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시립대 교수 '정직 1개월' 논란

서울시립대 대책위, 서울시 결정에 반발...삭발·1인시위 나서

등록 2003.10.06 10:17수정 2003.10.06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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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이번 결정에 대해 삭발식으로 항의하는 학생들

이번 결정에 대해 삭발식으로 항의하는 학생들 ⓒ 김재호

지난 1월 29일, 자신의 연구실에서 제자를 성추행한 혐의로 물의를 일으켰던 서울시립대학교 J교수가 서울시로부터 정직 1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이에 J교수의 사퇴를 요구했던 긴급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크게 반발하고 있어서 적잖은 논란이 예상된다. 특히 최근 서강대에서 비슷한 사건으로 해임 및 파면 당한 교수들의 사례가 있어서 이번 사태의 귀추가 주목된다.

사건의 전말은 이러하다. 사건 당일 J교수는 피해 여학생을 자신의 연구실로 불러, 여학생의 양쪽 귀를 잡고 자신의 볼과 입을 여학생의 볼에 갖다댔고, 입술을 혀로 핥는 등 성추행을 범했다.

또한 사건의 조사 과정 중에 J교수에게 비슷한 피해를 입었다는 신고가 잇따라 피해자가 10명 가까이 늘어 사태의 심각성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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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대학교 성폭력 예방 대책위원회는 지난 7월 28일 J교수의 성추행 혐의를 인정했고, 유죄판결을 내렸다. 그리고 8월 28일 서울시에 J교수 중징계를 요구할 것을 학교측에 건의했다.

서울시립대는 총장의 명의로 9월 초 서울시청 조직담당관실에 J교수 징계를 요구했다. 9월 17일, 서울시는 특별징계위원회를 구성하여 사건을 조사했고, J교수를 중징계 단계 중 가장 낮은 수위의 정직 1개월로 의결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립대 측은 10월 4일 총장 명의로 재심을 청구했다.

'정직 1개월', 참을 수 없는 형량의 가벼움에 대하여


정직 1개월의 이유는 다음과 같다.

"피해자들의 주장이 일관되고, 일기장 등의 방증자료가 있으며, 피해자가 혐의자를 모함할 이유가 없고, 혐의자의 주장이 일관적이지 못하다는 점을 인정한다.


하지만 성추행 당시 목격자가 없고 실체적인 증거가 없어 혐의자에 대해 심증만이 존재하기 때문에 혐의자 당시 행위는 오해를 불러 일으킬만한 행동으로 인정된다.

이러한 정황을 보아 특별징계위원회는 혐의자 J교수는 공무원 품위 유지의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중징계 대상에 해당된다고 인정한다."


덧붙여 혐의자의 학문적 연구 업적과 사건 이후 현재까지 조사 과정에서 혐의자의 정신적 고충으로 인하여 성추행에 대한 대가를 일부 치렀다는 점을 감안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책위는 "혐의자의 주장을 적극적으로 해석하는 반면, 피해 여학생들의 진술, 일기장과 같은 방증 자료에 대해서는 소극적으로 해석하여, 판단 근거의 적용이 명백히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볼 수 있다… 피해 여학생들이 받고 있는 정신적 충격과 피해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서 적용의 형평성에 심각한 문제점이 있다. …학문의 연구 업적을 이루었는지 여부는 징계위원회가 판단할 성질의 문제가 아니라 해당 분과학문 구성원들의 공통된 합의에 기초한 명시적 판단 내지 묵시적 인정을 통해서 판단할 문제이다"라면서 재심을 요구했다.

이번 결정에 대해서 피해 여학생은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면서 "일방적으로 교수의 입장"이 관철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제2, 제3의 피해학생들이 없도록 교수가 사퇴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립대 성추행 사건에서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그 동안 J교수가 보여준 모습이다. J교수는 자신이 소속된 과의 총회 결정을 따르기로 했으면서도 그리하지 않았고, 말을 계속해서 번복하며 오히려 피해 여학생을 협박하려고 하는 등 진심으로 사과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서 서울시청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던 고승현(철학 97)씨는 "상식선에서 해결되는 장이어야 합니다. 사람마다 잘못 할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J교수는 뉘우칠 줄 모릅니다. 오히려 직권을 남용해서 자신의 밥그릇을 지키려고 합니다"라면서 대학 내의 성폭력 사태는 교수라는 지위가 가지는 권력에서 기인한다고 진단했다.

a 시청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학생들

시청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학생들 ⓒ 김재호

특별징계위원회의 이번 결정에 대해서 대책위와 학생회는 10월 2일 학내에서 삭발식을 갖고 시청 앞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대책위를 맡고 있는 안효원(국문 98)씨는 정직 1개월 결정에 대해서 수긍할 수 없다면서 그 원인으로 특별징계위원회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특별징계위원회가 6명 중 단 1명의 여성으로 이루어졌다는 점, 전부 타 학교 교수들로 이루어졌다는 점, 성범죄 전문가가 없다는 점을 들어 이번 결정에 승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안효원씨는"그런 사람들한테 재심의를 받는다고 해도 결과에는 별 차이가 없을 것"이라면서 특별징계위원회 구성원의 교체를 강력하게 주장했다.

특별징계위원회의 J교수 '정직 1개월' 결정을 처리한 서울시 조직담당관실은 아직 공식적인 입장이 나온 것이 없다며 이번 사태와 관련된 대답을 꺼려했다.

한편 서울시립대 총학생회는 '성추행 없는 학교 만들기 캠페인'을 열고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학내에 일어날지도 모를 또 다른 성추행 사건을 미연에 방지해보고자 하는 것이다.

서울시립대 교수들도 이번 결정에 대해서 반발하면서 재심의 청구에 동조하는 입장을 보이는 등 사태가 점점 심각해져가고 있는 모습이다.

서울시에서 재심의 청구에 대해 어떻게 판결을 내릴지, 그 결과에 따라서 이번 사태가 다시 한번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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