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김현희 충성맹세문 없었다' 했다"

[인터뷰] KAL858기 사건진상규명 대책위원회

등록 2003.10.08 18:04수정 2003.10.10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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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L858기사건진상규명대책위원회(대표 김병상 신부·이하 대책위)는 1987년 11월29일 인도양 상공에서 115명의 탑승객과 함께 인도양 상공에서 실종된 KAL858기 사건과 관련해 정부의 전면적인 재조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신성국 대책위 집행위원장(청주교구 신부), 차옥정 실종자가족회 회장 그리고 KAL858기 사건을 다룬 소설 '배후'의 작가 서현우씨는 지난 4일 광주 학운동 성당에서 KAL858기 사건 진상 설명회를 가졌다.

a 오른쪽부터 신성국 신부, 차옥정 회장, 작가 서현우씨

오른쪽부터 신성국 신부, 차옥정 회장, 작가 서현우씨 ⓒ 오마이뉴스 안현주

이들은 설명회 개최전 <오마이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 사건은 "수사발표는 처음부터 끝까지 의혹투성이"라고 주장해 사실상 정부의 수사결과를 전면 부정했다. 특히 이날 인터뷰에서 이들은 그간 거론되지 않았던 새로운 의혹과 주장들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김현희가 작성했다는 '충성맹세문'은 없었다 ▲대한항공이 보험회사에 보험금 청구를 하지 않았을 가능성 ▲KAL858기 객실 선반에 주인없는 물품은 없었다는 의혹 등을 거론했다.

차정옥 실종자가족회 회장은 "그날 이후 한시도 사건에 대한 의혹이 해소된 적이 없다"면서 "지금까지 살아온 세월은 지옥 그 자체였다"고 말해 KAL858기 사건 피해자 가족들의 심정을 말했다.

현재 대책위는 국정원장 면담과 당시 수사기록 공개를 신청한 상태이며 의혹해소를 위한 정부차원의 재조사를 촉구하는 사업을 펼칠 예정이다. 또 KAL858기 사건의 의혹을 알리기 위해 전국 순회 설명회를 하고 있다.

다음은 대책위 관계자들과의 일문일답 내용.


"김현희 진술에만 의존해 발표된 수사 결과"

a 차옥정 실종자가족회 회장

차옥정 실종자가족회 회장 ⓒ 오마이뉴스 안현주

-대책위와 국정원 관계자가 2001년 면담을 가진 것으로 아는데 무슨 대화가 오갔나.
차옥정 : "2001년 12월 8일 국정원 KAL858기 사건 반장과 만났다. 그 자리에는 시민단체 관계자와 기자도 있었다. 그 자리에서 우리는 줄곧 제기해온 의혹들을 거론했는데 그들은 제대로 된 답변을 하지 못하더라.


먼저 김현희 아버지가 앙골라주재 북한대사관 수산대표라고 한 당시 발표에 대해 국정원 관계자들도 '그런 사람이 없다'고 얘기했다. 또 김현희가 어릴적 북한에서 찍었다고 공개한 사진이 실은 김현희가 아니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김현희가 그렇게 진술했기 때문에 발표한 것'이라고만 답변했다. 중요한 것은 김현희가 작성했다는 '충성맹세문'에 대해서도 '그런 것은 없다'고 분명히 얘기했다. 이게 말이 되는 소리인가."

서현우 : "당시 안기부는 오직 김현희의 진술에 의존해 수사 결과를 발표한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다. 진술에 대한 확인은 한번도 해보지 않았다"

-김승일과 같이 자살을 기도한 김현희가 실제로는 음독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데 근거는 무엇인가?
차옥정 : "김승일이 죽는데 사용한 독약 앰플의 내용물은 가스라고 한다. 그걸 씹는 순간 순식간에 흡입이 돼서 즉사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김승일과 같이 앰플을 씹은 김현희는 왜 죽지않았는가? 음독 자체가 거짓말이기 때문이다."

서현우 : "당시 김현희를 담당한 바레인 의사가 기자회견을 했는데 '김현희는 음독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그런데 국내 언론은 김현희가 음독후 위세척으로 간신히 살아났다는 보도가 나갔다. 바레인 의사는 국내 언론의 보도 때문에 기자회견을 한 것이다."

a KAL858기 사건을 다룬 소설 '배후'의 작가 서현우씨

KAL858기 사건을 다룬 소설 '배후'의 작가 서현우씨 ⓒ 오마이뉴스 안현주

-KAL858기 사건 처리에 무슨 문제점이 있다고 보는가?
차옥정 : "항공기나 선박사고의 경우 시신이 발견되지 않을 경우 1년이 지나야 사망으로 간주하는데 왜 정부는 사고후 3개월만에 실종자들을 일괄 사망처리를 했는지 의문이다."

서현우 : "세계 항공사고 사상 최단 시간인 단 9일만에 사고 수습을 마무리한 기록을 세운 게 바로 KAL858기 사건이다. 보상금 수령도 보통 6개월∼1년이 걸리는데 이상하게도 이 경우는 한달만에 끝내버렸다. 항공사고가 나면 항공사는 당연히 보험회사에 보험금 청구를 한다. 그러나 확인을 해봐야 되겠지만, 대한항공은 담당 보험사인 영국 로이드사에 보험금 청구를 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신성국 : "보험금 청구를 못했다면 이 사건 수사결과가 엉터리라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왜냐면 보험회사에서 실사를 나왔을 때 모든 것이 밝혀지는 걸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서현우 : "실종자 가족들이 받은 돈의 성격도 의문이다. 모든 가족들이 일률적으로 7900만원을 받았는데 그 돈의 내역이 정부 위로금인지, 대한항공 돈인지, 보험회사의 돈인지 아직까지 정확히 모른다."

-KAL858기 사건에 대해 처음으로 의문을 가졌던 계기는 무엇인가?
차옥정 : "남편이 대한항공 조종사인 관계로 외신기자들이 우리집에 많이 왔었다. 그런데 실종 소식이 언론에 보도된 지 두시간만에 테러라는 소식을 접한 모든 외신기자들이 '이상한 일이다'고 말했다. 어떻게 실종발표 두시간만에 테러라는 소식이 나올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또 추락한 항공기 잔해나 승객의 시신, 유류품 등이 발견되지 않은 것도 이상한 일이었다."

a 서현우씨가 KAL858기의 행적을 항공노선 지도와 비교해가며 예상 추락지점을 설명하고  있다.

서현우씨가 KAL858기의 행적을 항공노선 지도와 비교해가며 예상 추락지점을 설명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안현주

-KAL858기와 관련된 잔해가 몇 점 발견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서현우 : "실종직후 정부와 대한항공은 태국과 미얀마 국경의 산악지대를 1주일간 수색했다. 그러나 예상 추락지점이 아니었다. KAL858기가 랭군 관제소와 나눈 마지막 교신지점을 근거로 계산한다면 충분히 예상되는 지점이었지만 엉뚱한 곳을 수색해버렸다. 그러다 다른 곳에서 미공군과 태국 공군에 의해 부유물 신고가 4차례에 걸쳐서 들어왔다. 마지막 부유물 신고가 들어온 다음날 그곳에서 구명보트가 발견됐다.

구명보트도 의혹투성이다. 첫째로 당국은 폭발의 고열로 압축펌프가 휘어졌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펌프와 같이 있던 의약품이나 손전등이 멀쩡한 상태를 유지한 것에 대해서는 설명이 없었다. 둘째로 구명보트 발견 장소도 의혹이 많다. 미군이 작성한 해류도와 풍향도를 보면 도저히 구명보트가 그곳에 있을 까닭이 없다. 결국 해상수색도 3일만에 종료됐다. 기막힌 일이다."

-88서울올림픽 마크가 찍힌 KAL858기 동체 두 조각이 발견됐잖나.
서현우 : "실종 후 1년반이 지나서 발견된 것인데 이것도 너무 이상하다. 공중에서 폭발로 인해 두 동강이 났는데 이것들이 동시에 같은 장소에 떨어질 확률, 그리고 1년반동안 바다를 표류하는 동안 두 개의 조각들이 따로 분리되지 않고 계속 붙어다닐 확률이 과연 얼마나 되겠는가?"

-실종 원인을 밝혀줄 블랙박스는 왜 찾지 못했는가?
차옥정 : "블랙박스를 찾으려면 제조사인 보잉사에 탐색장비를 요청해야 하지만 아무도 요청하지 않았다. 가족들만 탐색장비를 빨리 가져오라고 아우성쳤지만 그뿐이었다. 일반적으로 항공기 사고가 나면 이후 소송에서 면책을 위해서라도 블랙박스 회수에 모든 노력을 기울이는데 우리 경우는 그렇지 않았다. 그 이유는 안기부가 알 것이다."

서현우 : "실종 초기에 근거도 없는 엉뚱한 산악지대를 1주일간이나 수색한 것은 블랙박스 등 KAL858기 실종의 진실을 밝혀줄 결정적 단서를 은폐하기 위한 것이라는 의혹이 있다. 그리고 처음부터 당국은 KAL858기 잔해를 찾을 의지가 없었다고 생각한다. 블랙박스 탐지장치도 요청하지 않았고 수색도 형식적으로만 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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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안현주

-당시 수사발표에 의하면 김승일과 김현희는 350g의 C4폭탄과 액체폭탄 700cc를 사용해 KAL858기를 폭파했다고 한다. 대책위는 이 부분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서현우 : "83년 소련 전투기에 의해 사할린에서 격추된 KAL007기는 미사일 두 개를 맞고도 10여분간 비행하면서 구조신호를 보냈다. 조그만 전투기도 미사일에 직격으로 맞지 않고는 한참동안 활공을 한다. 하물며 거대한 보잉 707이 두부 한모 크기의 폭탄에 공중분해 됐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많지 않는다."

신성국 : "지금껏 유품하나 나오지 않고 있다. 즉 하늘에서 모든 것을 일거에 없앨 수 있는 폭발이 있었다는 것이다."

서현우 : "구조신호를 보낼 틈도 없이 비행기를 공중분해 시킬 정도의 위력을 갖기 위해서는 트렁크 7개 분량의 폭탄이 있어야 한다."

"김승일과 김현희가 폭파범이라는 근거는 없다"

-김승일과 김현희는 KAL858기 객실 선반에 폭탄을 올려놓고 중간 경유지인 아부다비에서 내렸다고 한다. 그런데 중간 경유지에 기착할때 승무원들은 승객들이 두고 내린 물품에 대해 검사를 하는데, 왜 선반위에 있는 주인없는 물품이 발견되지 않았나?
서현우 : "KAL858기 선반은 요즘과 달리 덧문이 없는 개방식 선반이었다. 기차에 있는 선반과 비슷한 구조다. 한눈에 봐도 임자없는 물건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할 수 있다. 또 당시 교대승무원으로 아부다비 공항에서 내린 승무원의 증언에 의하면 선반위엔 아무것도 없었다고 한다."

-KAL858기를 타고 가다 아부다비에서 내린 김승일과 김현희의 행적에 대해서도 의혹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데.
서현우 : "그들은 아부다비에서 바레인을 거쳐 로마로 탈출할 계획이었다. 바레인에 도착한 그들은 요르단 암만 경유 로마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2박3일간 호텔에 체류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바레인에는 로마로 가는 직항노선이 있었다. 그런데도 그들은 그걸 타지 않고 유독 암만 경유편만을 고집했다. 또 체류도중 이들은 시내를 활보하면서 사진을 찍는 등 여러 흔적을 남겼다. 한마디로 '나 잡아가라'고 광고하는 꼴이었다. 이것이 과연 정예 공작원들의 모습인가?

그들이 찍은 사진 중 안기부는 두 장을 공개했다. 이 사진에 대한 초점과 포즈의 방향이 제3자가 찍어준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일본의 저널리스트인 노다 미네오('대한항공기 폭파사건'의 진상 저자)씨가 이들의 행적을 그대로 답사하고 분석한 후 내린 결론이다."

-그렇다면 김승일과 김현희가 KAL858기 폭파범이 아니란 말인가?
서현우: "그들이 KAL858기를 폭파했다는 근거가 하나도 없다. 발표된 수사결과가 사실과 다르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들이 김현희 한사람의 진술에만 의존했고 증거 확보와 사실확인 노력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현희의 진술이라는 것도 초기 진술과 나중에 나온 김현희의 수기와도 맞지 않는 부분이 많다. 당국은 이것에 대한 수사나 해명도 하지 않고 있다. 아직도 정부는 수사기록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2001년에 정보공개 청구 소송을 냈지만 아직 재판조차 끝나지 않고 있다."

KAL858기 사건, 87년 대선과 연관 있나?

a KAL858기 대책위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신성국 신부

KAL858기 대책위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신성국 신부 ⓒ 오마이뉴스 안현주

-정형근 한나라당 의원에게 공개질의서를 보낸 것으로 아는데.
서현우 : "지난 7월9일 국회 정보위에서 정형근 의원이 고영구 국정원장을 출석시켜 본인이 쓴 소설 '배후'에 대해 문제삼고 대응책을 촉구한 일이 있었다. 이와 관련해 내가 공개질의서를 보냈는데 아직까지 답변이 없다. 정형근 의원은 KAL858기 실종 당시 안기부 대공수사국장이었으며 KAL858기 사건 수사 실무 책임자였다."

신성국 : "당시 수사 책임자였던 정 의원에게 '과연 피해자 가족들이 확신을 갖도록 모든 의문을 수사했는가'라고 묻고 싶다."

-그동안 정부차원에서 진상조사 움직임은 없었나?
신성국 : "이 사건에 대해 국정원이 스스로 의문을 가졌던 때는 있었다. 과거 국민의 정부 시절 국정원이 과거의 일은 털고 가겠다는 취지로 이른바 '4대의혹 사건'에 대한 재조사를 천명했었는데 흐지부지 돼버렸다."

차옥정 : "대통령이 되기전 김영삼, 김대중씨를 만났을 때 그들 모두 당선되면 모든 의혹을 풀어주겠다고 약속까지 했는데 대통령 되고 난 후 연락 한번 없었다."

-KAL858기 사건이 87년 대통령 선거에서 노태우 당시 후보의 당선에 유리하게 작용했다고 믿고 있나?
서현우 : "김현희는 대통령 선거 하루 전인 87년 12월15일 한국으로 압송됐다. 그런데 UN 속기록에 기록된 UN주재 바레인 대사의 발언을 보면 '한국이 마유미(김현희)의 신병인도를 요청한 날은 12월16일'이라고 밝히고 있다. 바레인 정부에 정식요청 하기도 전에 한국 정부는 김현희를 대선 하루전인 15일에 데려온 것이다. 이것이 무엇을 뜻하겠나?"

신성국 : "KAL858기 사건을 계기로 미국은 북한을 테러국으로 지정하고 UN에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안을 상정했는데 UN은 증거 불충분으로 거부했던 사실이 있다. 이것은 KAL858기 사건을 바라보는 국제사회의 시각을 보여주는 것으로써 시사점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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