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석
"저 소리 들려? 먹이가 맛있다고 지금 노래 부르는 거야."
"어떻게 사육사가 되셨어요?"
"먹고 살려고 했지.(웃음) 동물 사랑은, 무슨 얼어죽을 사랑 타령이야…."
잘 웃지도 않고 말에 꾸밈이 없는 솔직한 한 사육사의 무뚝뚝함이 고스란히 배어납니다. 말은 그렇게 해도 동물들 앞에만 가면 세상에 둘도 없는 아버지이자 어머니로 돌변합니다.
"하다 보니깐 자꾸 정이 드는데 나도 도무지 헤어날 수가 없더라고. 오래 전 인공 사육장이 없었을 때 어린 새끼가 태어나고 죽었던 일화가 있었어. 조금만 사람이 보살펴 주면 살 수도 있었는데…."
어느 새 18년의 경력을 쌓게 된 한 사육사는 84년에 개원한 동물원과 함께 서울대공원의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단순히 먹고 살기 위해 혹은 많은 돈을 벌어 성공하기 위해서라면 너무 고되고 비효율적인 직업이 아닐까요? 동물의 분뇨와 땀이 배인 작업복을 입고 24시간 대기하며 남이 안 보는 곳에서 휴일도 없이 일합니다.
뒤늦게야 한 사육사는 짧고 굵게 "좋으니깐 하지"라며 의미 심장한 말을 툭하고 던집니다. 백 마디 말이 과연 무슨 소용 있나요? 말은 아껴도 동물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과 손길 곳곳엔 진한 애정이 넘칩니다.
한편, '동물원은 동물의 인권 침해 장소다'하고 주장하는 동물 애호가들의 견해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지 조심스레 여쭤봤습니다.
"사람들은 한 쪽 면만 바라보는 것 같아. 동물원이 보호 시설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은 왜 하지 않는 줄 모르겠어. 사람의 작은 보살핌만 있어도 얼마든지 더 오래 건강하게 살 수 있는 동물이 있다는 건 보려들지 않아.
시멘트도 그래. 물론 시멘트가 동물에 좋다는 건 아니야. 하지만 청결이나 오염문제에 대해선 일반 토양보다 나아. 자연흙은 동물의 변과 같이 썩어 버리기 때문에 또 다른 오염과 병에 대한 문제를 유발시킬 수 있어. 그렇지 않기 위해선 토양을 자주 갈아 줘야 하는데 그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거야. 동물들 분유만 해도 다 비싸게 수입해서 쓰는데 정부는 동물원에 대해 아무 것도 지원해 주는 게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