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에서 20대 40명을 만나다

[민심르포 ②] 20대는 '노무현 일병'의 영원한 지지층?

등록 2003.10.16 00:06수정 2003.10.17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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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취재: 김영균·김지은·권박효원·이승훈 기자
동영상: 김호중 PD


(노 대통령의 재신임 발언 이후 각종 여론조사 기관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노무현 대통령을 '재신임 하겠다'는 응답율은 시간이 지날수록 상승하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20대의 지지율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오마이뉴스>는 젊은이들의 거리인 서울 대학로에서 20대 40명을 만나 그들의 생각을 들어봤다....편집자 주)

15일 오후 서울 혜화동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만난 20대들의 대다수는 '노무현 대통령 재신임'에 표를 줬다.
15일 오후 서울 혜화동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만난 20대들의 대다수는 '노무현 대통령 재신임'에 표를 줬다.오마이뉴스 김지은

"재신임 말고 다른 대안이 있나요." (전구용 28. 회사원)
"재신임 되지 않으면 국정혼란이 오는 것 아닌가요." (황보현욱 25. 대학생)
"내가 보기에 노 대통령만한 인물이 아직 없습니다." (박영철 25. 대학생)
"누가 돼도 다 비슷할테니 현재의 대통령을 믿어야 합니다." (최윤영 23. 대학생)


20대는 '노무현 일병'의 영원한 구원자인가.

<오마이뉴스>가 15일 오후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주변에서 만난 20대 시민들에게 노무현 대통령의 재신임 문제를 묻자, 10명중 약 8명이 별 망설임 없이 '재신임'에 한표를 던졌다.

재신임하겠다는 응답자 중 1/4이 "(한나라당 등) 국회의원들이 대통령을 너무 흔든다"고 비판하는 것도 주목할만하다. 재신임 정국을 초래한 원인에 대해서도 부분적으로 노 대통령의 시각과 비슷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 지난 10일부터 13일까지 각종 여론조사 기관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노무현 대통령을 '재신임 하겠다'는 응답율은 시간이 지날수록 상승하고 있고 그중에서도 20대의 지지율이 가장 높다.


'재신임 정국', 20대 여론 동향 추이

(전 세대 재신임율-20대 재신임율 순)

<10월10일 리서치앤리서치> (샘플 800명)
42.5% - 48.8%

<10월 11일 KBS-미디어리서치> (샘플 1000명)
51.4% - 60.2%

<10월12일 MBC-KRC> (샘플 1044명)
56.6% - 65.7%
10일 실시된 리서치앤리서치의 조사(800명 샘플 전화설문)에서는 20대의 재신임 응답 비율이 48.8%로 전체 재신임 응답 비율(42.5%)보다 6.3% 높게, 11일 실시된 KBS-미디어리서치의 조사에서는 60.2%로 전체 재신임 응답율(51.4%)보다 8.8% 높게 나타났다.

12일 SBS-TNS 조사에서는 20대의 재신임율이 60% 중반을 훌쩍 넘어섰다. 같은날 MBC-코리아리서치센터가 실시한 조사에서도 20대의 65.7%가 노무현 대통령을 재신임하겠다고 응답했다.


이같은 현상은 지난 해 대선 당시 구도와 비슷하다. 각 방송사의 대통령 선거일 출구조사에 따르면, 20대는 당시 노무현 후보를 가장 많이 지지했다. 지난 해 12월 19일 KBS가 실시한 출구조사 결과를 보면 '노무현 후보를 찍었다'고 답한 20대는 약 62.1%로 전 세대 가운데 가장 높은 지지율을 보였다. 지난 대선 결과, 노 대통령의 득표율은 전 세대를 통털어 48.9%였다.

"국정 불안 막기 위해 재신임" 가장 많아

제16대 대선에서 나타났던 젊은층의 여론 동향이 재연되고 있는 것일까. 그들은 왜 얼마전까지만해도 각종 여론조사에서 '추락'을 거듭하던 노무현 대통령 구하기에 나선 것일까. <오마이뉴스>는 노 대통령의 재신임 지지율이 가장 높게 나타나고 있는 20대 젊은층의 여론을 파악하기 위해 서울 대학로로 향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최근 실시된 '재신임 정국'과 관련한 각종 여론조사 결과는 <오마이뉴스>가 거리의 20대를 상대로 실시한 인터뷰 결과와도 비슷하다.

<오마이뉴스>가 15일 오후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주변에서 만난 20대 남녀 40명 중 77.4%에 달하는 31명이 재신임 투표가 실시될 경우 노 대통령을 '재신임하겠다'고 답했다. '불신임하겠다'고 답한 응답자는 7명으로 약 17.4%에 불과했다.

20대는 왜, 노 대통령에게 아직도 '믿음'을 주는 것일까. 노 대통령을 재신임하겠다고 답한 31명 중 약 1/3에 해당하는 11명이 '국정 불안을 막기 위해서'를 이유로 꼽았다.

거리 인터뷰에 응한 전구용(28. 회사원)씨는 "재신임 말고는 다른 대안이 없지 않느냐"며 "불신임시 정국이 더 혼란스러워질 것이니 재신임을 통해 정치적인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본다"고 답했다. 황보현욱(25. 대학생)씨와 한성희(24. 대학생)씨도 "재신임 되지 않을 경우 국정 혼란이 우려된다"며 재신임에 표를 던졌다.

이 가운데는 물론 노 대통령의 국정 운영 능력이 미흡하다고 생각하다고 생각하는 응답자도 있었다. 대학생 강도형(24)씨는 "노 대통령의 정책 추진력 등 능력을 지지 한다기 보다 대통령이 바뀌면 정책이 바뀌어 오히려 국정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는 점을 이유로, 진일훈(26. 대학생)씨는 "노 대통령이 여러가지로 잘못하고 있는 점이 많지만 다시 대선을 치른다면 나라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기 때문"을 이유로 재신임 하겠다고 답했다.

'여전히 노무현을 믿는다'며 아낌없는 지지를 보낸 20대는 31명중 7명이 나왔다. 대학생 박영철(25)·이재광(26)씨 등은 "노 대통령 만한 인물이 없다"며 "아직도 그를 지지한다"는 '일편단심 애정표'를 던졌다.

20대가 여전히 노 대통령의 강력한 지지층이라는 점은 재신임 응답자 31명중 절반을 훌쩍 넘는 17명이 지난 대선 당시 노 대통령을 찍었다고 밝힌데서도 드러났다. 반면 다른 사람을 찍었다는 응답은 4명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투표권이 없었거나 기권)

그밖에 대통령의 재신임 제안을 정치 개혁의 계기로 삼기 위해 표를 줘야 한다는 답변도 있었다. 지난 대선에서 사회당의 김영규 후보를 지지했던 대학생 엄정환(24)씨는 "현재의 정치 혼란이나 부패가 대통령 한 사람이 물러나는 것으로 해결되리라고 보지는 않는다"며 "재신임 제안을 정치 개혁을 위한 공론의 장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재신임 응답자의 지난 대선 지지 성향
40대
(총22명)
20대
(총31명)
노무현 지지
16명(72%)
17명(55%)
이회창 지지
4명(18%)
3명(10%)
기타
1명(5%)
2명(3%)
투표하지 않음
1명(5%)
9명(29%)
불신임 응답자의 지난 대선 지지 성향
40대
(총14명)
20대
(총7명)
노무현 지지
6명(43%)
1명(14%)
이회창 지지
6명(43%)
3명(43%)
기타
2명(14%)
1명(14%)
투표하지 않음
0명(0%)
2명(29%)
ⓒ오마이뉴스 고정미

"한나라당이 대통령 너무 흔든다" 반동효과도 한 몫

노 대통령을 재신임하겠다는 이유 중 가장 흥미로운 답변은 '한나라당에 대한 반동효과'이다.

재신임하겠다는 20대(31명) 중 약 1/4인 8명은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이 대통령을 너무 흔든다" "비리는 예전에도 있었는데 (야당이) 이를 부각시켜 트집을 잡는다" "야당이 상대적으로 지지세력이 취약한 대통령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격"이라며 "대통령에게 힘을 모아줘야 할 때"라고 말했다.

40대에 대한 거리 인터뷰에서와 마찬가지로 '그 사람이 그 사람이니 일단 끝까지 지켜보자'는 관망론도 적지 않았다. 대학생 최윤영(23)씨는 "누가 돼도 다 비슷할테니 현재의 대통령을 믿어 봐야 한다"며, 정미영(25)씨는 "다른 사람이 (대통령이) 돼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재신임 쪽으로 기울었다.

"불신임" 7명 - "판단 유보" 2명

반면, 불신임에 표를 던진 20대(40명중 7명)는 주로 '노 대통령의 자질 부족'을 이유로 내세웠다. 취업 준비생인 조아무개(24)씨는 "노 대통령은 그간 말 실수도 많았고 정책의 일관성도 없었다, 책임감도 자신감도 없는 대통령은 빨리 갈아 치우는 게 낫다"며 강경한 불신임 의견을 표했다.

대학생 이준민(20)씨는 "국정 수행이 신중하지 못하다"는 것을 이유로, 교사 남아무개(28)씨는 "재신임 발언이 무척 무책임하다고 생각한다"며 불신임에 표를 던졌다.

'재신임 정국'의 발단이 된 대통령의 측근 비리 때문에 불신임한다는 의견은 2명에 불과했다. 대학생 박소은(25)씨와 회사원 김경미(25)씨는 "이번 비리 문제로 실망했다"며 불신임하겠다고 응답했다. '지지 철회'를 선언한 20대도 나왔다. 이아무개(27)씨는 "전 정권 말기 때보다 현재의 정국이 더 혼란스럽다"며 "지난 대선 때 노 후보를 찍었지만 지금은 불신임"이라며 '지지 철회'를 표명했다.

'불신임 20대' 중 3명은 지난 대선 때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를, 1명은 노 대통령을 택했다고 답했다. (권영길 후보 1명, 기타 2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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