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사와 연기자들간 체결한 계약서 사본. 빨간 줄이 쳐진 부분이 출연료 관련 부분이다.오마이뉴스
한 출연자는 "나중에는 오히려 '우리를 믿지 못하겠나'라며 오히려 언성을 높이기까지 했다"며 "줄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한숨을 쉬었다.
공연 마지막 날인 21일 참다못한 이들은 출연 거부를 하겠다며 C사 측과 논쟁을 벌여 공연이 40여 분 가량 연기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이번 공연에 참여했던 관련업체 관계자는 "인력 수급이 쉽지만은 않은 상황에서 순수하게 대형 오페라에 서고 싶다는 마음으로 많은 사람들이 참여했다"며 "다른 어떤 것보다 먼저 고생한 출연진들에게 지급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제작사측을 비판했다.
이번 공연에 직·간접적으로 발을 들여놓은 업체들도 일부 출연진과 마찬가지로 받아야할 경비를 지급 받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하다못해 출연진 도시락을 제공했던 업체조차 잔금을 받지 못했다는 것.
이번 공연에서 보조 출연자들 관리대행을 한 업체 관계자는 이와 관련 "이번 주말까지 해결되지 않으면 공연에 참여했던 10여개 에이전트사들과 함께 소송에 들어갈 것"이라며 "심지어 이태리 스태프조차 경비 문제의 불투명함 때문에 '다시는 한국과 일하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한다"고 C사의 무책임을 꼬집었다.
"예상 못할 적자...말 바꾸기 안 했다"
하지만 제작측은 예상외의 적자 때문에 출연료를 지급하지 못했을 뿐 말바꾸기를 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C사 한 관계자는 "태풍때문에 국민 정서상 고가 티켓을 구입하지 않았던 것 같고, 비 또한 계속 내려 예상외로 관객이 적었다"며 "자금난을 겪으면서 공연을 했고 그러다 보니 지급할 부분에 대해 미뤄졌다"고 말했다. 그는 "말을 바꾸면서 거짓말하지는 않았다"고 출연진들의 주장을 부인했다.
주최사 측은 적어도 10만명 이상 15만명의 관객을 예상했지만 총 6만 명의 관객이 입장했다고 밝혔다. 총 수입은 약 40억원으로 제작비의 절반 수준.
C사 관계자는 "21일 저녁 (출연자 대표들과) 9월 30일 마무리 짓는 걸로 협의했다"며 "이는 출연자 대표들과 나눈 내용"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에 대해 한 보조출연자는 "26일까지 받기로 했는데 또 날짜가 바뀐 것 같다, 믿어야할지 모르겠다"며 "지금까지 이런 식으로 말바꾸기를 계속했는데 답답하다"고 말했다.
"출연료 지급 안된 것 자체가 준비 안된 공연"
이러한 과정에 대해 공연 전문가들은 몸짓만 거대해진 채 내실 있는 준비가 이뤄지지 않는 대형 공연에 대해 비판했다.
한 공연 기획자는 "흥행에 참패했기 때문에 보조출연자들의 출연료를 못 줬는데,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대단히 한국적인 것이고 비전문적인 것"이라며 "우리나라에서는 오페라 수요가 많지 않은 상황이고 그렇기 때문에 코끼리, 낙타 등을 등장시켜 아이들로 하여금 함께 올 수 있도록 한 것 같은데 투자로 봐서 적절한 마케팅도 아니었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오페라 기획자 역시 "연주자들의 능력은 대단했지만 확성기를 통해 나오는 목소리는 감동을 주지 못했다"고 평가한 뒤 "우리나라 공연현실이나 규모로 봤을 때, 수십억원의 돈이 왜 이태리 사람들에게만 돌아가야 하는지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의 주요 연주자들은 대부분 이태리 사람들이었고 실제로 이들의 출연료는 제작비의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고 한다.
공연에 관여했던 대행사 관계자의 말이다.
"수십 억을 주무르던 회사에서 얼마 안 되는 출연료를 제때 지급하지 못했다는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 적은 액수라도 가장 고생한 친구들 먼저 챙겨줘야 하지 않았을까."
| | "총 3시간 공연에 40분 무대 위에 올라" | | | '아이다' 보조출연자들은 이랬다 | | | |
| | ▲ 보조 출연진들이 잠실주경기장에서 연습을 하고 있다. | ⓒ김현명 | 이번 오페라 '아이다' 공연에서 보조출연진들은 총 830명이다. 1500여명의 출연진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우선 이들 중 400여명은 인천의 한 고등학교 학생들이고 나머지는 대행사를 통해 참여하게 된 사람들. 주로 일반 대학생들이라고 한다.
애초 주최측에서는 보조출연자들 역시 전문 연기자들을 고용했다. 하지만 비용과 일정 문제 때문에 부득이하게 순수 아마추어 연기자들로 교체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방학, 휴가철이 겹쳐 인원 모집이 늦어졌고 연습시간이 총 한 달에서 한달 반밖에 되지 않았다.
8월 29일부터 거의 매일 연습에 참여했다는 조아무개씨는 "노래나 대사는 전혀 없었고 노예처럼 음악에 맞춰 걷든지 대기하곤 했다, 그 가운데 무릎도 꿇고 하늘에 원망하는 표정연기도 해야 했다"고 자신의 연기에 대해 설명한 뒤 "총 3시간 가량 시간 중 40여 분은 무대에 올랐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연습할 때 오후 2시까지 오라고 해놓고 저녁 8시가 돼서야 연습에 들어가는 등 시간이 잘 안 지켜지는 것이 가장 힘들었고, 일정도 바로 전날 확정돼서 수업참여에 애를 먹었다"며 "출연료 관련 말이 계속 달라져 더욱 지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출연자는 "아무리 엑스트라라고 해도 적어도 출연자의 반 이상은 전문 연기자들로 채워졌으면 나머지 아마추어들이 보고 따라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전문 보조출연자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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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형 오페라 '아이다', 엑스트라 출연료 미지급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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