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국경없는 기자회' 발표 왜곡

언론자유 지수 왜곡, 뒤늦게 '오보' 문구만 수정...민언련 성명

등록 2003.10.21 22:17수정 2003.10.23 09:44
0
원고료로 응원
a 조선일보는 21일자 43판부터 문제가 된 기사 문구를 고쳐 썼다.

조선일보는 21일자 43판부터 문제가 된 기사 문구를 고쳐 썼다. ⓒ 조선일보 PDF

조선일보의 아전인수식 해석인가, 의도된 왜곡인가.

조선 21일자 '국경없는 기자회 발표, 한국 언론자유 39위서 49위로 하락-노대통령의 메이저신문 공격 때문' 제목의 기사가 지난해에 이어 왜곡논란을 재연하고 있다.

조선은 해당 기사에서 "국경없는 기자회(RSF)는 20일 '세계 언론자유 등급'을 발표, 조사 대상국 166개국 중에서 한국을 49위로 평가했다"면서 "지난해 조사에서 한국은 139개국 중 39위를 기록했지만, 조사 대상국이 늘어난 올해 조사에서 순위 하락을 보였고, 평점도 지난해 10.50에서 올해 9.17로 떨어졌다"고 단정했다.

그러나 서울지역 배달판(43판)부터는 "…39위를 기록했지만 166개국으로 조사 대상국이 늘어난 올해 조사에서 순위 하락을 보였다"면서 "언론 부자유 지수는 지난해 10.50에서 9.17로 떨어져 다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고쳐 썼다.

언론 부자유도를 애초 언급하지 않고 언론자유 평점으로 표기했다가 뒤늦게 '오보' 부분만 바꿔 게재한 셈이다.

조선은 또 똑같은 RSF 보고서를 다룬 <연합뉴스>의 같은 날짜 기사와도 사뭇 다른 논조로 대조를 보였다.

조선은 RSF 아시아 담당자와의 통화를 인용해 "한국이 49위를 기록한 것은 노무현 대통령이 조선일보를 비롯한 메이저 신문들을 향해 공격적 발언을 발표했기 때문"이라며 "노 대통령 정부가 언론에 대해 공격적 행동을 취하지는 않았지만, 그의 지지층을 의식해서 보수적 언론들을 공격한 것은 정치적 행동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조선은 양길승 향응 파문을 담은 비디오 사건과 관련, 검찰이 SBS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은 것에 대해서도 "사법당국이 언론의 취재원 보호 원칙을 침해한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그 담당자의 설명을 덧붙였다.

반면 연합뉴스는 같은 날 "올해 언론 부자유도 점수 9.17, 언론자유도 순위 49위를 기록해 언론 부자유도 점수는 개선됐으나 조사대상 국가의 증가로 순위는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연합은 또 "이 단체는 '부와 언론자유가 항상 같이 가는 것이 아니다'며 '언론자유도 상위 50위권에는 베냉, 동티모르, 마다가스카르 등이 포함됐고 하위 50위권에 싱가포르, 바레인 등이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연합은 "RSF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경우 국내 언론자유도는 높은 반면 해외 언론자유도가 낮아 특별한 상황'이라며 이라크 전쟁 중 숨진 기자들에 대해 미국은 수용하기 어려운 태도를 보였으며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점령지구 기자들에게 탄압을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이사장 이명순·민언련)은 21일 조선 보도에 대해 '왜 언론 부자유도를 평점으로 바꿔치기 했나'라는 성명을 발표한 뒤 "조선의 왜곡보도는 이제 국경도 넘어서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언련은 "조선은 언론부자유도를 언론자유에 대한 평점인 것처럼 바꿔 오히려 점수가 '10.50에서 9.17로 떨어졌다'고 보도했다"면서 "순위문제는 언급하지 않은 채 자신들의 명백한 오보 부분만 고치는 얕은 수를 쓰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왜곡 논란은 우리보다 언론자유 순위가 앞섰던 오스트레일리아(12위)와 대만(35위)이 올해 조사에서는 각각 51위와 61위로 크게 하락하면서 우리보다 뒤처진 사실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지난 해에 비해 27개의 조사대상 국가가 증가한 점이 우리나라 순위 하락의 주요 요인이라는 점을 외면한 채 언론자유가 하락했다는 결론으로 의도적인 왜곡까지 했다는 해석이다.

조선일보는 지난해 국경없는 기자회의 조사결과에 대한 기사에서도 '언론사 세무조사를 정권에 의한 언론탄압'으로 부각, 편파보도 시비를 불러일으켰다.

당시 조선은 RSF 보고서에서 기재된 "몇몇 소수독재 일가들과 가까운 조선, 중앙, 동아 이른바 '빅3' 일간지들과 힘을 잃고 있는 김대중 사이에 긴장관계가 있다"고 한 서울 주재 외신기자의 발언을 보도하지 않았으며, RSF가 주요하게 제기했던 '자주민보' 기자 3명의 구속 문제에 대해서도 다루지 않았다.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민주언론운동협의회(현 민언련) 사무차장, 미디어오늘 차장, 오마이뉴스 사회부장 역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현재 노무현재단 홍보출판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부영, 통 큰 기부로 이미지 마케팅... 뒤에선 서민 등쳐먹나" "부영, 통 큰 기부로 이미지 마케팅... 뒤에선 서민 등쳐먹나"
  2. 2 "아버지 금목걸이 실수로 버렸는데..." 청소업체 직원들이 한 일 "아버지 금목걸이 실수로 버렸는데..." 청소업체 직원들이 한 일
  3. 3 깜짝 등장한 김성태 측근, '대북송금' 위증 논란 깜짝 등장한 김성태 측근, '대북송금' 위증 논란
  4. 4 오빠가 죽었다니... 장례 치를 돈조차 없던 여동생의 선택 오빠가 죽었다니... 장례 치를 돈조차 없던 여동생의 선택
  5. 5 '바지락·굴' 하면 여기였는데... "엄청 많았어유, 천지였쥬" '바지락·굴' 하면 여기였는데... "엄청 많았어유, 천지였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