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대를 세울 때는 마침 집에 놀러 온 친구들이 있어서 함께 거들어 주었다.전희식
전기톱과 회전톱 그리고 원형톱을 이용하여 마름질을 하고 그라인더로 사포질을 했다. 전기 대패로 초벌 깎기를 한 다음 사포질을 했는데 나무먼지가 콧구멍을 꽉 채웠다. 진득한 송진 냄새가 향기로웠다. 오래 전 도시에 살 때 우연히 마시게 된 드라이진 냄새가 영락없었다. 그때 상대가 마시던 페퍼민트향도 덩달아 나는 것 같았다. 톱이 나무사이에 끼일 때는 송진 때문이었다. 언뜻 나무의 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은 작업은 '니스' 칠을 하여 마루를 보호하는 것
제일 힘들었던 것이 사개를 맞추는 것이었다. 기둥에 가로세로 도리를 치는 작업을 할 때 사개가 맞지 않으면 마루 틀이 틀어져 버린다. 추를 이용하여 기둥을 수직으로 세운 다음 가로세로 정위치를 잡고 직각으로 사개를 잡아 나갔지만 결과까지 그렇게 나오지는 않았다.
투명한 고무호스에 물을 채워 수평을 잡는 물 수평기도 한 몫 했다. 새들이가 없을 때는 혼자서 이쪽 끝에 물 높이를 재 놓고 저쪽으로 한쪽 끝을 가져가서 높이를 맞추었다.
망치질하면서 못을 잡은 왼 손 두 번째 손가락 뿌리 부근을 여러 번 때렸다. 망치에 맞아서 시퍼렇게 멍이 들고 부어 올라 있는 곳을 다시 사정없이 망치가 내리쳐졌을 때는 몸이 진저리를 쳤다.
지난 7월에 이틀간 생활목공강좌에 갔을 때 젊은 목수 박종석 선생님은 톱질이 서툰 하얀 손의 수강생들에게 우리의 손이 복권되어야 한다고 했었다.
정말 그렇다. 옛날에는 인간들이 두 손으로 집도 짓고 길쌈도 하고 밥도 짓고 농사도 하고 돌도 다듬고 나무도 잘랐다. 똥도 만지고 물을 떠 마시기도 했다.
아는 것과 하는 것의 차이는 되풀이하다보면 없어지겠지
요즘 사람의 손은 심하게 말하자면 남 손가락질 하는 것하고 컴퓨터 자판 두드리는 짓만 하고 있다.
나는 새들이에게 뭐니뭐니 해도 손이 말을 하는 세상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입과 머리만 나불대는 게 아니라 손이 말하는 세상. 허벅지 속살 같이 보드랍고 얄팍한 손바닥을 가진 사람의 손들이 모두 복권되어 두껍게 군살이 박히는 날 세상도 복원될 것이다. 세 치 혀로 남 등쳐먹는 사람도, 돈으로 남의 땀방울을 가로채는 사람도 없을 테니까.
남은 작업은 마루가 완전히 마르고 나면 황톳물을 만들어 먹인 다음에 그 위에 '니스' 칠을 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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