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존 추진 중인 건물에 ‘의문의 불’

도로개설로 철거 논란 중인 교회건물...복원하는 데는 지장없어

등록 2003.10.01 23:56수정 2003.10.02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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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의 요구로 문화유산 등록을 추진 중인 건물에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나 의혹이 일고 있다.

지난달 29일 오후 5시 40분쯤 전남 목포시 죽동 옛 죽동교회 건물에 방화로 추정되는 불이 나 40평에 달하는 건물 중 천장과 마루가 전소되었다.


a 지난달 의문의 화재로 전소된 옛 죽동교회 건물

지난달 의문의 화재로 전소된 옛 죽동교회 건물 ⓒ 정거배

그런데 이 건물은 인근 소방도로 개설로 철거 방침이 세워졌으나 지난 7월 목포문화연대(대표 정태관)가 일제하 지어진 근대건축물로 보존가치가 있고, 향토사적으로나 교회의 발자취를 연구하는데도 활용할 필요가 있다며 철거를 재검토할 것을 목포시에 요청했다.

그 후 목포시는 철거 방침을 보류하고 문화재 담당부서에서 실태조사와 심의 등 보존대책을 추진 중이었다. 하지만 소방도로 개설을 담당한 목포시 해당 부서에서는 지난달 29일 다시 철거작업을 강행하려다 시민단체 회원들의 항의로 중단하는 등 보존대책을 마련하는데 우여곡절을 겪어 왔다.

시 도로개설 부서 '보존 못마땅'

이처럼 목포시 당국도 문화재 담당부서와 소방도로 개설을 맡은 사업부서간 방침이 엇갈린 채 시간만 낭비하다가 화재로 교회건물이 불타버려 의혹만 증폭될 조짐이다.

화재발생 후 지난달 30일 목포문화연대는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건물이 목포시 소유인데도 관리를 철저히 하지 않아 소실됐다”며 “문화유산에 대해 보존의식이 결여된 시 당국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화연대는 철거방침이 보류된 이후 건물에 대한 전문가들의 실태조사 결과 어린이들 출입 등으로 화재발생 우려가 있다는 의견서를 목포시에 제출했는데도, 시 당국이 건물보존과 출입통제 등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방치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또 목포시가 건물철거 방침이 보류된 이후 두달 동안 관련조례에 정해진 문화유산보호위원회를 단 한차례도 소집하지 않은 사실만 보더라도 시 당국의 문화정책 실상이 드러났다고 비난했다.

문화연대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목포시에 △교회건물 재검토 민원 접수이후 행정처리 내용 공개 △시 문예홍보과와 도시과간 협의과정 공개 △재검토 결정 이후에 재차 철거를 강행하려 한 부서책임자 공개사과 △교회건물 보존 등 사후 처리방안에 대해 논의할 것을 요구했다.


건물화재 이후 시민단체의 요구에 대해 시 당국은 아직 아무런 대책을 세워놓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도시과 관계자는 “철거를 강행하려 한 적이 없다”고 해명하고 “철거관련 업체를 알아봤을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앞으로 교회 건물을 철거하지 않을 경우 인근에 개설 중인 소방도로는 반쪽이 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보존대책 마련 중 철거작업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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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거배

문화연대에 따르면 실제로 지난 8월 11일 교회건물 철거 재검토 의견서를 목포시 문예홍보과와 도시과 등 2개 부서에 제출했는데도 소방도로개설 부서인 도시과에서는 민원에 대해 회신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반면 시 문예홍보과에서는 8월 20일 목포문화연대에 보낸 회신을 통해 “교회건물을 문화재청에 등록문화재로 지정신청하고 결과가 통보되면 목포시 문화유산보호위원회를 열어 심의 및 소유자 동의를 얻어 보존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답변한 바 있다.

이어 문예홍보과에서는 건물보존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관련조례 규정에 따라 도시과에 사전동의 여부를 묻는 공문까지 보냈으나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나, 줄곧 철거가 불가피하다고 한 사업부서와 업무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주장이 사실로 확인되고 있다.

문화연대에 따르면 시 당국 해당부서에서는 보호대책이 진행되고 있는데도 지난 9월 29일 철거한다는 소문이 알려지자 시민단체 회원들이 전태홍 시장을 찾아가 철거보류까지 요청했다는 것. 그런데 문화연대가 주장하는 철거예정일 오후에 공교롭게도 건물에서 원인모를 화재가 발생함으로써 의혹이 일게 된 불씨가 됐다.

복원하는데 지장 없어

화재 이후 경찰의 조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지역 일각에서는 “교회건물이 문화재로 지정되는 것을 원치 않는 사람들의 소행”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목포대 김지민 교수는 “천장과 바닥 등 목재는 불에 탔지만 보존가치가 높은 외벽 석축은 그대로 남아 있어 건물을 복원하는데는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목포시 죽동 111번지 옛 죽동교회는 석조건물에 40평 규모로 일제하인 지난 1935년 세워져 일본인들이 사용해 오다가 중앙교회가 인수한 것으로 알져지고 있다. 그 후 지난 1957년 지금의 죽동교회가 매입해 50년 동안 선교활동을 해왔다.

그러나 목포시가 이 일대에 소방도로 개설사업을 추진하자, 죽동교회는 목포시 석현동에 교회 건물을 다시 지어 이전한 상태다. 이와관련 죽동교회 정기언 목사는 “역사적 가치가 있어 복원비용으로 시 당국에 4억원을 요청했으나, 보상비는 감정가대로 절반 밖에 받지 못해 복원계획을 포기했다”고 밝혔다.

교회건물의 경우 전남 여수 애양교회와 강원도 철원 감리교회 건물이 문화재청에 등록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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