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칸 시국의 또 하나의 명물인 성베드로 성당의 내경. 웅장한 규모가 당시 유럽사회 카톨릭의 번성을 잘 말해주고 있다.김태우
천장화를 그리기 시작한지 1년쯤 지났을 때, 교황 율리시스 2세가 시스티나 성당에 들렸다. 그는 미켈란젤로가 그리고 있는 천장화를 감상하기 위해 성당 안으로 들어왔다.
당시 교황의 권세에는 아무도 대적할 수 없었다. 교황은 삼중관을 쓰고 있었는데, 이는 ‘모든 백성의 아버지, 모든 왕의 지배자, 예수 그리스도의 대리자'임을 상징하고 있었다.
미켈란젤로는 약속과 달리 성당 문이 열리고 성당 안으로 들어오는 교황을 보았다. 그는 불같이 화를 내며 붓을 꺾어 집어 던져버렸다. 당시로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이에 교황 역시 화를 내며 미켈란젤로를 그의 집으로 내쫓아버렸다.
하지만 사건은 그 다음에 벌어졌다. 교황은 그를 내쫓은 후, 1시간여 동안 천장화에 시선을 고정한 채 움직일 수 없었다. 천장에는 너무나 아름다운 그림이 수놓아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날 밤, 교황은 자신의 권위와 체면을 버리고 미켈란젤로의 집으로 야행(夜行)을 나갔다. 그리고 그에게 간곡하게 다시 천장화를 그려줄 것을 부탁했다. 미켈란젤로는 다시 붓을 들었고, 그 이후로 천장화가 완성될 때까지 아무도 그의 그림을 볼 수 없었다.
여행가이드의 설명을 듣고 보았던 <천지창조>는 한층 더 마음에 와닿았다. 누운 상태로 그림을 그릴 수밖에 없어서 미켈란젤로는 석고 분진 때문에 시력이 많이 악화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천장화를 감상하기 위해 목을 올리는 것도 힘든데, 얼마나 많은 노력이 투자되었을까 하는 생각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교황 앞에서도 자신의 그림에 대해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그의 자세가 마음에 들었다.
그림을 보면서 나는 내 인생의 <천지창조> 천장화를 잘 그려나가고 있나, 나는 내 자신과 다른 사람들에게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무언가를 가지고 있나, 내게 반문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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