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규철 한나라당 의원.오마이뉴스 이종호
심규철 한나라당 법률지원단장이 22일 "정대철 의원이 먼저 SK에서 200억원을 받았다더라"는 얘기를 들은 자당 의원이 SK 비자금 100억원을 수수한 최돈웅 의원임을 사실상 시인해 논란이 일고 있다.
심 단장은 특히 "정대철 의원이 직접 돈을 받았다는 것인지, 당시 민주당에 돈이 들어왔다는 것인지, 직접 확인하지 않고 말을 한 것"이라며 한 발 물러섰지만, 발언을 번복하거나 사과하지는 않았다.
심 단장은 전날(21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지금 신당에 가있는 정대철 대표께서 우리당의 가까이 지내는 의원에게 지난 대선 당시 '우리도 SK에서 200억 받았으니까 한나라당도 좀 할 수 있으면 얻어 써라'고 고백했다"고 폭로했다.
그러나 당시 심 단장은 정대철 의원에게 이 발언을 전해들었다는 한나라당 의원의 실명에 대해서는 입을 굳게 다물었다.
22일 오전 당 긴급 당직자회의를 마치고 나온 심 의원은 기자간담회를 갖고 "어제 한 말이 사실관계가 틀린 얘기가 아니"라고 거듭 강조한 뒤 "인간관계 때문에 정 의원에게 직접 들은 사람을 공개할 수 없다"면서 "그 때 이주영 의원이 같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자들이 "정대철 전 대표로부터 직접 들은 사람이 최돈웅 의원 아니냐"고 따지자, 심 단장은 갑자기 표정이 굳어지며 "나는 신문 다 안 봤는데… 나는 거기까지 얘기 안 했는데…"라고 답변을 얼버무렸다.
기자들은 기자간담회를 마치고 엘리베이터에 오른 심 단장을 쫓아가 "(부정하지 않았으니) 최돈웅 의원으로 알고 있겠다"고 재차 다그쳤지만, 심 단장은 입가에 웃음을 띄운 채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고 사라졌다.
이같은 정황은 일부 신문에서 제기한 심 단장의 폭로 진원지가 최돈웅 의원임을 사실상 간접 시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자신의 SK 비자금 수수 의혹에 대해서도 여러차례 말을 바꾸며 부인하다 끝내 검찰 수사에서 수수 사실을 시인한 최돈웅 의원의 전언이 얼마나 신빙성이 있겠느냐는 회의론과 함께, 이를 확인하지도 않고 '카더라'식으로 폭로한 심규철 단장에 대한 비난 여론이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심규철 의원이 함께 들었다는 이주영 의원은 "말할 수 없다"며 언급을 피했다. 반면 한 재선의원은 "당시 최돈웅 의원의 얘기를 심 의원은 물론 이주영·김용학 의원 등이 함께 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심 단장은 브리핑을 통해 "최돈웅 의원이 어제(21일) 심신이 워낙 힘든 상태에서 마지못해 (검찰에서) 시인을 했다는 말을 들었다"며 "지금 워낙 피곤해하는 입장이라 차마 직접 만나지 못하고 전화통화만 짧게 했다"고 말했다.
심 단장은 또 "이것을 계기로 검찰이 공정한 수사를 해야 하고, 민주당이 받은 부분에 대해 공정하게 수사를 해달라"고 촉구하고 "정치권이 털 것은 털고 새로운 길로 나가야 하는데, 야당만 탄압한다는 인상을 주면 새로운 길로 나갈 수 없다"고 검찰을 압박했다.
다음은 심규철 단장과의 일문일답이다.
- '정대철 전 대표도 SK로부터 200억원을 받았다'고 말한 의원이 최돈웅 의원이라는 보도가 있는데.
(얼굴 표정이 굳어지면서) "나는 신문 다 안 봤는데… 나는 거기까지 얘기 안 했는데…."
- 정대철 대표로부터 직접 들은 사람이 최돈웅 의원이 아니냐.
"거기에 대해서는 더 이상 말을 하지 말아라."
- 최돈웅 의원의 진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그 진술의 깊은 뜻을 만나서 들어야 한다."
- 최돈웅 의원이 검찰에서 '100억원이 아니라 뭉터기 돈만 받았다'고 진술한 것인가.
"최돈웅 의원을 만나서 얘기를 듣고나서 말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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