 실례(?)를 하고 만 것이다. 좁은 트렁크 속에 갇혀 허둥대다 보니 본의(?) 아니게 실례를 한 것으로 생각됐다. 쏟아지는 폭우 탓에 창문도 못 열고 냄새 때문에 두통이 왔다. 최대한 서둘러 집에 가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날 저녁 아내와 나는 까미를 목욕시켰다. 새벽에 다시 차를 타고 머나먼 길을 떠나야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