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 문화가 바로서는 그날까지

교통 사고 예방 전도사, 대전 중부서 김팔기 계장

등록 2003.09.18 09:19수정 2003.09.21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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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영
"도로에서 자동차가 이동하는 것이 교통입니다. 교통이 있는 곳에는 사고가 있기 마련이지만 그렇더라도 교통 사고로 인한 사망 사고는 없애야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것을 위해 제 역할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계속해서 교통 안전 강연회를 다닐 생각입니다."


교통 사고 없는 대한민국을 위해 팔을 걷어 부친 사람이 있다. 대전 중부경찰서 교통 사고 조사계 김팔기(55) 계장은 지난해 1월 교통 사고 조사계에 부임한 직후부터 강연회를 다니며 교통 사고 예방을 위한 전도사를 자임하고 있다.

컴퓨터가 보급되기도 전인 지난 82년부터 컴퓨터를 배우고 활용했다는 김 계장은 전산에 취미가 있다보니까 교통사고 관련 통계를 내봤다고 입을 열었다.

"교통사고로 인한 희생자들을 분류해보니 한 가정의 가장이나 경제적 활동을 하는 사람이 주로 교통 사고를 당하더군요. 가정을 이끌어가는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는 사람이 사고를 당해서 가정이 파괴되는 것을 많이 봤습니다. 꼭 해야 할 직무는 아니었지만 우리나라 교통 사고 현주소를 고민하게 됐습니다."

그는 균형이 잡히지 않은 우리나라의 교통 문화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삼위일체가 이뤄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첫째가 교통 안전에 관한 교육이 정책적으로 수행돼야 한다는 것. 공식적으로 교통 안전 교육을 해주는 데가 없다보니 많은 사람들이 무지할 수밖에 없다며 수능 시험에 교통에 관한 문제가 1문제라도 출제된다면 5년 이내에 교통 선진국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둘째로는 미비한 시설 개선을 꼽았다. "65세 이상 노인 교통 사고율을 분석해봤어요. 거의 무단 횡단에 의한 사망인데 이를 위해선 보도, 차도를 구분 짓는 울타리를 설치해야합니다. 중앙선 침범은 사망사고와 직결되고 대형 사고로 까지 번집니다. 때문에 중앙 분리대가 있어야하죠."

그리고 그가 마지막으로 주장하는 것이 지도와 단속. 무단 횡단의 위험성을 지도한 후 위법 사실이 명백하면 단속이 진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 3가지가 완벽하게 이뤄져야 올바른 교통 문화가 완성되는데 우리나라는 첫 번째와 두 번째가 생략되기 때문에 미흡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김 계장의 주장.


"교통 안전에 대한 교육이나 시설에 대한 개선 없이 지도와 단속에 의존한 교통 문화다보니 시민들에게 경찰관만 욕을 먹고 있습니다. 교통 사고를 낸 당사자도 교육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거나 시설이 미비한 상황에서라면 선의의 피해자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교통 안전 교육을 효과적으로 알리기 위해 교육 프로그램도 손수 제작했다. 어린이용 20분 분량과 일반인용 40분, 120분 분량을 제작했다. 프로그램 안에는 사고통계 유형, 사고 분석, 교통 안전 활동 분석 등 다양한 내용을 담았고 교통 사고 현장 사진을 싣기도 했다. 운전자 과실, 주위태만, 중앙선 침범, 음주 운전, 대형 사고로 인한 사고 현장의 실제 사진을 담음으로써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이 깜짝깜짝 놀랄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충격 요법. 프로그램 제작 당시에는 직접 촬영하거나 사진 수집을 다니면서 편집도 하고 야간작업을 해야만 했다.

"지식과 상식을 전달한다는 것은 받아들이는 사람이 잘 받아들여야 합니다. 제 이야기만 하면 일방적인 강연이 될까봐 질문이나 하고 싶은 말을 하도록 합니다.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주로 야간에 강연을 하기 때문에 피곤할까봐 120분 분량의 프로그램보다는 40분 분량을 사용하는데 의외의 반응에 깜짝 놀라곤 합니다."

질문 공세로 2시간 이상 강연이 이어진 적도 부지기수. 한 부분을 생략한다고 하면 다 해달라고 요청이 들어오거나 그가 제작한 프로그램의 인쇄 요청이 들어오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신이 난다는 김 계장. "야간에 일을 해도 주간에 업무 빠지는 것은 없어요. 제가 좋아서 또 원해서 하는 일이니까요. 그래서 특별히 어려운 점을 느끼지 못합니다."

학교나 개인 단체 등에서 강연 요청이 들어오면 언제든 대환영이다. 요청이 없을 때에는 운전을 업으로 하는 모임 등으로 직접 대상을 찾아나서 강연을 다니는 열성을 보이고 있다. 어느새 그의 강연을 들은 사람이 천명이 훌쩍 넘어섰다. 그의 프로그램은 몇 년 전 묵은 통계가 아닌 매주 월요일이면 업그레이드된다는 것이 최대 장점이기도 하다.

"제가 교통 안전 교육을 한다고 해서 효과가 바로 나타나는 것도 아니고 효과가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강의하고 난 뒤 사람들의 반응이나 여운을 보면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그것을 믿고 지금껏 강연을 다니고 있는 것이죠."

지난 73년부터 경찰 생활 시작한 김 계장은 교통 사고 조사계가 업무도 많은 고단한 부서이지만 그럴수록 자신의 할일이 많다는 신념으로 경찰직을 수행하고 있다.

'떠난 자리가 아름다운 사람이 되자'는 것이 그의 좌우명. 그렇기에 그는 맡은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있다. 언젠가 발령을 받으면 다른 부서로 떠나겠지만 아름다운 자리를 만들기 위해, 자신이 가진 지식을 총동원해 교통 사고에 의한 사망률을 줄이기 위해 노력을 기울인다. 김팔기 계장으로 인해 우리나라 교통 문화에 조금씩 작은 변화가 나타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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