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전투병 파병은 한반도 전쟁으로 되돌아올 것"

등록 2003.09.27 09:45수정 2003.09.27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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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6일 오전 11시 미대사관 앞에서 '미국의 이라크 전쟁 한국군 파병 요구에 대한 주한미대사에게 보내는 공개질의 기자회견'이 반미반전 북미불가침조약체결촉구운동본부(이하 운동본부) 주최로 개최되었다.

a 반미반전, 북미불가침조약체결촉구운동본부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반미반전, 북미불가침조약체결촉구운동본부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 불가침운동본부

시작시간보다 이른 시간부터 와서 기다리고 있는 수많은 기자들의 모습은 미국의 이라크 파병요구가 얼마나 민감한 사안인지를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기자회견 사전행사로 미국의 한국정부에 대한 부당한 이라크 전투병 파병요구를 규탄하는 구호를 참가자 전원이 함께 외쳤다. 더불어 미대통령 부시가 한국군을 사슬에 묶어 끌고 다니는 퍼포먼스를 진행하였다.

a 한국군을 사슬에 묶어 끌고다니는 부시의 모습을 통해 굴욕적인 한국의 모습을 나타낸 퍼포먼스

한국군을 사슬에 묶어 끌고다니는 부시의 모습을 통해 굴욕적인 한국의 모습을 나타낸 퍼포먼스 ⓒ 불가침운동본부

기자회견은 운동본부 강진구 집행위원장의 사회로 시작되었다. 운동본부 윤한탁 공동본부장은 대회사(취지설명)에서 "이라크에 파병하는 것은 부시의 침략, 독재행위를 도와주는 것이며, 이는 이후 한반도 전쟁을 부추기게 되는 위험천만한 행동"이라며 미국 파병요구 즉각 철회를 요구하였다.

이어 민가협 양심수 후원회 권오헌 회장의 미국의 이라크 파병요구에 대한 규탄발언이 이어졌다. 마지막으로 운동본부 홍석영 공동본부장의 공개질의서 낭독이 있었다. (공개질의서 전문은 아래에)

기자회견을 마친 대표진은 미대사관에 공개질의서를 전달하려 하였으나 경찰은 이를 막았다. 이 와중에 참가자와 경찰 사이에 실랑이와 항의가 이어졌다. 이후 참가자들은 질의서 전달 방해에 대한 규탄집회를 약식으로 진행하고 이후 다른 방법으로 반드시 공개질의서를 미대사관에 전달할 것을 다짐하면서 기자회견을 마쳤다.

a 운동본부 윤한탁 공동본부장이 미대사관에 공개질의서를 전달하려 했으나 경찰의 제지로 막혀있다

운동본부 윤한탁 공동본부장이 미대사관에 공개질의서를 전달하려 했으나 경찰의 제지로 막혀있다 ⓒ 불가침운동본부




미국의 이라크 전쟁 한국군 전투병 파병요구에 대하여

1. 미국은 한국군 파병부대의 규모와 한국군의 작전지역 및 임무에 대해 정확히 밝혀라

지난 9월23일 워싱턴 한미재계회의에서 롤리스 국방부 차관보는 '한국의 파병규모는 5천 명 선이 적절한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앞서 롤리스는 지난 17일 방미중인 한나라당 최병렬과 만나 '파병규모는 자체적으로 존속이 가능한 규모로 여단과 사단급 중간정도가 좋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이 정확한 공식발표는 미뤄둔 채 여러 통로를 통해 불분명한 정보를 흘림으로써 파병규모에 대한 온갖 억측이 난무하고 있다.

한국군의 작전지역과 임무에 대해서도 아직 공식적으로 아무것도 밝혀진 것이 없다.

미국 측은 한국군이 비교적 안전한 치안유지임무를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지만 최근 한국의 언론들은 한국군이 최대격전지역인 이라크 북부 모슬지역에 배치된 미 101강습사단과 교대임무를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보도하였다. 101강습사단은 미 이라크 침공의 선봉부대로 이라크 주둔 13만 미 병력 중 최정예 사단이다. 한국군이 101사단의 교대임무를 수행하게 된다면 그것은 이라크의 최전선을 한국군이 도맡는 것이며, 이라크 전쟁에 대한 정치적, 물질적 부담을 한국군이 모두 떠 안게 되는 것이나 다름없다.

한국군의 파병규모와 작전지역 및 임무는 우리 국민들이 파병문제를 옳게 판단하는데 필요한 기초정보이다. 미국은 기초적인 정보조차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은 채 미국에 우호적인 한국의 개별인사들을 통해 불분명한 정보를 흘려 우리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미국이 우방으로서 진심으로 우리 국민들의 의사를 존중한다면 미국의 요구사항에 대한 공식적 입장을 먼저 밝혀야 할 것이다.

이에 대한 미당국의 해명을 요구한다.

2. 미 당국은 한국 정부에 대한 파병비용전가에 대해 해명하라

미 당국은 한국군의 파병을 요청하면서 비용문제를 우리 정부에 전가하였다.

지난 23일 조영길 국방부 장관은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라크에 1개 여단 3천 여 명을 1년간 파병할 때 2천 억 원 규모가 들 것'이라고 밝혔다. 롤리스 차관보는 한국군의 파병규모를 최소 5천명 이상이라고 밝혔다. 만약 미국의 요구대로 파병규모가 결정된다면 파병비용은 천문학적인 숫자로 치솟게 될 것이다.

최근 경기불황으로 한국 경제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도 차기 예산을 초긴축 편성하였다.

한국 정부는 경기불황으로 초긴축 예산을 편성하면서도 미국의 전력증강 요청에 따라 오히려 국방비는 8%를 증액하였다. 경제위기가 가중되고 한국 정부의 군비부담이 증가되고 있는 시점에서 미국이 파병비용을 추가적으로 요구한다면 한국 경제는 회생할 수 없는 위기를 맞게 될 것이다. 미국이 한국과 아무런 이해관계도 없는 전쟁에 파병을 요구하면서 그 부담을 우리 정부에 전가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것이다.

지난 22일 미국의 스노 재무장관은 터키가 이라크전에 `협력'을 조건으로 터키에 향후 1년 반동안 총 85억달러(약 9조7천억원)를 대여 형식으로 원조한다는데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미국 측은 터키에 대한 지원이 파병과는 무관한 것이라고 해명하였지만 터키에 대한 경제지원이 파병에 대한 대가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만한 일이다.

한국정부에는 부담을 전가하고 여타 동맹국들에게는 파병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는 미국의 이중적 외교행태는 한국 정부와 우리 국민들의 무시하는 처사이다. 더욱이 미국은 대규모 파병을 요구하면서 한국의 부담을 덜어주기는 커녕 지난 23일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재계회의에서 10%의 원화절상을 요구해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한미우호관계를 강조하면서 우방국에 부담을 전가하는 미국의 행태는 우리 국민들의 반미감정을 자극하고 있다.

이러한 미국의 한국 정부에 대한 일방적인 외교행태에 대해 납득할 만한 해명을 요구한다.

3. 미 당국은 한국 정부에 대한 파병압력 의혹에 대한 진위를 밝혀라

최근 한국 언론은 '미국이 한국의 추가파병이 없을 경우 주한 미 2사단을 이라크에 배치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하면서 이것은 한국 정부에 대한 파병압력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한국군 파병문제의 실무담당자인 롤리스 국방부 차관보는 최근 미국을 추종하는 한나라당 대표와 재계 인사들과 연쇄접촉하면서 파병에 대한 정보를 단계적으로 흘리고 이들을 설득하여 정부 외곽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우리 정부의 공식입장이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의 이와 같은 행태는 외교관례를 벗어난 무례한 행동이며 명백한 내정간섭이다.

최근 미 당국자들의 움직임이 한국 정부 외곽에서 파병여론을 형성하기 위한 압력이라면 이것은 즉각 중단되어야 하며 미국은 이와 같은 무례한 외교행위에 대해 사과하고 파병압력을 중단하여야 한다.

이에 대한 미 당국의 해명을 요구한다.

4. 이라크 파병이 북미대화에 미칠 부정적 영향에 대한 미 당국의 입장을 밝혀라.

지난 8월말 베이징에서 열린 6자 회담은 한반도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계기로 한반도의 평화를 염원하는 우리 국민들과 세계 인류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그러나 미국은 일괄타결, 동시행동의 원칙에 따라 북이 제안한 협상 안을 무조건 거부하고 일방적인 '선핵포기론'을 거듭 주장함으로써 회담을 결렬시켰다.

6자 회담이 결렬되고 한반도 상황이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초긴장국면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군의 대규모 이라크 파병은 북을 자극하고 한반도의 위기를 더욱 심화시키게 될 것이다.

미국은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거듭 주장하고 있지만 실제행동은 반대로 나가고 있다.

최근 대북봉쇄를 위한 해상검색훈련이 전개되고 부시 대통령이 유엔총회 연설에서 해상봉쇄를 위한 유엔결의안 채택을 요구하는 등 대북강경정책을 확대강화하고 있다. 미국은 입으로는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운운하면서 실제행동은 북을 자극하고 한반도 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한국군의 대규모 이라크 파병을 한반도 안보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중대한 사안이다.

미국이 진심으로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추구하고 북미대화의 재개를 원한다면 한국군의 대규모 파병과 같은 민감한 사안은 신중히 처리되어야 한다. 하지만 미국은 6자회담 이후 전도가 매우 불투명한 상황에서 한국군의 대규모 파병을 요구함으로써 북을 극도로 자극하고 있다.

이것은 미국의 대화의지를 의심케 하는 결정적 증거이다.

과연 미국이 진정으로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목표로 하는 것인지 이제 정확히 밝힐 때가 되었다.

이라크 파병을 한반도 긴장을 조성하는 위협적 군사행동으로써 미국이 진심으로 평화를 원한다면 파병은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이에 대한 미 당국의 답변을 요구한다.

5. 우리 국민의 파병반대 여론에 대한 미국 측의 입장을 밝혀라.

지난 20일 한겨레 신문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80.9%가 미국의 이라크 전쟁을 지지하지 않으며, 57.5%가 파병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라크 파병 결정 절차에 대해서는 국민투표를 거쳐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56.9%를 차지했다.

우리 국민의 절반이상 파병을 반대하고 있으며 파병결정과정에서 국민의 의사를 수렴할 것을 요청하였다.

미국은 한국민의 의사를 존중하여 파병문제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만약 우리 국민의 다수가 파병을 반대한다면 미국은 파병요구를 중단하고 한국민의 뜻을 따를 용의가 있는가

이에 대한 미 당국의 의견을 요청하는 바이다.

민족공조로 자주와 평화를 지키는 해 2003년 9월26일
반미반전, 북미불가침조약 체결 촉구운동본부
공동본부장 윤한탁 권오창 홍석영 윤기진
/ 반미반전 북미불가침조약체결촉구운동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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