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사람들
인간과 여타 동물을 변별하는 가장 큰 잣대는 누가 뭐래도 스스로 사고하느냐 못하느냐는 것이 아닐까. 독서는 바로 그 '사고하는 힘'의 발원지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선대가 남긴 정치, 경제, 문화적 유산을 흡수하고 정신사적 궤적을 좇아 오늘을 밝히는 일에 다름 아니다. 하여, 그 옛날로부터 깨어있는 자라면 누구나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그랬다. 언제나 길은 책 속에 있었다.
<겨울경춘선>과 <저물 무렵>의 작가 신동호(38)가 엮은 <유쾌한 교양읽기>(아름다운사람들)는 유년시절부터 책 속에서 길을 찾아온 한 시인의 즐겁고도 힘겨운 독서체험을 담고있다.
80년대 학교를 다닌 보통의 386세대가 그렇듯 신동호 역시 영민한 소년문사에서 현실에 분노한 학생운동가, 통일과 해방을 노래하는 청년시인에서 무너진 역사적 신념에 절망한 생활인까지 다양한 모습으로 20여 년을 살았다.
누구에게나 간단치 않았을 시대. 그 강팍한 시절을 살아오는 동안 신동호에게 가장 큰 힘을 준 친구는 책이었다. 사람을 더 깊고 더 크게 만드는 책.
<유쾌한 교양읽기>에서는 어린 시절 누구라도 한번쯤은 접해봤을 <파브르 곤충기>에서부터 인권운동사랑방 서준식 대표의 동생으로 더 유명한 재일 미술평론가 서경석의 <나의 서양미술 순례>, 기 소르망의 기념비적 저작 <20세기를 움직인 사상가들>, 탐미적 문장을 자랑하는 밀란 쿤데라의 <느림>, 송기숙과 박범신·김성동과 황석영의 소설, 나종영과 이승철, 박철과 오봉옥의 시집까지 장르를 불문한 40여권의 책이 소개된다. 그야말로 기본적 '교양읽기'다.
신동호는 위의 책을 접했을 때 자신이 느꼈던 감정과 그 책이 자신의 생에 끼친 영향, 거기에 더해 책이 씌어진 당대의 상황까지를 독자들에게 꼼꼼히 전하고 있다. 그 꼼꼼함은 육척 장신의 거대한 몸피로 호방하게 웃는 그의 겉모습과는 또 다른 아름다움으로 다가온다.
철학자들은 말한다. "책이 없는 그곳이 바로 지옥"이라고. 이 금언은 신동호의 오늘을 있게 했다. 한 시인의 정신을 키운 책들이 독자들에게는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유쾌한 교양읽기>를 항해도(航海圖) 삼아 거기 소개된 책들을 한 권, 한 권 만나보며 가을의 막바지를 즐기는 것도 좋을듯하다.
행복은 제도가 아닌 개인적 근면에서 온다?
- 새뮤얼 스마일즈의 <인생을 최고로 사는 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