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

김형경 장편 소설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

등록 2003.09.16 19:10수정 2003.09.16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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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이당
"인혜는 사랑에 빠진 많은 이들이 자신의 사랑이 아주 특별하고 위대하며 고유하다고 말하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헤쳐 온 난관이 가장 험하고, 자신들의 용기가 가장 높으며, 자신들의 사랑이 끝내 해피 엔딩에 이르렀음을 자랑했다. 인혜도 처음에는 그랬다. 각각의 사랑이 특별했고 각각의 연인이 위대했다. (중략) 많은 사랑을 한 다음 인혜가 깨달은 사실은 모든 사랑이 첫사랑이라는 점이었다."

당신이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은 무엇인가요? 상대방의 외모, 분위기, 성격, 경제력, 가치관 등등 사랑을 선택하는 데에는 다양한 기준이 있습니다. 당신이 선택한 그 기준이 옳고 그른지에 대해서는 당신 자신만이 판단할 수 있을 뿐이지요.


우리는 다른 사람과 맞추어 자신의 기준을 따지지 않으려고 노력하지요. 그 기준이 어떠하든지 간에 그 사람을 당신의 사랑으로 선택하였다면 아름답고 즐거운 일들이 가득하기를, 그리고 슬픔이 있다 해도 극복할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 우리 모두의 마음입니다.

이 책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은 그런 면에서 서로 다른 기준 속에 사랑을 이루어 가는 두 여인, 그리고 그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중고등학교 시절을 함께 보낸 이 두 친구는 오랜 기간 동안 떨어져 지내다가 어느 날 우연히 여성들의 모임에서 만나게 됩니다.

'오여사'라는 명칭의 이 모임은 삼십대 후반의 여성들이 모여서 우리 사회 여성들의 삶에 대하여 토론하는 작은 모임입니다. 삼십대 후반의 독신녀와 기혼자, 건축가, 광고 담당자, 여성학자 등 서로 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여성들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자는 것이 이 모임의 취지입니다.

모임에서 다시 만나게 된 세진과 인혜는 학창 시절 단짝 친구였다가 대학에 들어가 각자 사랑과 삶을 찾으면서 자기 길을 가게 된 사람들입니다. 이 두 여인의 삶은 어린 시절 그들이 생각했던 것과는 많이 다르지요.

세진은 어린 시절 이혼한 부모 밑에서 혼란스러운 자기 정체성을 체험한 여성입니다. 물론 자라서는 성공한 건축가가 되었지요. 하지만 그녀가 겪었던 삶의 질곡들은 그녀가 맘 편히 생활하도록 놓아주지 않습니다.


부모의 이혼으로 인한 상실감, 대학 시절 당했던 성폭행의 경험, 그 후에 만나는 남성들과의 갈등은 그녀를 온갖 혼란 속에 침윤하게 합니다. 그녀는 자신의 내적 고통을 치유하는 방법으로 한방, 종교, 상담 등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하지요. 하지만 끊임없이 괴로움을 느끼고 삶의 무게에 짓눌려 버둥거립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성공한 듯한 이 여성의 내면에는 번뇌로 가득 차 있습니다. 세진은 자신의 내적 괴로움을 정신과 의사와의 지속적인 면담을 통해 밖으로 풀어 낼 수 있었습니다. 물론 근본적인 치유는 어려웠지만, 그러한 과정들을 통해 그녀는 자신의 괴로움의 근원이 무엇인지 발견하고 그것을 인정하고 수용할 수 있었지요.


인혜는 세진과 달리 평범하고 화목해 보이는 가정에서 자란 여성입니다. 하지만 그녀는 대학 시절 열애 끝에 성급한 결혼을 하고, 결국 이혼에 이르고 맙니다. 이혼한 여성으로 이 사회를 살아가면서 남성들에 대한 동정심을 갖고 있는 것이 바로 인혜의 모습이지요.

그녀는 남성들의 내면에 웅크리고 있는 어린 아이의 모습을 발견하고 그것을 치유해 주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세진이나 다른 오여사 모임의 여성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여성들 안에도 똑같은 아이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지요. 물론 그녀 안에도 보살핌을 받길 원하는 어린 아이가 자리잡고 있다는 것도.

작가는 서문에서 이야기합니다.

"처음에 나는 밤송이 하나를 받아 들고 그것이 인생이라 여기며 쩔쩔매고 있었던 것 같다. 겨우겨우 밤송이를 까고 그 안의 것을 꺼내 들었을 때는 그것이 인생인가 싶었다. 그럼 그렇지, 어떻게 산다는 게 밤송이 같을 수가 있는가."

"나는 아직도 사는 게 무엇인지 모르겠다. 이만큼 살면서 내가 터득한 게 하나 있다면 어떤 실수든 어떤 시행착오든 일단 저질러 놓고 보는 게 낫다는 것뿐이다. 앞으로 삶은 반복되는 실수와 시행착오로 이어질 것이다. 문제는 그 경험들을 통해 무엇을 배우는가 하는 일일 것이다. 이번 작품을 쓰면서야 나는 그것을 알았다."

당신이 화려한 사랑의 실패로, 자신 삶에 드리운 어두운 그림자 때문에, 견디기 힘든 인생의 무게에 괴로워할 때에 그런 생각이 들겠지요. 나는 아직도 사는 게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사는 게 왜 이렇게 밤송이처럼 따갑기만 하냐고. 하지만 당신의 삶이 어떤 모습인지 바로 알려줄 상대는 바로 자기 자신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주인공 인혜와 세진처럼 오랜 기간 그것을 느끼지 못하고 달려 왔을 뿐이지요. 그러니까 인혜와 세진처럼 어느 순간 자신 삶을 돌이켜 보면서 발견할 지도 모르겠네요. "내 삶은 이런 모습으로 이루어졌구나, 앞으로는 이런 모습으로 살아야겠구나, 그리고 내 사랑의 색깔은 이런 색이었구나".

삶의 모양과 사랑의 색깔은 사람마다 각각 다르겠지요. 그것이 바로 당신이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일 것이구요. 그 사랑의 기준과 색깔, 삶의 모양이 어떠한 형태이든지 간에 당신이 선택한 이상 그것은 특별할 것입니다. 그 특별한 기준이 마음 속에 그려지시는지요?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 1 - 개정판

김형경 지음,
사람풍경,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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