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출입기자들과 간담회를 가진 이병완 청와대 홍보수석.오마이뉴스 이종호
"어제 신문을 보니 또 1면에 썼다. 이번 기사와 관련해 유일하게 문제가 있다면 공직자 재산공개 누락 정도이다. 굳이 이를 기사화하려면 기사밸류에 맞는 정도로 기사를 게재하는 게 옳다. 적어도 이 정도 해명을 했으면 청와대 해명에 맞는 기사를 쓰는 게 공정한 언론의 잣대가 아닌가? (이 문제를 함께 다룬) 신동아에서도 애초에는 기사 가치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들었다. (신동아의 한 기자도) '자기도 이해 못하겠다'고 하더라."
이 수석은 "동아 기사는 어떤 의미에서는 5월말 신문을 표절하다시피 한 내용 아니냐? 최근 굿모닝시티 사건과 관련해 동아가 언론사로서는 보기 드문 오보를 냈는데, 그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또 이런 기사를 내 보내냐?"고 동아의 아픈 상처를 건드렸다.
언론계에서는 동아의 땅투기 보도가 세계일보 5월 28일자 기사와 대동소이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사설을 통해 청와대의 의혹해명을 요구한 <세계일보>를 제외한, 대부분의 신문들(20일자)은 이번 사건을 한나라당과 청와대의 정치적 공방 수준으로 보도했다.
이 수석은 지난 19일 대통령과 종교계 원로들의 오찬에서 김수환 추기경이 '언론사주들을 만나라'고 제의한 것에 대해서도 이렇게 말했다.
"이런 마당에 포용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이런 언론의 횡포를 보면 강원룡 목사의 말처럼 '언론이 정보부보다 더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 (보도에 있어서) 공정한 기준을 가지지 않으면 언론이 '사회적 공기'가 아니라 '사회적 흉기'도 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비서관들과 회의하면서 동아 취재에는 일체 응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누군가의 말대로 동아 보도는 디지털 시대에 무성영화, 흑백영화에 나오는 변사의 목소리를 듣는 것 같다."
이 수석은 출입기자들에게 "합리적이고 공정한 잣대로 정부를 비판할 것이 있으면 해라"라며 "그러나 적대감과 악의를 그대로 표출하는 보도는 법적, 제도적 원칙으로 분명히 대응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언론정책의 전향적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됐던 이 수석이 '언론과의 긴장'을 재천명했기 때문인지 간담회가 끝난 후 대부분 기자들은 떨떠름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다음은 이 수석과 출입기자들의 일문일답.
- (동아 기자의 질문) 이번 보도를 악의나 저주로 보는 근거가 무엇인가? 이번 건이 사실이 아니라고 말한 적이 있나?
"죄송하지만, 동아일보 취재에는 응하지 않겠다. 그만한 가치와 편집의 비중이 있었는지는 언론계 사람들이 판단할 수 있는 게 아닌가?"
- 법적 제도적 대응이라는 게 무엇인가.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조치를 다하겠다는 것이다. 언론과 정부의 관계 정상화에 대한 원론적인 생각은 여러분이나 대통령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런 부분에 대한 노력은 계속될 것이다."
- 동아 기사에 대해 법적 조치를 할 부분이 있나.
"지금 검토중이다."
- 대통령과 이 문제를 상의한 적이 있나.
"홍보수석의 독자적 판단으로 하는 것이다. 대통령과 이 문제로 대화를 나눈 적은 없다."
- 극단적인 가정으로, 동아 기자가 대변인에게 전화해도 받지 않겠다는 것인가.
"대변인에게 그렇게 해달라고 요청하고 싶다. 그러나 대변인은 또 대변인으로서 다른 입장이 있기 때문에…."
(윤태영 대변인은 이에 대해 "고민을 해봐야겠다"고 유보적인 답변)
- (동아 기자의 질문) 세계일보 난 것과 달리 이번 보도는 자료가 확보된 것 아닌가? 편집국이 (기사의 비중 등은) 자체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것 아니냐.
"질문에 응하지 않겠다."
- 그래도 홍보수석은 공인 아닌가.
"공인으로서도 마찬가지다."
- 동아에 대한 취재거부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공식 제안, 확대할 생각인가?
"아직 그럴 생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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