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박·유흥업소 지어야 도심 활성화?

목포시의회 조례심사 좌충우돌 해프닝

등록 2003.09.29 15:59수정 2003.09.2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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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 환경을 해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온 숙박시설 난립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건축 제한을 강화하자는 여론이 일고 있는 가운데 전남 목포시의회가 오히려 규제를 완화하는 쪽으로 관련조례 제정안을 해당 상임위원회에서 의결해 지역사회단체로부터 비난을 사고 있다.

a 지난 27일 목포시민단체의 기자회견 모습

지난 27일 목포시민단체의 기자회견 모습 ⓒ 정거배

목포시는 올 1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 새로 제정된 것을 계기로 지역 실정에 맞게 조례를 마련하기로 하고 지난 7월부터 주민과 사회단체로부터 의견을 수렴했다. 목포의 경우 지난 90년대 조성된 하당 신도심지역이 숙박 및 위락시설 난립으로 주민주거 환경을 크게 해치고 있어 건축제한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던 터였다.

시는 또 올 초부터 하당 신도심 일대에 모텔 등 숙박시설에 대해 규제한다는 방침을 정해 종전 도시계획조례에 정한 주거지역으로부터 30m 이내에만 건축허가를 규제하는데 그치지 않고 건축법상 제한규정을 근거로 난립한 숙박시설을 억제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러브호텔 등 유해업소 거리제한 되레 완화

건축허가를 할 경우 건축위원회 심의도 강화하는 한편 도시계획조례를 제정하는 등 본격 작업에 나선 것이다. 이런 가운데 목포 경실련 등은 숙박 및 위락시설의 경우 전용주거지역으로부터 최소 50m 이상 거리를 두어야 난립을 억제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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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거배

그 후 시 당국은 지역여건 등을 고려 40m 이상의 거리제한을 두어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도시계획조례 제정안을 지난주 목포시의회에 제출했다.

지난 26일 목포시의회 경제건설위원회(위원장 배종범)는 논란 끝에 주거지역과 숙박·위락시설의 거리제한을 집행부가 제출한 40m 이상이 아닌 30m로 축소하는 수정안을 의결해 버렸다.


시의회가 청소년 탈선과 주거환경 등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러브호텔 건축규제에 적극 나서야 할 상황에 오히려 시설규제를 완화하는 쪽으로 조례를 제정하려 한 것이다.

시, 40m 제한 시의회가 30m로 완화


이날 주민여론과는 달리 숙박시설과 유흥업소 건축규제 완화를 주장한 시의회 노상익 의원은 “하당 신도심과 달리 구도심의 경우 40m의 거리제한을 둘 경우 숙박·위락시설을 아예 지을 수 없게 된다”며 “목포 구도심 활성화를 위해서는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폈다. 대신에 도시계획조례에 단서조항을 넣어 건축심의위원회에서 심의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업소난립을 규제하자고 했다.

이날 심의에서 도시계획 등 지역현안에 대해 전문지식이 없었던 시의회 경제건설위원회 소속 다른 의원들은 노상익 의원의 이런 주장에 대해 제대로 반론을 펴지 못한 채 집행부가 상정한 40m 거리제한을 30m로 수정해 통과시켰다.

참고로 인근 광주광역시의회는 중심 상업지역의 경우도 모텔 등 숙박시설은 주거지역 경계로부터 100m안에는 허가할 수 없도록 도시계획 조례를 개정했다. 목포처럼 문제가 되고 있는 광주 상무지구와 첨단지구 등 신도심 상업지역의 숙박업소 난립을 억제하기 위한 조치였다.

시민단체 반발하자 본회의 연기

국회와 마찬가지로 지방의회 역시 안건이 상임위원회에서 가결될 경우 본회의는 가부만 묻는 절차만 밟게 돼 사실상 통과된 것과 다름없는 상황이 됐다.

그러자 목포경실련과 목포환경운동연합 등 7개 시민사회단체는 다음날인 지난 27일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지역여론을 무시한 목포시의회를 강력하게 성토했다. 이들은 “당초 시가 상정한 일반주거지역으로부터 40m 거리제한도 시민들의 수준에 못 미치고 있는 마당에 시의회가 오히려 후퇴한 결정을 내린 것은 주거환경과 교육환경에 대한 고민이 없기 때문”이라고 비난했다.

또 거리제한을 완화시켜 놓고 건축위원회에서 심사를 강화하자는 시의회의 설명에 대해 “이미 건축법 제8조 5항에 주변 환경을 감안해 부적합하다고 인정될 경우 숙박 또는 위락시설은 허가를 제한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며 시의회의 눈가림 결정을 정면으로 지적하고 나섰다.

이들 단체는 “일부 시의원들이 구도심에 숙박업소나 위락업소가 많이 들어서야 활성화 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며 성토했다.

시의회 본회의가 열리는 지난 29일 아침부터 시민단체 회원 20여명이 의회 입구에서 항의시위를 하는 등 사태가 확산됐다. 시민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시의회는 도시계획조례 제정안을 이날 오전 상정하지도 못한 채 비공개 의원 간담회를 여는 등 부산을 떨기 시작했다. 한 시민단체 회원은 “모텔과 유흥업소가 들어서야 구도심이 활성화된다는 인식을 하고 있는 시의원들이 더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여론조사 응답자 60% 이상 반대

이런 가운데 이날 시의회 강성휘 의원이 시민 500명을 대상으로 숙박·위락시설 거리제한과 관련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해 눈길은 끌었다.

강 의원은 지난 28일 밤부터 무작위 전화설문을 실시한 결과 응답자 72.3%가 시의회의 30m안에 반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반면에 시의회의 30m 거리제한에 동의한다는 의견은 16.3%에 불과했다고 강 의원은 덧붙였다.

또 응답자들 가운데 목포시가 제출한 40m 거리제한에는 23,5%가 찬성했고, 주거지역과 숙박·위락시설과 거리를 50m 이상으로 하자는 시민단체의 주장에 대해서는 응답자 62,4%가 찬성했다고 밝혔다.

응답자 가운데 목포 하당 신도심에 사는 주민들의 경우 시민단체가 제안한 50m 이상해야 한다는 안에 71.6%가 찬성했으며, 이밖에 구도심 지역 주민들도 응답자 중에 57%가 시민단체가 주장한 거리제한을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강 의원은 설명했다.

결국 재심사 하기로 결정

시민단체의 반발과 시민여론이 악화되는 등 사태가 확산되자 결국 목포시의회는 이날 오후 뒤늦게 본회의를 열어 숙박·유흥업소를 허가할 경우 거리제한을 골자로 한 도시계획조례안을 다시 해당 상임위원회인 경제건설위원회에서 재심사하기로 했다.

시의원들이 구체적인 고민을 하지 않은 채 주민현안과 관련된 안건을 확정해 본회의 통과 절차를 앞두고 다시 심사하는 이례적인 일이 벌어진 것이다. 시의회의 이같은 전례 없는 해프닝에 대해 의회 안팎에서는 “지방의회가 전문성 부족이라는 원초적인 한계를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하고 “그나마 시민여론을 수렴한 것이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목포 하당 신도심 지역의 경우 숙박업소만 85곳에 달해 속칭 러브호텔 천국이라는 비판과 함께 주민 주거환경 확보차원에서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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