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오페라 '아이다', 엑스트라 출연료 미지급 논란

등록 2003.09.23 12:15수정 2003.09.23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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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아이다' 홈페이지
오페라 '아이다' 홈페이지아이다 사무국
지난 19일 제작비 80억원이 투입되고 실제 말·코끼리·낙타 등 70여 마리의 동물과 1500여명이 출연하는 등 오페라 사상 최대 규모를 자랑하며 화려하게 막을 올렸던 오페라 '아이다' 주관사인 C사에서 400여명 보조출연자(엑스트라)들의 출연료를 지급하지 않아 말썽이 일고 있다. 더구나 이번 관객 수입이 약 40억원으로 제작비의 절반 정도에 그치는 등 적자폭이 커 출연료가 지급될 지 미지수다.

C사가 보조출연자들과 체결한 '연기자 계약서'에는 "출연료로 일금 30만원과 공연티켓 2매씩을 제공한다", "출연료 30만원에 대해서는 50%를 2003년 9월 18일, 50%를 9월 20일 20시까지 지급하며, 공연티켓 2매는 9월 15일 제공한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C사는 공연이 끝난 다음날인 24일까지 출연료 지급을 하지 않은 상태이고 티켓도 16일에야 제공했다고 한다. 현재 제작사측에서는 이번 달 말까지 출연료를 지급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계약서 "18·20일 양일간 100% 지급"

보조출연자는 대부분 학생들로 구성됐다. 이들은 전문연기자가 아니라 7월초부터 관리대행사 등을 통해 모아진 초보자들. 이들은 신청한 순서에 따라 빠르면 지난 8월초부터 거의 매일 2~3시간 이상 대기를 하며 연습을 시작했다고 한다.

이들 보조출연자들이 가장 문제로 삼고 있는 부분은 C사측에서 계속해서 말바꾸기를 했다는 것. 이번 공연에 에티오피아 노예역을 맡았던 김아무개(25)씨는 "계약서 내용을 이행하지 않은 것도 문제지만 계속해서 말바꾸기 한 것이 가장 심각하다"며 언성을 높였다.

김씨의 말에 따르면 C사 측은 출연료 지급을 하기로 했던 18일, 이런 저런 이유로 '1막이 끝난 뒤' '2막이 끝난 뒤'로 미뤘고, 이런 식이 반복되면서 지금까지 왔다고 한다. 공연 당시 보조 출연진들의 커뮤니티 카페(cafe.daum.net/poemaidapeople)에는 주최측을 비판하는 글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사무국 말에 오류가 너무 많아요. 아까(9월 20일 오후)는 분명 3시30분에 준다는 약속을 무슨 호떡 뒤집듯이 공연 끝나고 준다고 약속을 바꿉니다. 또한 갑자기 그라운드석 티켓을 주겠다고 합니다." (ID : 쮜니~냐하)

C사와 연기자들간 체결한 계약서 사본. 빨간 줄이 쳐진 부분이 출연료 관련 부분이다.
C사와 연기자들간 체결한 계약서 사본. 빨간 줄이 쳐진 부분이 출연료 관련 부분이다.오마이뉴스
한 출연자는 "나중에는 오히려 '우리를 믿지 못하겠나'라며 오히려 언성을 높이기까지 했다"며 "줄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한숨을 쉬었다.


공연 마지막 날인 21일 참다못한 이들은 출연 거부를 하겠다며 C사 측과 논쟁을 벌여 공연이 40여 분 가량 연기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이번 공연에 참여했던 관련업체 관계자는 "인력 수급이 쉽지만은 않은 상황에서 순수하게 대형 오페라에 서고 싶다는 마음으로 많은 사람들이 참여했다"며 "다른 어떤 것보다 먼저 고생한 출연진들에게 지급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제작사측을 비판했다.

이번 공연에 직·간접적으로 발을 들여놓은 업체들도 일부 출연진과 마찬가지로 받아야할 경비를 지급 받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하다못해 출연진 도시락을 제공했던 업체조차 잔금을 받지 못했다는 것.

이번 공연에서 보조 출연자들 관리대행을 한 업체 관계자는 이와 관련 "이번 주말까지 해결되지 않으면 공연에 참여했던 10여개 에이전트사들과 함께 소송에 들어갈 것"이라며 "심지어 이태리 스태프조차 경비 문제의 불투명함 때문에 '다시는 한국과 일하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한다"고 C사의 무책임을 꼬집었다.

"예상 못할 적자...말 바꾸기 안 했다"

하지만 제작측은 예상외의 적자 때문에 출연료를 지급하지 못했을 뿐 말바꾸기를 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C사 한 관계자는 "태풍때문에 국민 정서상 고가 티켓을 구입하지 않았던 것 같고, 비 또한 계속 내려 예상외로 관객이 적었다"며 "자금난을 겪으면서 공연을 했고 그러다 보니 지급할 부분에 대해 미뤄졌다"고 말했다. 그는 "말을 바꾸면서 거짓말하지는 않았다"고 출연진들의 주장을 부인했다.

주최사 측은 적어도 10만명 이상 15만명의 관객을 예상했지만 총 6만 명의 관객이 입장했다고 밝혔다. 총 수입은 약 40억원으로 제작비의 절반 수준.

C사 관계자는 "21일 저녁 (출연자 대표들과) 9월 30일 마무리 짓는 걸로 협의했다"며 "이는 출연자 대표들과 나눈 내용"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에 대해 한 보조출연자는 "26일까지 받기로 했는데 또 날짜가 바뀐 것 같다, 믿어야할지 모르겠다"며 "지금까지 이런 식으로 말바꾸기를 계속했는데 답답하다"고 말했다.

"출연료 지급 안된 것 자체가 준비 안된 공연"

이러한 과정에 대해 공연 전문가들은 몸짓만 거대해진 채 내실 있는 준비가 이뤄지지 않는 대형 공연에 대해 비판했다.

한 공연 기획자는 "흥행에 참패했기 때문에 보조출연자들의 출연료를 못 줬는데,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대단히 한국적인 것이고 비전문적인 것"이라며 "우리나라에서는 오페라 수요가 많지 않은 상황이고 그렇기 때문에 코끼리, 낙타 등을 등장시켜 아이들로 하여금 함께 올 수 있도록 한 것 같은데 투자로 봐서 적절한 마케팅도 아니었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오페라 기획자 역시 "연주자들의 능력은 대단했지만 확성기를 통해 나오는 목소리는 감동을 주지 못했다"고 평가한 뒤 "우리나라 공연현실이나 규모로 봤을 때, 수십억원의 돈이 왜 이태리 사람들에게만 돌아가야 하는지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의 주요 연주자들은 대부분 이태리 사람들이었고 실제로 이들의 출연료는 제작비의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고 한다.

공연에 관여했던 대행사 관계자의 말이다.

"수십 억을 주무르던 회사에서 얼마 안 되는 출연료를 제때 지급하지 못했다는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 적은 액수라도 가장 고생한 친구들 먼저 챙겨줘야 하지 않았을까."

"총 3시간 공연에 40분 무대 위에 올라"
'아이다' 보조출연자들은 이랬다

▲ 보조 출연진들이 잠실주경기장에서 연습을 하고 있다.
ⓒ김현명

이번 오페라 '아이다' 공연에서 보조출연진들은 총 830명이다. 1500여명의 출연진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우선 이들 중 400여명은 인천의 한 고등학교 학생들이고 나머지는 대행사를 통해 참여하게 된 사람들. 주로 일반 대학생들이라고 한다.

애초 주최측에서는 보조출연자들 역시 전문 연기자들을 고용했다. 하지만 비용과 일정 문제 때문에 부득이하게 순수 아마추어 연기자들로 교체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방학, 휴가철이 겹쳐 인원 모집이 늦어졌고 연습시간이 총 한 달에서 한달 반밖에 되지 않았다.

8월 29일부터 거의 매일 연습에 참여했다는 조아무개씨는 "노래나 대사는 전혀 없었고 노예처럼 음악에 맞춰 걷든지 대기하곤 했다, 그 가운데 무릎도 꿇고 하늘에 원망하는 표정연기도 해야 했다"고 자신의 연기에 대해 설명한 뒤 "총 3시간 가량 시간 중 40여 분은 무대에 올랐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연습할 때 오후 2시까지 오라고 해놓고 저녁 8시가 돼서야 연습에 들어가는 등 시간이 잘 안 지켜지는 것이 가장 힘들었고, 일정도 바로 전날 확정돼서 수업참여에 애를 먹었다"며 "출연료 관련 말이 계속 달라져 더욱 지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출연자는 "아무리 엑스트라라고 해도 적어도 출연자의 반 이상은 전문 연기자들로 채워졌으면 나머지 아마추어들이 보고 따라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전문 보조출연자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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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동안 한국과 미국서 기자생활을 한 뒤 지금은 제주에서 새 삶을 펼치고 있습니다. 어두움이 아닌 밝음이 세상을 살리는 유일한 길임을 실천하고 나누기 위해 하루 하루를 지내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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