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0일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는 '재신임 정국과 시민 사회 진영의 과제'를 주제로 한 토론회가 열렸다.이재환
이라크 파병 문제 등으로 노무현 대통령의 '재신임 발언'을 둘러싼 논란이 잠시 소강 상태로 접어든 가운데 10월 20일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는 학술단체협의회·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전국언론노조의 공동주최로 토론회가 열렸다.
'재신임 정국과 시민 사회 진영의 과제'를 주제로 한 이날 토론에서는 ▲재신임 발언의 적절성 문제 ▲참여 정부의 정체성 문제 ▲참여 정부와 보수 진영의 갈등 문제 등이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또 이날 발제를 한 성공회대 조희연 교수는 '정부와 야당의 합의 하에 재신임을 철회'할 것을 제안해 눈길을 끌었다.
성공회대 조희연 교수는 "보수 언론이나 보수 정당은 자신들의 요구 사항이나 정책을 수용한다고 참여 정부를 지지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참여 정부다운 전향적인 개혁 및 국정 운영을 통해 대중의 지지를 획득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시민 사회 운동 측에서는 이번 재신임이 정치 자금의 투명화를 포함한 정치 개혁의 전기가 되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면서 "재신임을 제기한 노 대통령이나 이에 반대하는 야당들은 시민 사회 진영이 요구하고 있는 '제도적 정치 개혁'을 수용하는 방식으로 재신임을 '합의 철회'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연세대 김호기 교수는 "재신임을 하냐, 안 하냐의 문제는 오히려 중요한 것이 아니다"라면서 "이번 기회를 제도적 정치 개혁의 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참여 정부의 정체성 혼란 탓"
참여연대 김기식 사무처장은 "참여 정부의 위기의 본질은 '총선 이후 개혁론'으로 인해 지금까지 개혁 정책을 제대로 추진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노 대통령은 개혁 노선을 분명히 해 지지 기반을 다져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참여 정부는 재벌 정책과 노사 문제, 대미 관계 등에서 보수 언론의 기조대로 가서는 안된다"면서 "그렇게 될 경우 시민 사회 진영은 나름의 원칙을 가지고 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는 참여 정부의 개혁 정책이 부진할 경우 참여 연대를 비롯한 시민 사회와의 마찰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일종의 '경고'성 발언이다.
민주노총 이회수 대외협력실장도 "재신임 공방이 결국 국민 투표로 간다고 해도 노동 운동이나 시민 사회 발전에 별 도움은 안될 것으로 보인다"며 "노 정권의 개혁과 시민 운동 진영 사이에 동질성이 있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하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에 대해 개혁국민정당 유기홍 정책위원장은 "참여 정부의 '총선 후 개혁 노선'이 근본적으로 잘못됐다고 보지는 않는다"며 "노 대통령의 재신임 발언은 정치적인 승부수의 일환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정한 보수가 있기는 한가?"
한겨레신문 홍세화 기획위원은 '참여 정부가 개혁적인 정책으로 대중적 지지를 확보해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했다. 그러나 홍 위원은 '개혁 반대 세력'을 '보수 진영'으로 규정하는 것에 대해서는 난색을 표했다.
홍 위원은 "우리 나라에 진정한 보수가 있는지 의심스럽다"면서 "개혁 반대 세력에 대한 정의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일부 언론과 정당을 겨냥해 "사익 추구 집단과 공익 추구 집단은 구분될 필요가 있다"며 "사익 추구 집단의 경우 극우 또는 수구 세력으로 분류돼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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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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