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둑 일부 붕괴...주민 대피중

13일 대구경북 사망·실종 20명...인명피해 더 늘듯

등록 2003.09.13 12:10수정 2003.09.13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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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13일 오전 대구를 가로지르는 신천이 태풍 매미의 영향으로 일부 침수되고 시설물이 파손됐다.

13일 오전 대구를 가로지르는 신천이 태풍 매미의 영향으로 일부 침수되고 시설물이 파손됐다. ⓒ 오마이뉴스 이승욱

<2신 : 13일 오후 8시20분>

낙동강 둑 붕괴, 주민대피...대구 경북 사망·실종 20명

(대구=연합뉴스) 박순기.김효중.이덕기.이강일.한무선 기자 = 태풍 `매미'가 휩쓸고 지나간 대구.경북지역은 지역별로 피해상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피해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대구·경북지역은 이번 태풍으로 13일 오후 8시 현재 12명이 숨지고, 8명이 실종됐으며, 24명이 부상한 것으로 잠정집계됐다.

또 가옥 900여채가 침수돼 2천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공급이 중단된 19만여가구 중 3만여 가구의 주민들이 이틀째 어둠 속에서 우울한 추석연휴를 보내고 있다.

동해안 가두리양식장 유실과 농촌지역 농작물 및 과수 피해도 계속 증가하고 있어 농.어민들이 시름에 잠겨 있다.

▲인명피해 = 13일 오전 8시20분께 대구시 달성군 가창면 우록리 하천에서 갤로퍼승합차(운전자 박종하.48)와 쏘나타승용차(운전자 서호순.37) 등 차량 2대가 급류에 휩쓸려 박씨와 서씨가 미처 빠져나오지 못해 숨졌다.


또 오전 3시30분께 대구시 달성군 유가면 음리 곽남순(65.여)씨 집이 불어난 물에 유실되면서 집안에 있던 곽씨가 현풍천에 휩쓸려 숨졌고, 같은 시각 경북 영양군 일월면 가곡리 주택에서 불편한 몸으로 혼자 살던 조숙영(62.여)씨가 불어난 물을 미처 피하지 못해 숨진 채 발견됐다.

오전 0시 50분께 봉화군 소천면 남회룡리 방동규(43)씨 집에 산사태로 흙더미가 덮쳐 잠자던 방씨와 방씨의 아들 주환(15)군, 어머니 정옥연(83)씨 등 일가족 3명이 매몰됐다.


오전 1시 10분께 경북 울진군 울진읍 신림리 장수복(73)씨 집에 산사태로 흙더미가 덮쳐 장씨의 손자 은우(11)군이 숨졌고, 아들 영철(45)씨 등 추석을 쇠러왔던 일가족 21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이밖에 오전 4시께 경북 울릉군 서면 구암리 구암초소에서 경비근무를 하다가 안전지대로 대피하던 경북경찰청 울릉경비대 소속 정선일(23)수경과 이동기(21)이경, 조성인(20)이경 등 3명이 파도에 휩쓸려 실종됐다.

▲재산피해 = 오후 8시 현재 대구.경북지역의 재산피해액은 12억원, 24억원으로 각각 잠정집계됐으나 피해규모는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주택 30여채가 부서지고 700여채가 침수됐으며, 도로.교량 34개소, 하천시설 13개소, 수리시설 8개소 등 공공시설 71개소가 파손됐다.

그러나 대구와 경북도재해대책본부는 정전과 교통 및 통신 두절 등으로 지역별 수해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 본격 조사가 이뤄지면 피해 규모는 엄청나게 불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낙동강 둑 붕괴 및 주민대피 = 오후 7시35분께 대구시 달성군 화원읍 성산리 앞 낙동강 성산제방이 무너졌다.

이 사고로 화원 삼주아파트 주민 등이 긴급 대피하고 있다.

낙동강 홍수통제소는 현풍지점과 낙동지점에 대해 낙동강 홍수 경보를 발령 중에 있다.

또 오전 7시30분께 의성군 구천면 미천리 미천둑 2곳이 무너져 미천 1.2리 주민 등 230여명이 대피했다.

의성군 비안면 60가구 230명과 군위군 14가구 주민 30여명도 아직까지 이웃 집과 마을회관 등지에 대피 중이다.

▲수산물 = 태풍이 경북 동해안을 빠져 나가면서 해상 가두리 양식장 유실, 어선 전파 또는 반파 등 수산 관련 피해액이 30억-40억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잠정 추산됐다.

포항시 남구 장기면 모포, 신창, 구룡포읍 하정리 등 동해연안에 설치된 해상 가두리 양식장 5곳이 파손되면서 양식 중이던 우럭 등 양식어 50만-60만 마리가 바다로 유실됐다.

또 멸치잡이 구획어장 5곳(면적 10㏊)이 파손되고, 항.포구에 대피해 있던 1-5t 미만 소형어선 29척이 침몰 또는 전.반파됐다.

▲농작물 = 태풍이 통과했던 경주를 비롯해 영양, 청송, 의성 등 경북 내륙지방의 농촌 들녘이 쑥대밭으로 변해 버렸다.

오후 8시 현재 7천여ha의 논이 물에 잠기고, 3천여ha의 벼가 쓰러졌으며, 낙과피해도 8천900여ha로 잠정집계됐다.

경주 서면은 과수농가의 80%가 낙과 피해를 입었으며 상주지역은 사과 300ha, 배 240ha 등 540㏊가, 의성은 240㏊에서 수백t의 사과가 떨어졌고 영주도 70㏊의 사과피해를 입었다.

특작물 재배지로 유명한 대구 달성 지역의 비닐하우스 수백동이 물에 잠기기도 했다.

▲복구 = 경북에 비해 재산피해가 적은 대구는 태풍이 지난간 뒤 이날 공무원과 경찰, 군인, 봉사단체 자원봉사자, 시민 등이 침수지역 물빼기와 넘어진 가로수 및 전신주 치우기 등의 복구에 구슬땀을 흘렸다.

그러나 경북은 피해실태 조차 파악이 안돼 본격적인 복구작업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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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이승욱



<1신 : 13일 낮 12시>

대구 관통 '매미', 관측이래 최고 풍속 기록


제14호 태풍 '매미'(MAEMI)는 대구기상대 관측이래 최대 풍속을 기록, 각종 피해를 속출시키면서 대구를 관통했다.

대구기상대에 따르면 전날밤 '매미'의 순간 풍속은 초속 33m로, 지난 59년 관측 이래 최대 풍속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강우량은 187mm로 1907년 관측 이래 네번째로 많았다.

13일 오전 '매미'가 할퀴고 간 대구시내 곳곳에는 비가 그치고 바람이 잦아들어 다소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시내 곳곳에는 여전히 가로수와 신호등 등이 쓰러져 있고, 입간판이 떨어져 나가거나 공사장의 임시벽면이 무너지는 등 전날 불었던 태풍의 피해가 그대로 목격되고 있다.

특히 수성구 범어동 어린이회관 앞 네거리 등 전날 침수피해를 겪었던 도로에는 토사가 도로를 메우고 있어 차량과 시민들이 통행에 불편을 겪고 있다.

대구경북 공식 사망 집계 5명...인명 피해 더 늘듯

대구시재해대책본부는 13일 오전 10시 현재 '매미'에 의한 공식적인 인명피해는 달성군 유가면에 사는 곽모(64. 여)씨 1명으로 집계하고 있다. 곽씨는 13일 새벽 3시 30분쯤 자신의 집이 유실되면서 실종돼 현풍천 하류에서 발견됐다.

하지만 공식적인 집계 외에 대구시내 신천에 떠내려온 60대 남자의 시신이 발견되는 등 태풍 매미로 인한 인명피해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경북도의 경우 인명피해는 더 심각한 수준이다. 13일 오전 9시 현재 경북도재해대책본부의 인명 피해 집계에 따르면 경북 포항과 군위, 울진, 영덕 등지에서 사망 4명, 그리고 포항과 성주지역에서 실종 2명이 집계됐다.

경북지역은 청도 256.1mm, 경산 246.6mm 등으로 강우량 집계를 보였고, 경북지역 평균 강우량은 172.2mm를 기록했다.

이외에도 대구경북지역에서는 각종 정전사태와 침수피해, 그리고 이재민이 발생했다.

a 대구시내 일부 도로가 침수된 후 쌓인 토사로 통행에 불편을 끼치고 있다.

대구시내 일부 도로가 침수된 후 쌓인 토사로 통행에 불편을 끼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승욱

대구에서는 동구 신기동, 달서구 등 전날밤부터 이날 오전까지 총 4만 7천가구에서 정전사태를 겪었고 경북도의 경우 15만세대가 정전으로 어두운 밤을 지새워야 했다.

대구에서는 달성군 현풍면, 가창면, 유가면 등 일대에서 500세대가 하천 범람으로 면사무소와 인근 학교 등으로 대피하는 소동을 빚었고, 경북 영양군, 의성군 등 800여 주민들도 대피했다 13일 오전 중으로 귀가하기도 했다.

대구를 가로지르는 신천주변 도로의 침수사태도 겪었다. 전날 태풍의 영향으로 신천동로 등 대구지역 31개소에서 교통통제가 있기도 했다.

이번 태풍으로 대구월드컵경기장 주변 히말리야시다 등 나무 50그루가 쓰러지고 남구 봉덕동에 있는 미군부대 담장이 붕괴돼 일부 차량이 파손되는 피해를 입었다.

한편 경북 상주시 낙동면 신상리와 중동면 죽암리 사이 11번 시도 450m구간과 중앙고속도록 안동방면 126Km지점이 토사유출로 전면 통제되고 있는 등 경북관내 12군데 도로에서 전면·부분통제가 이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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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이승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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