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디는 인권운동가? 야신은 테러리스트?

[서평]편견에 대한 도전, <우리가 몰랐던 아시아>

등록 2003.10.23 14:58수정 2003.10.23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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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몰랐던 아시아>
<우리가 몰랐던 아시아>한겨레 신문사
"이 책은 아시아인들의 대합창이다. 자유와 인권과 독립을 위해 몸부림친 이들의 연대사다. 일본-필리핀에서 스리랑카-팔레스타인까지, 정치적 독립에서 섹스의 자유까지 현장과 주제는 다양하지만 모두들 '인간에 대한 예의'를 이야기한다. '혈통과 민족을 넘어' '그들도 우리처럼' 똑같은 아픔과 희망을 간직하고 있음을 절절히 토해 낸다.

그래서 한편으로 이 책은 우리를 고개 숙이게 한다. 대한민국이라는 울타리 안에 갇혀 살면서 '가깝지만 먼 나라' 사람들의 외침을 얼마나 외면하며 살아왔는가를 새삼 반성하게 된다. 아시아 각국의 다양한 목소리를 촘촘히 꿰어 한 판의 아름다운 그림을 만들어 낸 아시아 네트워크의 솜씨가 돋보인다."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는 <우리가 몰랐던 아시아>(아시아 네트워크 지음,한겨레신문사)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일본이나 중국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어도 가까운 이웃 나라인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 대해서는 대체로 무관심한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이 책은 이와 같은 무지와 무관심에 대한 안타까움을 토대로, 아시아를 연결하고 그들의 삶의 모습을 보여 주기 위해 기획되었다.

'아시아 네트워크'는 <한겨레 21>을 통해 시작된 아시아 20여 개 나라의 언론인들과 민주화 운동가들의 모임이다. 이들은 서구 중심의 외신에 의존하지 않고, 아시아를 온전히 아시아인의 눈으로 보자는 취지에서 이 모임을 시작하였다.

이 책의 필자들은 따라서 동남아, 서남아, 중동아시아 지역의 이야기를 그들 자신의 눈으로 바라보고 이야기한다. 그러한 목소리들을 통해 서구 중심의 시각이 아닌 아시아 자신들의 시각으로 우리들의 이야기를 한다는 점에서 이 책의 의의가 있다.

이 책의 기획자인 정문태씨(아시아 네트워크 팀장)는 머리말을 통해 국제 사회에서 드러나는 아시아의 위상에 대해 전한다. 얼마 전부터 국제 사회는 21세기를 '아시아의 시대'라고 부르며 아시아를 탐색해 오고 있는데, 정작 아시아는 서로 힐끗힐끗 바라보기만 할 뿐 서로에 대해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반성의 바탕에는 '다 언론이 제 노릇을 못한 탓'이라는 자성적 목소리가 담겨 있다. 이러한 아시아 언론인들의 자책감은 새로운 길의 모색에 대한 탐구적 태도를 획득할 수 있었다. 그들은 아시아 전체를 살펴 볼 수 있는 길을 찾아 나서고 아시아의 삶을 밝히고 드러내는 데에 주력하기 시작했다.

전체적인 책의 구성은 크게 다섯 부분으로 나뉘어진다. 첫 번째 장 '해묵은 거짓말'은 인권운동가라는 이름으로 영웅시되었지만 사실 그렇게 인권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도움이 되지 못했던 인도의 간디, 필리핀의 코리를 이야기한다.


필리핀의 민주화와 인권 회복에 앞장섰다고 알려진 코리는 사실 그렇지 못했다고 한다. 진정으로 인권의 회복을 위해 목소리를 높여야 할 때에는 나약하고 비겁한 모습으로 군부의 뒤에 숨어 버렸다는 것이다. 이처럼 우유부단한 태도를 보인 것은 간디 또한 다르지 않다.

두 번째 장의 이야기는 서구 열강에 의해 많은 피해를 입어온 아시아 각국의 현실에 대한 고발이다. 우리의 광주, 미얀마의 랑군, 인도네시아의 자카르타 등은 자국의 독립과 민주화를 위해 노력했지만 그 노력이 알려지지 못했다. 그리고 한국 전쟁으로 인해 이득을 본 아시아 국가들의 이면의 모습을 공개한다.

세 번째 장은 지나친 민족주의에 대한 고발이다. 이슬람 국가, 유교 사상이 지배적인 아시아 국가들은 지나치게 자국 중심적이어서 국제 결혼이나 다른 나라 사람들에 대하여 배타적인 태도를 보인다. 이러한 태도의 이면에는 극단적인 국수주의가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아시아 국가들이 얼마나 서로에 대해 배타적인 태도를 취해 왔고 서로를 잘 알지 못했는가에 대해서는 '우리나라에 대한 아시아 국가들의 일반적인 인상'을 보면 극명히 알 수 있다.

"지금도 그저 축구 잘하는 나라, 싸움 잘하는 사람들 정도로만 알고 있으니, 한국전쟁 이전에는 한국이 어디쯤 붙어 있는지조차 아는 이가 드물었다고 한다. 이런 아시아가 한국을 알게 된 것은 불행하게도 '형제끼리' 싸워 폐허가 된 한국 전쟁을 통해서였고, 지금도 아시아 각급 학교 교과서에는 부모 잃고 우는 전쟁 고아들 사진이나 호전적인 군인 얼굴이 한국 소개용으로 올라 있는 실정이다."

4 장의 'Sex of Asia'는 성적 노예로 전락한 아시아 여성들의 매춘 현장에 대한 고발과 함께 여성에 대한 극심한 차별을 밝히고 있다. 여성 정치인이 무슨 사회적 이슈처럼 여겨지는 것은 바로 여성의 정치적 능력에 대한 의심에서 비롯된다. 여성 또한 남성과 같은 위치에 있다는 것을 인정할 때에 비로소 아시아는 발전할 수 있는 것이다.

마지막 장에서 전하는 이야기는 실제 민주 전선에서 투쟁을 거듭하고 있는 민주화 투쟁 운동가들의 자전적 이야기이다. 미얀마 학생 만주 전선 전 의장인 나잉옹의 민주화 운동, 동티모르 구스마오 대통령의 게릴라 투쟁 이야기, 팔레스타인 지도자 야신이 말하는 '테러리스트'의 정의 등이 나타나 있다.

마지막에 팔레스타인 지도자 야신이 쓴 '누가 진짜 테러리스트인가'라는 제목의 글은 우리가 얼마나 편견을 갖고 그들을 대하고 있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테러리스트','강경파 이슬람근본주의자'. 나는 내 이름 앞뒤에 늘 따라붙는 이 단골 용어들을 이스라엘이나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붙여 준 거룩한 '존칭' 쯤이라 여기며 별로 마음에 둔 적이 없었다. 여기서 분명히 짚고 넘어갈 일이 하나 있다. 불행하게도 이스라엘과 미국은 적합하지 않은 용어로 나를 불러 왔다는 사실이다. 세상에 태어나서 지금까지 내 삶을 지배해 온 가장 중요한 화두는 중용이었다."

이쯤이면 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우리의 편견이 얼마나 미국 중심의 사고에서 비롯되었는가를 알 수 있다. 미국의 거대한 상업적 자본주의에 예속되어 편견된 시각으로 아시아 국가들을 바라볼 것이 아니라, 그들을 우리의 이웃 나라로 인정하고 올바른 시각으로 바라봐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당신이 몰랐던 아시아 BEST 170 - 우리가 꿈꾸는 모든 여행이 가능한 그곳, 아시아 전문 여행 작가 5인의 BEST 아시아

이지상 외 지음,
봄엔,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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