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추석때나 지금이나 몸집에는 변화가 없다. 늘씬한 허리와 짧은 다리가 가장 큰 매력이다.윤태
시골에 까미를 떼어놓고 서울로 올라오던 날, 제 차에 올라타려고 울부짖는 녀석을 보면서 참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 후로 나는 한번도 녀석을 잊어본적이 없었고 매일 <오마이뉴스> 기사에서 녀석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했습니다. 이와 함께 시골에 종종 전화를 걸어 까미의 안부를 묻곤 했는데 그때마다 아버지께서는 “잘 있다”고만 말씀하셨습니다.
엊그제 시골에 다녀왔습니다. 40여 일만에 까미를 만나는 순간이었습니다. 당시 독자분들은 1년이 지나도 까미가 분명히 저를 기억할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예상은 적중했습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녀석은 팔짝팔짝 뛰며 반가움을 표시했습니다. 그러나 주인은 이미 부모님으로 바뀐 상태였습니다. 그래도 3박4일간의 짧은 옛 주인을 기억해준 까미가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릅니다.
혹시 내 차에 탔던 기억을 할까 싶어 차문을 살짝 열어놓으니 녀석은 여지없이 운전석에 훌쩍 뛰어올라 포즈를 취하는 것이었습니다. 아버지 말씀에 따르면 까미는 매우 강해졌다고 합니다. 더 이상 사람의 품안에서 자라는 애완견이 아닌 시골에서 최고의 재산인 소를 지키는 영악한 개가 됐다고 합니다.
한번은 목사리가 풀어져 2km가 넘는 논까지 어떻게 알고 달려 왔답니다. 추수를 하고 있던 참인데 아버지께서는 녀석을 벼포대에 담아 경운기에 태워 집에 데려갈 참이었는데 순간 탈출을 하고 말았답니다. 다시 논으로 돌아오지 않을까, 길을 잃어버리면 어쩌나, 사람들한테 붙잡혀가지 않았을까 걱정하며 일을 마치고 돌아오니 녀석이 제 집에 들어앉아 있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