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에서 40대 40명을 만나다

[민심르포] '흔들리는 허리' 40대는 노 대통령을 어찌 보나

등록 2003.10.16 00:00수정 2003.10.17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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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장취재: 김영균 김지은 권박효원 이승훈 기자
- 동영상: 김호중 PD


(노 대통령의 재신임 발언 이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수도권 40대들의 '불신임' 비율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다른 연령층에 비해 이들이 노 대통령을 불신임하는 이유는 과연 무엇인가. <오마이뉴스>는 15일 여의도 증권가에서 40대 40명의 '즉석 여론조사'를 통해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편집자 주)

노 대통령의 '재신임' 발언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국민투표를 할 경우 수도권 40대의 불신임률이 가장 높을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15일 서울 여의도에서 만난 40대의 과반수 이상은 노 대통령을 재신임해야 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여의도 증권가의 거리 풍경.
노 대통령의 '재신임' 발언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국민투표를 할 경우 수도권 40대의 불신임률이 가장 높을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15일 서울 여의도에서 만난 40대의 과반수 이상은 노 대통령을 재신임해야 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여의도 증권가의 거리 풍경.오마이뉴스 김영균

"만약 불신임된다면 노 대통령은 주저 없이 물러나야 한다. 나라가 불안해진다고 일부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지금도 불안한데 (노 대통령이 물러난다고) 더 이상 불안해질게 뭐 있겠나.(박모씨·49·사무직)"

"노 대통령이 물러날 경우 대안이 있나? 국정수행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노 대통령이 물러날 만큼 큰 결함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언론과 야당의 협조가 전혀 없는 상황이 더 큰 문제다.(고재용·46·자영업)"


15일 낮 서울 여의도 증권가에서 만난 40대 두 명은 노 대통령의 재신임 문제에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답을 내놨다. 물러나야 한다는 쪽과 물러나서는 안 된다는 쪽. 재신임 발언이 터져 나오면서 정치권이 '거야의 3당 공조'와 통합신당으로 나눠졌듯이 국민들의 생각도 이처럼 서로 엇갈리고 있었다.

15일 <오마이뉴스>가 여의도 증권가에서 무작위로 만나본 40대 시민들은 '재신임'쪽에 오히려 무게를 뒀다. 이들중 과반수가 넘는 22명은 "국민투표를 한다면 재신임할 것"이라고 답했다.

"노 대통령 함량미달이지만…, 대안이 있나?"
"비리 문제는 한나라당이 더 크게 반성해야 할 것"



"한마디로 대안이 없는 거죠. 그렇다고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민주주의의 후퇴를 가져올 뿐인데…."

15일 점심시간, 증권사가 밀집된 여의도 한 거리에서 만난 최모(41)씨는 '대안 부재'를 재신임의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언론인으로 일한다는 최씨는 "지금 정치판에서 노 대통령만큼 개혁적인 인물이 또 나오겠느냐"고 반문한 뒤 측근 비리를 대통령 하야의 빌미로 삼고 있는 한나라당에 대해 "비리 문제는 한나라당이 더 크게 반성해야 한다"고 일침을 놓았다.


또 다른 40대는 불신임으로 인한 '국가 혼란'을 우려하고 있었다. 정보통신업에 종사하고 있다는 양회진(40)씨는 "불신임할 경우 엄청난 혼란이 올 것이고 국민투표를 계기로 주변 정치인들도 크게 반성해야 한다"며 재신임 정국을 정치 개혁에 이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양씨는 또 "노 대통령이 참신한 개혁을 하고 있지만 중심을 잡지 못하고 흔들리는 것은 불만"이라면서도 "물러날 만큼 대통령이 잘못한 것은 없고, 야당의 발목잡기가 더 큰 문제"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재신임 정국을 정치 개혁으로 이끌어야 한다는 견해는 40대 여러 명에게서 공통적으로 들을 수 있었다. 금융회사에서 부장으로 일한다는 김모(40)씨는 "이번 재신임 투표는 그간의 정치·사회·문화적인 부패를 청산해보자는 차원의 문제"라며 "이번 투표 제안은 개혁의 큰 물줄기 중 하나라고 보고, 그렇기 때문에 투표 제안에도 찬성하고 재신임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40대 재신임과 불신임 이유
재신임 이유 응답자수불신임 이유 응답자수
대안부재
6
경제정책 실패
7
불신임시
국정혼란 우려
6기대 못미치는
국정 운영
5
물러날 만큼
잘못 없다
5
정치적
포용력부족
3
새로운 국정운영
기회 부여
5
부정부패
2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5
측근들
전문성 결여
1
정치개혁의
기회로 삼기위해
1
그냥 싫다
1
(기타 : 판단유보의 이유로는 '수사결과 지켜봐야'.'관심없다')
※전체응답자수 : 40명 (중복응답 가능)
ⓒ오마이뉴스 고정미
<오마이뉴스>가 만난 40명 중 절반 이상은 '재신임'을 지지했지만, '재신임=노 대통령 지지'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었다.

식사를 하기 위해 종종 걸음을 치던 회사원 함모(40)씨는 "노 대통령은 함량미달의 대통령"이라고 혹평을 하면서도 결국에는 재신임쪽으로 마음을 정했다. 함씨는 "정서적으로는 노 대통령에 대한 불신임인데 결국 대안이 없지 않느냐"는 의견을 남긴 뒤 자리를 떴다.

지난 대선에서 이회창 후보를 지지했던 40대 2명은 "대통령을 평가하기에 8개월이라는 시간은 너무 짧다"는 견해를 내놓기도 했다. 금융업을 한다는 이종근(48)씨는 "이제 막 시작한 대통령이니 1년이든, 2년이든 더 지켜본 후 재신임을 해도 해야 한다"고 전했다.

마찬가지로 이회창 후보를 지지했던 이윤동(45·자영업)씨도 "누가 하더라도 크게 변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씨는 또 현재의 정국에 대한 '청와대 측근 책임론'을 내세우기도 했다. 이씨는 "노 대통령의 주변 참모진들이 보조를 잘 못하고 우왕좌왕한다"고 비판했다.

"대외신인도 하락…, 수출입업자들은 노 대통령 불신임"
"경박하고 말실수 잘하는 사람이 대통령 계속할 수 있겠나?"


한편 기업을 운영하거나 자영업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단호하게 '불신임'을 선택했다. 자신을 중소기업CEO라고 밝힌 최철수(43)씨는 가던 길을 멈추고 "국민투표를 한다면 경제문제 때문에라도 불신임에 표를 던질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국가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인 경제 불황이 계속되고 있는데 노 대통령은 뭘 하고 있나.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 뒤 경제 진흥책을 제시했어야 했는데, 너무 침묵하고 방관하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는 노 대통령을 지지했지만, 심각해지는 경제 문제를 보고 불신임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있다."

외국과 직접 거래하는 '수출입업 종사자'의 불신은 더 깊었다. 탁영준(49·수출입업)씨는 "수출입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모두 노 대통령을 불신임하겠다고 한다"며 주변의 반응을 전했다. 탁씨는 "노 대통령이 당선된 뒤 대외신인도가 너무 하락했다"고 어려움을 호소하며 긴 한숨을 쉬었다.

'경제 불황 한파'를 피부로 직접 느끼고 있는 일반 서민들의 불만도 컸다. 실직 상태에 놓여있다는 김권수(48)씨는 "대통령이 당선된 뒤 7, 8개월 동안 신당 만들기 빼놓고는 한 일이 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씨는 "서민들은 먹고살기가 힘들어 자살하고, 아파트에 불을 지르고 있는데 정작 정치권에서는 밥그릇 싸움만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대통령 본인의 '역량 부족'을 불신임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꼽은 사람도 있었다. 지난 대선에서 노 대통령을 지지했다는 박철희(48·전산직)씨는 "노 대통령이 경박하고 말실수를 많이 하는데, 이는 대통령이 언행이 아니다"라며 "이제는 노 대통령을 더 이상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평범한 직장인이라는 이상태(48)씨도 "노 대통령은 지도자 역할로 부족한 게 많다"며 "경제정책이나 대외관계, 노사정책 등에서 철학이나 방향 자체가 잘못 됐다고 본다"고 직접적으로 비판했다.

노 대통령, 그래도 희망은 있나?... 40명 중 22명 '재신임' 의사 밝혀

15일 <오마이뉴스>가 만난 40대는 모두 40명이었다. 그 중 절반이 넘는 22명(55%)은 재신임을 하겠다고 밝혔으며, 불신임을 표시한 사람은 14명(35%)이었다. 나머지 4명은 판단을 유보했다. 단편적인 결과이긴 하지만, KBS나 MBC, 동아일보 등 각종 언론의 여론조사에서 불신임 비율이 가장 높게 나타났던 '40대 수도권 국민들'도 이런 저런 이유로 재신임쪽으로 기울어지고 있는 셈이다.

'노 대통령 재신임' 의사를 표명한 22명 중 4명은 지난 대선에서 이회창 후보를 지지한 사람들이었다. 반면, 불신임의 뜻을 내비친 14명중 6명은 지난 대선에서 노 대통령을 열렬히 지지했다고 밝혀 '지지층 이반' 현상이 계속 이어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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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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