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야구팀이 느는 것이 인생의 보람"

비선수출신 이강주씨의 야구 인생

등록 2003.10.07 09:29수정 2003.10.07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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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영

“반평생 야구와 관련된 일을 하면서 오직 한길로만 달려왔어요. 비야구인으로서 야구의 활성화를 위해 한 몫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가 가장 기쁩니다.”


야구선수 출신은 아니지만 생활체육 야구의 발전을 위해 25년을 바친 '야구인'이 있다. 대전 대흥동에서 야구용품점 청용스포츠를 운영하는 이강주(57) 대표는 대회 출전은 물론 야구선수로서의 경력은 전혀 없다. 하지만 그의 직함은 국민생활체육 대전광역시 야구연합회 부회장 겸 사무국장.

그가 야구와 인연을 맺은 지도 어느새 25년이 지났다. 야구선수였던 친동생의 뒷바라지를 하다 결국 야구인생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지난 78년 대전에 생활체육 야구팀은 달랑 세 팀뿐이었죠. 그 세 팀으로 아마추어 야구팀 연합회를 창단했답니다. 지금은 무려 40여개팀으로 구성된 단체로 성장했지요.”

현재 국민생활체육 대전광역시 야구연합회에 소속된 팀은 40여개. 선수 출신들로 구성된 팀, 순수 직장인 팀 등 대전에 있는 80여개의 아마추어 팀 중 절반 정도가 소속돼 있다. 한 팀 당 20~30명의 회원을 두고 있으니 회원수만 1000여명으로 그는 이 회원들을 모두 관리하고 있다.

대회가 있을 시에는 공문을 발송하는 것도, 실력이 비슷한 팀끼리 게임을 하도록 대진표를 작성하는 것도, 회원들에게 전화해 장소와 시간을 통보해주는 것도 모두 그의 몫. 이날도 어김없이 서류 준비가 한창인 이강주 대표, 그는 매일 매일이 바쁘다.


“오는 20일에 야구인의 날 행사가 있거든요. 또한 10월 26일부터 11월 23일까지는 5주간 제14회 대전광역시장기 야구대회가 있어요. 행사를 기획해서 일일이 연락을 취해줘야 하니까 바쁠 수밖에 없네요.”

그는 일년 열두달의 일요일은 무조건 야구장에 있다. 일년에 180여 게임이 매주 일요일마다 열리기 때문이다. 그의 야구 열정은 비도 눈도 막지 못한다. 만약 비가 오더라도 중간에 그치면 야구경기가 열릴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다.


“요즘 5일 근무하는 직장이 늘고 계속해서 야구를 생활체육으로 하는 팀이 늘고 있다”며 “그것이 보람”이라고 말하는 이 대표. 하지만 지난 25년여의 세월이 그리 순탄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어려운 일도 많았고 고통도 많이 겪었어요. 회원수가 많다보니까 전원을 충족시킬 수도 없는 노릇이잖아요. 젊은 사람들에게 멱살을 잡힌 적도 있고 욕을 먹은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죠.”

그는 지난 세월이 떠오르는지 살포시 미소를 짓는다. 생활체육 야구 관련 일을 하던 사람들도 힘든 업무를 버티지 못하고 그만두기 일쑤. 1년에 몇 차례씩 수시로 바뀌기도 한다. 그는 이 분야에 있어서 최고 오래된 베테랑이나 다름없다.

“싫은 소리를 들어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야지 어떡하겠어요. 어려움을 겪어도 꾹 참고 해나가고 있어요. 아무리 좋은 일, 사업이라고 해도 어려운 일 없이는 이뤄질 수가 없잖아요. 팀들이 점차 늘어나거나 격려 한 마디, 수고한다는 말 한 마디가 제게는 삶의 원동력입니다.”

그의 옆에서 궂으나 좋으나 한결같이 그를 도와 준 그의 아내 유소형(50)씨가 있다. 문서작성을 도맡아 하는 등 이 대표의 비서라고 우스개소리를 하던 그녀는 “원래 야구에 관심이 없었고 투수랑 포수랑 한 팀인지도 몰랐을 정도였는데 룰을 알게 되니까 너무 재밌다”며 “지난 77년에는 여자들에게만 야구관람료가 무료였던 적이 있었다”라며 지난 추억을 떠올린다.

이들 부부는 축구나 농구와 달리 힘이 없어도 기술만 습득하면 할 수 있는 것을 야구의 매력으로 꼽는다. 기술적인 운동이기에 60세가 되서도 야구를 즐길 수 있다고.

야구 사랑으로 가득한 이강주 대표의 사무실은 때로는 ‘야구인 114’가 되기도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회원들의 연락처를 묻기 위해 이곳을 찾기 때문이다.

“팀들 유대관계는 잘 되고 있어서 다행입니다. 초기에는 우승을 목적으로 야구를 하는 팀이 많았지만 지금은 승부를 떠나서 건강을 위해서 하거나 가족끼리 즐기기 위해서 야구를 하는 사람이 늘었어요. 이후에는 야구에 애정이 많은 사람에게 배턴을 물려주고 야구가 계속 활성화 되도록 뒤에서 도와주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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