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없는 세상이 곧 지옥이다

[주목할만한 이 주의 새 책들] <유쾌한 독서일기> 등

등록 2003.10.21 17:52수정 2003.10.22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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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없는 곳이 곧 지옥이다
- 신동호의 독서일기 <유쾌한 독서일기>


아름다운사람들
인간과 여타 동물을 변별하는 가장 큰 잣대는 누가 뭐래도 스스로 사고하느냐 못하느냐는 것이 아닐까. 독서는 바로 그 '사고하는 힘'의 발원지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선대가 남긴 정치, 경제, 문화적 유산을 흡수하고 정신사적 궤적을 좇아 오늘을 밝히는 일에 다름 아니다. 하여, 그 옛날로부터 깨어있는 자라면 누구나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그랬다. 언제나 길은 책 속에 있었다.

<겨울경춘선>과 <저물 무렵>의 작가 신동호(38)가 엮은 <유쾌한 교양읽기>(아름다운사람들)는 유년시절부터 책 속에서 길을 찾아온 한 시인의 즐겁고도 힘겨운 독서체험을 담고있다.

80년대 학교를 다닌 보통의 386세대가 그렇듯 신동호 역시 영민한 소년문사에서 현실에 분노한 학생운동가, 통일과 해방을 노래하는 청년시인에서 무너진 역사적 신념에 절망한 생활인까지 다양한 모습으로 20여 년을 살았다.

누구에게나 간단치 않았을 시대. 그 강팍한 시절을 살아오는 동안 신동호에게 가장 큰 힘을 준 친구는 책이었다. 사람을 더 깊고 더 크게 만드는 책.

<유쾌한 교양읽기>에서는 어린 시절 누구라도 한번쯤은 접해봤을 <파브르 곤충기>에서부터 인권운동사랑방 서준식 대표의 동생으로 더 유명한 재일 미술평론가 서경석의 <나의 서양미술 순례>, 기 소르망의 기념비적 저작 <20세기를 움직인 사상가들>, 탐미적 문장을 자랑하는 밀란 쿤데라의 <느림>, 송기숙과 박범신·김성동과 황석영의 소설, 나종영과 이승철, 박철과 오봉옥의 시집까지 장르를 불문한 40여권의 책이 소개된다. 그야말로 기본적 '교양읽기'다.


신동호는 위의 책을 접했을 때 자신이 느꼈던 감정과 그 책이 자신의 생에 끼친 영향, 거기에 더해 책이 씌어진 당대의 상황까지를 독자들에게 꼼꼼히 전하고 있다. 그 꼼꼼함은 육척 장신의 거대한 몸피로 호방하게 웃는 그의 겉모습과는 또 다른 아름다움으로 다가온다.

철학자들은 말한다. "책이 없는 그곳이 바로 지옥"이라고. 이 금언은 신동호의 오늘을 있게 했다. 한 시인의 정신을 키운 책들이 독자들에게는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유쾌한 교양읽기>를 항해도(航海圖) 삼아 거기 소개된 책들을 한 권, 한 권 만나보며 가을의 막바지를 즐기는 것도 좋을듯하다.



행복은 제도가 아닌 개인적 근면에서 온다?
- 새뮤얼 스마일즈의 <인생을 최고로 사는 지혜>


비즈니스북스
19세기 중반 영국에서 출간돼 2세기 동안 논란의 중심에 서있는 책이 한국의 독자들과 만났다.

'부와 행복은 제도나 국가가 아닌 개인의 노동과 근면으로부터 나온다'는 주장을 담은 <인생을 최고로 사는 지혜>(비즈니스북스. 공병호 역)는 대중적 자기계발서의 효시로 지칭되며, 영국 빅토리아 시대 중소상공인들의 급진적인 가치관을 설파한 책이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유명한 문장으로 시작되는 이 책은 영웅이 아닌 보통사람, 재능이 아닌 열정을 사회발전의 원동력으로 파악함으로써 당대 독자들의 주목을 받았고, '앞으로는 칼이 아닌 돈 때문에 죽는 사람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자본주의의 미래를 정확히 예언해내기도 했다.

하지만 비판도 없지 않았다. 영국의 마르크스주의 철학자 홉스봄은 '자본주의의 미덕만을 찬양한 자수성가형 저널리스트'라며 스마일즈를 평가절하했고, <인생을 최고로 사는 지혜>를 지칭해 "보수주의의 바이블"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스마일즈의 손을 들어줄지 홉스봄의 견해를 따를지는 책을 읽는 사람들의 몫이다.


"군대에도 감동은 있다"
- 개그맨의 군대체험 <서경석의 병영일기>


시공사
지난 2001년 만 30세의 나이로 입대해 2년2개월을 꽉꽉 채우고 만기제대한 예비역 육군 병장 서경석이 '또 다른 세계'인 군대에서의 체험을 녹여 책을 냈다. '서른 살 이등병의 좌충우돌 군대 체험기'라는 부제가 붙은 <서경석의 병영일기>(시공사).

책에는 "너는 인기연예인이니 영화배우 심은하를 우리 부대로 면회 오게 해라"는 철없는 고참들의 터무니없는 갈굼(괴롭힘을 뜻하는 군대은어)에 머리를 싸매는 늙은(?) 이등병의 고민과 냄새나는 화장실에 숨어 눈물 젖은 초코파이를 먹던 훈련병 시절의 기억, 육군 오대 장성(준장, 소장, 중장, 대장, 병장)중 최고 계급이라는 병장이 되어 밤마다 졸병들에게 쌀국수를 끓이게 하던 체험까지가 고스란히 담겼다.

"졸병 시절 차곡차곡 모아놓은 메모와 일기장이 책의 재료가 됐다"고 말하는 서경석은 "군대에도 감동이 있고, 즐거움과 웃음이 있다"라며 짐짓 예비군답게 굴기도 한다.

하긴 아픔과 괴로움도 지나고 나면 추억이 되는 법. <서경석의 병영일기>는 스무 살 우리의 군대생활과 서른 살 그의 군대생활이 다르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다.


동화를 통해 인권을 들여다보다
- 차병직 변호사의 <사람답게 아름답게>


바다출판사
세상을 사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존중받아야할 인권(人權). 입버릇처럼 쓰는 단어지만 정작 '인권'이 무엇인가를 일목요연하게 설명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한국의 대표적인 시민운동단체 참여연대에서 상임집행위원장으로 일하고 있는 차병직(44) 변호사의 근작 <사람답게 아름답게>(바다출판사)는 인권을 '사람이 사람답게 그리고, 아름답게 사는 삶'이라 정의하고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누구나 알기 쉽게 들려준다.

차 변호사는 '법을 전공한 사람은 딱딱한 원칙주의자'라는 선입견을 깨뜨리며, 독자 모두에게 익숙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말괄량이 삐삐> <해리 포터> 등의 동화를 통해 '대체 인권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유연하게 답하고 있다. <홍당무>를 통해 인간의 존엄성을 설명하고, <키다리 아저씨>의 한 구절을 인용해 행복추구권을 설명하는 차병직의 인권 접근법은 새로운 동시에 재미까지 있다.

쉽고도 의미 있는 인권해석의 방법을 보여준 차 변호사의 책을 접한 강금실 법무장관은 "인권이란 차별 없는 동심의 세계를 회복하는 것이 아닐까, 사람들 모두에게 따뜻한 햇볕이 쪼여 밝아진 얼굴로 서로의 맑은 눈을 들여다보는 것이 아닐까"라는 말로 출간을 축하했다.

유쾌한 교양읽기

신동호 지음,
아름다운사람들,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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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꽃> <한국문학을 인터뷰하다> <내겐 너무 이쁜 그녀> <처음 흔들렸다> <안철수냐 문재인이냐>(공저) <서라벌 꽃비 내리던 날> <신라 여자> <아름다운 서약 풍류도와 화랑> <천년왕국 신라 서라벌의 보물들>등의 저자. 경북매일 특집기획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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