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간의 가교역할을 하고 싶어요”

한국인같은 일본인, 후카노씨

등록 2003.10.08 10:17수정 2003.10.08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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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일본대사관 공보문화원에서 전문조사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후카노씨.
주한일본대사관 공보문화원에서 전문조사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후카노씨.권윤영
“한국과 일본간에 가교역할을 하고 싶어서 한국에 왔습니다.”


주한일본대사관 공보문화원에서 전문조사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후카노 쇼오이치(深野 正一 34)씨를 대전 중부경찰서 민인근 경장의 소개로 만났다. 후카노씨는 지난해 7월부터 대사관에서 한일 문화 교류 실태조사, 한국매스컴 대일 논조 조사 등 일본문화 조사원으로 활동 중이다.

지난 97년 한국에 첫 발을 내딛은 그는 당시 간신히 한글을 알 정도로 한국에 대한 지식이 없었다. 하지만 한국을 배우겠다는 목표 하나로 서울대학교 언론정보대학원에 입학한 한국배우기에 열심인 일본인이다.

하지만 학업에서 배우는 이론적인 한국에 그는 곧 싫증을 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일본대사관의 문화조사원이다. 그의 조사원생활은 이때 시작됐다.

“문화조사원 일은 재밌긴 한데 너무 바빠요. 일본인은 저 혼자거든요. 문화 행사도 담당하고 있는데 오는 10월 11일에는 한일 가라오케 대회가 열립니다. 일본인은 한국노래를 한국인은 일본노래를 부르죠. 요즘 그 행사를 준비하느라 바쁘네요.”

한국에 오기 전 그는 일본의 SONY사에 다녔다. 입사 후 해외 영업을 하고 싶다는 그에게 회사에서 6개월간 영어 공부할 시간을 줬다. 어학연수 후 일본에 돌아왔지만 해외 영업 쪽에 일자리가 없어서 경영관리, 기획분야에서 일해야 했다. 그래서 과감히 회사를 그만뒀다.


“미국에서 한국 친구들을 많이 만났어요. 대학교 때 가장 친한 친구도 한국인이었죠. 한국에 대해서도 알아야겠단 생각에 한국 오려고 회사를 그만뒀습니다.”

사람들은 가끔씩 그에게 왜 남들이 부러워하는 회사를 그만두고 위험성도 있는 모험을 하느냐는 질문을 하곤 한다. 그는 한국에 온 이유를 ‘한일간 가교 역할을 하고 싶어서’라고 말한다. 어디서든 일자리는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한국에서 생활하다 일본으로 돌아간 후 국영방송인 NHK 등에서 일하고 싶었기 때문.


그는 실제 지난 2000년에 일본라디오 리포터로도 활약했다. 리포터를 하며 서울의 소식 등을 전해 준 것. 한국일보에 ‘한국에 살면서’라는 칼럼을 6개월 간 쓰기도 했고 한국 소식을 알리는 일본 내 홈페이지에 한국에 대해 알리는 글을 쓰기도 했다. 서울시 주최로 열린 ‘서울이야기’ 에세이 콘테스트에서 3년 연속 최우수상을 받았을 정도로 한국에 애정도 많고 건전한 비판을 하는 후카노씨.

후카노씨는 삼겹살, 김치 등 한국음식을 좋아한다. 사진 가운데 대전 중부경찰서 민인근 경장과 우측의 후카노씨.
후카노씨는 삼겹살, 김치 등 한국음식을 좋아한다. 사진 가운데 대전 중부경찰서 민인근 경장과 우측의 후카노씨.권윤영
비빔밥, 삼겹살, 김치 등 한국 요리를 다 좋아한다는 그는 지난해 미팅에서 만난 한국여자와 결혼을 했다. 한국에 가는 것을 반대했던 그의 아버지도 NHK에서 리포터로 활약하는 그의 모습을 좋아했다. 결혼을 반대하던 그의 아내 아버지도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와 한국에 대한 생각을 말하는 것을 듣고는 반대를 안 하셨다는 것은 숨겨진 사실.

“한국은 살기 편해요. 일본사람은 마음을 감춰서 사는 느낌이 있는데 한국 사람은 자기 생각을 그대로 말하니까 편해요. 가끔씩은 너무 직접적으로 말해서 힘들 때도 있지만요.”

그는 한번, 두 번 만나면 만날수록 정이 깊어지는 것을 한국생활의 즐거움으로 꼽는다. 하지만 일본 사람과는 달리 너무 개인 사정을 간섭하기 때문에 힘들 때도 있다고.

“한국에 남아서 일본어를 가르치는 것도 괜찮고 일자리가 있으면 계속 있고 싶지만 내년에 돌아갈 가능성이 있어요. 한국과 일본을 오가면서 일본에도 한국문화를 알리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그는 내년 1월부터 일본문화가 개방되는 것에 대해 한국 사람들이 일본이라는 나라를 직접 느끼고 판단했으면 좋겠다며 교류를 통해 서로 간에 많은 대화가 오고 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월드컵을 계기로 교류가 많아지기 했지만 아직도 한국인을 한번도 만나지 못한 일본인도 많고 일본인을 한번도 만난 적 없는 한국인도 많잖아요. 한국말 잘할 수 있는 일본인도 많아졌으니까 교류하면서 느끼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친구처럼 서로 조언도 하면서 발전하는 양국이 되도록 더욱 열심히 가교역활을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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