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해씨 장례식 과잉진압 '후유증' 커

임산부·유가족까지 폭행... 한농연, 경찰청장 면담 추진

등록 2003.09.26 19:58수정 2003.09.26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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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치러진 고 이경해씨 장례 행렬에 대한 경찰의 과잉진압 후유증이 의외로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이하 한농연)에 따르면, 25일 현재 전국에서 35명 가량이 부상을 입고 치료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35명은 한농연 소속 회원들만을 집계한 것으로 전국농민회총연맹 소속 농민들까지 합하면 그 숫자는 50여명을 웃도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a 피멍이 깊게 배인 신지연씨 오른쪽 팔

피멍이 깊게 배인 신지연씨 오른쪽 팔 ⓒ 이국언

한농연은 이번 사태에 대해 "이경해 열사의 마지막 길마저 방패와 곤봉 군홧발로 핏빛으로 물들이고 상주를 욕보였다"며 "열사를 두 번 죽이는 씻을 수 없는 만행을 저질렀다"고 반발했다. 한농연은 23일 경찰청장의 면담을 요구한 상태다.

한농연에 따르면 조재교(서산시 운산면)씨는 전신 타박상과 함께 소장이 파열돼 현재 단국대병원에 입원해 있는 상태며 6개월의 요양이 필요한 상태다. 전북 순창에서 과수를 재배하고 있는 공형렬씨는 방패에 머리를 찍혀 한동안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위중한 상황에 내몰리기도 했으며, 이선형(전북 순창)씨는 전신타박상과 함께 이빨 2개가 부러졌다.

이밖에 강정회(진주시 지수면)씨는 우측 귓바퀴가 5㎝가량 심하게 찢어져 접합수술을 받았으나 휴유증이 겹쳐 수술 성공여부는 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며, 벼농사를 짓고 있는 임채점(무안농민회)씨는 갈비뼈 4개가 골절돼 1달 남짓 입원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태다.

남편 말리던 임신 5개월 부인도 구타당해

부상자 중에는 집단구타를 당하고 있는 남편을 뜯어말리던 임신 5개월의 부인이 함께 구타를 당한 사실도 있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신지연(29·전남 구례)씨는 인도에 있던 중 남편이 곤봉과 방패로 집단구타를 당하는 장면을 보고 달려들었다가 자신까지 집단구타를 당했다. 신씨는 임신 5개월 째이다.


신씨에 따르면 "이렇게 맞다가는 정말 큰일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임산부라고 울부짖고서야 조금 덜 때렸다"며 "아직도 울분이 삭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때 집단구타를 당한 남편 정영록(31)씨는 진단결과 뇌에 피멍이 들고 부어오른 상태여서 한동안 절대안정을 취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민들은 "영결식에 참석하던 사람들이어서 양복을 입고 있는 경우가 많고 장례행렬이라고 해야 얼마 되지도 않았다"며 "운구차를 탈취하기 위해 무방비 상태로 있던 농민들을 향해 무차별적인 폭행을 자행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천식환자 이경해씨 동생 얼굴에 소화기 뿌려

이날 경찰은 영결식에 참석한 농민뿐 아니라 운구차에 올라가 소화기를 뿌리며 유가족까지 폭행해 물의를 빚고 있다.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이경해씨의 동생 이종태(46)씨와 유가족 정수영(44)씨가 옷이 찢기고 곤봉에 맞아 머리에 부상을 입는 수모를 당했다.

a 며칠이 지난 지금도 양쪽 다리에 군데군데 멍이 들었다.

며칠이 지난 지금도 양쪽 다리에 군데군데 멍이 들었다. ⓒ 이국언

유가족 이청준(43)씨는 "형님(이종태)은 만성 천식환자로 약을 지참하고 다니는 형편인데 형님의 얼굴에 대고 소화기를 뿌렸다"며 "폐까지 흡수되면 진폐증을 유발할 수 있어 걱정이다"고 말했다.

또 이경해씨의 둘째 딸 이고은씨는 "농민들이 손에 든 것이 뭐가 있었느냐"며 "적당히 끝날 수도 있는 문제였는데 농민들이라고 우습게 본 것 아니냐"고 분개했다.

부상에 따른 치료비와 추수철 일손 부족도 부상자들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귀 접합수술을 한 강정회씨는 "귀 끝 신경조직이 잘 안 붙는다고 해 1주일정도 경과를 지켜봐야 한다"며 "경과가 좋지 않으면 썩어들어가 다시 떼내고 이식수술을 해야 한다"고 긴 숨을 내 쉬었다.

우엉과 마를 재배하고 있는 그는 "지금이 파종시기라 1년중 제일 바쁜 철이다"며 "안정을 취하라고 하지만 1년 농사가 걸린 이때는 하루 누워 있으면 몇 백만원이 손해여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돈업을 하는 신지연씨는 "일손을 거들던 남편이 어제 의식을 잃고 다시 쓰러졌다"며 "양돈 일을 모르는 사람한테 맡길 수도 없어 아파도 쉴 수 없는 형편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장례식에서 있었던 폭력을 생각하면 지금도 밤에 잠을 자다가도 벌떡 일어난다"며 "이경해 열사가 어떻게 죽어서 온 것인데 농민을 이렇게 대할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한농연은 지난 23일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 경찰청장의 면담을 요구한 상태다.

주요 부상자 상황

- 조재교(서산시) 전신타박상, 소장파열 / 수술, 6개월 요양 필요, 입원
- 이종규(서산시) 머리 심한 부상, 귀 내부출혈/ 의식회복, 수술 실시, 입원
- 신종하(진안군) 갈비뼈 골절, 타박상 / 한달 간 통근치료
- 공형렬(순창군) 머리부상, 5㎝ 깊게 찢김 / 입원
- 이선형(순창군) 전신타박상, 이빨 2개 부러짐
- 최종진(안동시) 이마 7㎝·뒷머리 17㎝찢김 / 입원
- 강정회(진주시) 우측 귓바퀴 심하게 찢김, 접합수술 / 입원
- 이대흥(남해시) 무릎연골 파손, 수술 / 입원
- 정영록(구례군) 전신구타, 뇌 피멍 / 입원
- 임채점(무안군) 전신구타, 갈비뼈 4개 부러짐 / 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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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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