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신고 누락은 실무자 불찰"

청와대, <동아>보도 '권 여사 투기의혹' 해명

등록 2003.09.19 10:58수정 2003.09.19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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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체: 19일 오후4시40분>

노무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와 관련, 부동산 미등기 전매의혹을 제기한 동아일보 보도에 대해 청와대는 "19일 분양권 전매 허용 이후 매각이 이뤄졌다"고 해명했다.

다만, 5년전 국회의원 신분의 노 대통령이 부인이 보유한 아파트를 재산신고 목록에서 누락시킨 것에 대해서는 명쾌한 해명이 이뤄지지 않았다.

권 여사 '대연동아파트' 관련일지

▲ 88년 8월3일 = 최모씨 등 15명과 함께 대연동 255의 10 일대 임야 3354m²구입. (권 여사는 2320만원 출자, 매매계약 개별체결)
▲ 96년 7월15일 = 장백건설사와 6755만8천원에 토지매각 계약 체결. 그 자리에서 670만원을 계약금으로 받음.
▲ 97년 7월경 = 장백건설사로부터 32평형(103동 804호) 아파트를 분양받음.
▲ 98년 9월18일 노무현 대통령(당시 국회의원)의 재산 신고. 권 여사의 아파트 소유사실 누락.
▲ 99년 3월 주택건설촉진법상 부동산 전매허용.
▲ 99년 7월 건설사가 새 분양계약자인 박모씨에게 분양권 매각. 매각자금으로 5천만원의 권 여사 토지매각잔금을 변제.
▲ 99년 9월 장백건설이 담보제공한 아파트를 분양, 5천만원을 잔금으로 받음.
<동아> 보도에 대해 청와대는 대변인 브리핑과 보도자료를 내고 적극적인 해명에 나섰다. 청와대는 또한 <동아>보도가 악의적이라고 판단, 법적대응에 착수했으나 아직 소송주체는 결정하지 않았다.

논란의 핵심은 권 여사가 아파트 분양권을 매각한 시점.

98년 8월 이전에 분양권 전매가 이뤄졌다면 주택건설촉진법 위반이고, 98년 9월 이후라면 노 대통령이 국회의원 재산신고에서 분양권 보유를 누락시켜 공직자윤리법 위반이 된다는 게 한나라당 김문수 의원과 <동아>의 논리였다.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장백건설이 새 분양계약자인 박모씨에게 분양권을 매각한 것은 99년 7월이었다"며 "장백건설이 박씨에게 분양권을 매각한 후 권 여사의 토지매각잔금(5천만원)을 변제했다"고 밝혔다. 부동산전매가 허용되는 주택건설촉진법이 만들어진 시점은 98년 8월이지만, 실제 법이 시행된 것은 99년 3월이기 때문에 같은 해 7월 권 여사가 건설사를 통해 분양권을 매각한 것은 불법이 아니라는 것이다.


청와대에 따르면, 권 여사는 96년 7월15일 약 6755만8천원에 자신의 토지를 건설사에게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고, 그 자리에서 10%의 선금(670만원)을 받았다.

그러나 아파트의 분양저조로 토지대금을 지급받을 수 없게 되자 장백건설이 권 여사 등 토지매도인 16명에게 토지대금에 대한 담보조로 미분양아파트 1채씩의 분양권을 제공했다고.


권 여사는 3년이 지난 후 아파트 분양권을 넘기면서 5천만원의 잔금을 받았지만 당시 아파트 분양난으로 인해 아파트값이 분양가보다 낮아져 1000만원의 잔금을 덜 받은 셈이다. (당초 계약상 잔금은 6085만8천원)

권 여사가 아파트를 미등기전매한 것이 아니라 미분양 아파트의 분양권을 일시적으로 담보 제공받았다가 장백건설이 아파트를 타인에게 분양함에 따라 매매잔금을 받았다는 것이 청와대의 설명이다.

그러나 권 여사가 '부동산 개발정보를 미리 알고 투자이익을 얻었느냐 하는 것'과 '건설사로부터 특혜 분양을 받았느냐'는 의혹은 구체적인 증빙자료가 나오지 않는 이상 영원한 의혹으로 남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 김수환 <닥터아파트> 팀장

"보통 투기적 성격을 이야기할 때는 ▲ 땅의 재개발이나 건물의 재건축 과정에서 건설사로부터 소유자(권 여사)가 특혜를 입어 예정된 평수보다 훨씬 넓은 평수를 얻었다거나 ▲ 분양당시 본인 이외 다른 사람의 이름을 이용해, 아파트를 2, 3채를 소유해 되팔아 시세차익을 얻는 경우가 많다.

이번 경우 아파트 한 채를 분양받아 이를 법이 허용하는 범위, 예를 들어 98년 8월이후 분양권 전매가 허용되는 시점에 아파트를 팔았다면 투기라고 보기도 어렵고, 오히려 정당한 사유재산 행사가 아닌가 생각한다.

건설사 등이 아파트 등 개발하기 위해 땅을 매입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아파트를 분양받는 과정에서 별도의 특혜을 입었다거나, 98년 8월 이전에 분양권을 되팔았는지가 확인이 안된 상태에서 불법을 이야기하는 것은 곤란하다."


- 함영진 <내집마련정보사> 팀장

"일단 미등기 전매(되파는 것)는 확실한 것 같다. 문제는 특혜여부인데, 2가지인 것 같다.

하나는 땅을 구입했을 때 개발 정보를 알고, 건설사에 되파는 과정에서 비싼 값을 받거나, 여기에 분양권까지 받았는지의 여부인데, <동아> 기사 내용만 보면, 의혹은 제기할 수 있지만 확실하게 특혜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없는 것 같다.

땅 구입년도가 89년이고, 건설사에 팔았던 해가 96년인 것을 보면 알박기(아파트 등 개발이 될 것을 미리 알고, 땅을 사두었다가 건설사에게 비싸게 되파는 부동산 투기꾼의 전형적인 방법)라고 보기도 어렵다. 또 89년이면 88 올림픽이 끝난 후 전국적으로 부동산 열풍이 불었던 때라 특정 개발 정보를 알고 땅을 샀을까하는 의문도 있다.

또 하나는 미등기 전매과정이 불법이냐, 아니냐인데, 이것도 아직 확인된 것이 없지 않은가? 98년 8월 이후에 거래가 이뤄졌다면 적법하게 이뤄진 것인데, 적어도 주택촉진법상에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그 이전에 이뤄졌다면 불법이 된다.

만약 시세차익을 올리기 위해 불법적인 전매를 하려고 했다면, 서류상으로 충분히 합법적으로도 할 수가 있었을 것이다. 예를 들어 계약 당사자끼리 전매 금지 당시에 계약을 했고, 나중에 적당한 때를 봐서 명의 변경을 하면 되기 때문이다.

기사에는 분양 받았을 때와 마지막 계약자가 서로 다른 것 하나만 가지고 불법적인 전매를 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물론 기사나 김의원(한나라)처럼 의혹은 제기할 수 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동아>가 의혹을 제기한 권 여사의 미등기 전매는 사실이나 청와대의 해명대로라면 '미등기 전매' 자체가 불법행위로서 논란이 되지는 않을 것 같다.

김 의원의 주장을 근거로 한 <동아> 보도는 대통령으로부터 명예훼손 소송을 당한 김 의원의 절박한 상황과도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은 조선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일에 대해 "이미 다 말한 내용을 말한 것이고 상대방이 나를 탄압하다보니까 이렇게 대응하는 것이다. (5월에 나온 이후 새로운 팩트는) 아무 것도 없다. 입증자료가 새로 나왔다는 것이다. 단지 그들의 거짓말이 밝혀질 뿐이지 새로운 사실이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19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는 "이 문제는 오래전부터 나온 얘기인데, <동아> 1면과 3면에 나온 것에 대해 해도해도 너무하지 않느냐는 의견이 많았다"고 윤태영 대변인이 전했다.

그러나 이같은 정황에도 노 대통령이 부인이 보유한 아파트를 98년 9월 국회의원 재산신고 과정에서 누락시킨 것은 개운치 않은 대목이다. 보유한 재산을 신고목록에서 누락시킨 것은 공직자윤리법 위반으로 볼 수 있으나, 이 법을 적용한다고 해도 경고 등의 가벼운 징계 이상의 처벌을 기대할 수 없는 내용이다.

윤 대변인은 "재산등록때 권 여사가 가지고 있던 토지매매 대금 채권이 신고에서 누락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실무자가 내용을 알지 못하여 발생한 불찰"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재산신고 과정의 문제점을 '실무자 불찰'로 돌리고 있으나 결과적으로 성실하게 재산내역을 신고하지 못한 노 대통령도 이번 사태의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같다.

네티즌들사이에서는 "부인의 부동산 투기를 감추기 위해 일부러 신고를 누락한 게 아니냐?"는 질책이 나오고 있다.

한편, 권 여사는 이 같은 논란을 뒤로하고 이날 오전 11시 경기도 고양시에서 열린 전국장애인기능경기대회 시상식에 참석해 입상자들에게 메달을 수여하고 참가자들을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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