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린 블루스>의 컷학산문화사
그래서인지 이 책을 읽다 보면 쿡 하는 웃음과 함께 찐한 감동을 얻을 수 있다. 사랑의 상처를 얻은 성게 군이 상자를 들고 모닥불을 피운다. 따뜻하다고 능청을 떠는 성게 군에게 직격탄을 던지는 불가사리 군. '너, 그 애 물건들 태우러 온 거 아니었어?' 깜짝 놀라는 성게 군은 상자를 치우며 말한다. '맞아, 하지만 오늘은 아냐...'
어느 복잡한 하루의 성게 군의 일기는 성게 군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가끔은 생각하는 것이다.
"포맷하고 싶어..."
"왜? 컴퓨터 또 버벅거려?"
"컴퓨터 말구.,.. 내 머리 말야...(하-아)"
(쓸데 없는 생각들이 너무 많아...)
포맷하고 싶은 복잡한 머리도, 가슴 아픈 일상도, 삶의 작은 재미도, 길거리의 날지 못하는 비둘기도 모두 우리의 일상에서 쉽게 만나는 모습들이다. 우리 모두는 가까운 곳에서 성게 군과 같은 일상을 만나기에 그의 만화가 공감이 된다. 작가는 일상의 사소한 일들을 꼬집어 내어 표현하는 재주를 지녔다
입사하던 날... 사장님이 물으셨다..
"자네, PC를 쓰겠나, 맥을 쓰겠나?"
"...집에서는 PC를 쓰고 있으니... 맥 한 번 써보겠습니다!!"
"헛헛...그래?"
난... 어쩌자고 그런 소릴 한걸까...
"크아악!!! 맥킨토시 만든 놈 이리 나왓!! 대체 유형 2의 오류란 뭐냔 말이냣!!?"
컴퓨터와 씨름하고, 회사 나가기 싫어서 아침마다 미적거리고, 인터넷 뒤지다가 충동 구매하고, 결국 카드 값 땜에 깜짝 놀라며 절약을 다짐하고, 다시 똑같은 행동을 반복하고…. 이런 경험들은 일반적인 직장인들이 달고 사는 힘든 인생의 한 단면일 것이다.
하지만 성게 군은 이런 상황들을 위트 있는 말과 행동으로 재치 있게 넘긴다. 삶의 고통을 단순한 유머를 통해 통쾌하게 날려 버리는 것이다. 성게 군의 이러한 이야기는 독자들에게 긍정적인 사고를 심어 준다. 직장인으로 살아가는 비애 속에 살아가는 재미 또한 공존한다는 느낌을 전해 주는 것이다.
사실 만화를 보는 사람들은 그 가벼움의 미학을 좋아하기 때문에 만화라는 장르를 선택할 것이다. 만화가 전하는 가벼움 속에 삶의 재충전을 얻을 수 있다면, 만화라는 장르도 양서(良書) 중의 하나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 <마린 블루스>처럼 삶의 활력소가 되어 주고 짧은 휴식을 제공해 주는 만화라면 적극 권장해도 되지 않을까?
마린 블루스 1
정철연 지음,
학산문화사(단행본),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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