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독일 여성작가들의 만남, '여자의 열두계절'

등록 2003.10.24 01:21수정 2003.10.24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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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독일 여성작가들의 문화적 소통을 확대하기 위한 '한·독 여성작가 교류전: 여자의 열두계절'(이하 교류전)이 지난 21일 개막한데 이어 23일 '작가와의 대화'를 마련했다.

이번 교류전을 주최한 페미니스트 저널 이프의 박진창아씨가 사회를 맡았고 한국 작가 김점선, 정정엽, 이경신, 남희 켈송 독일 작가 자비네 아우취, 헬가 제캄프, 질케 크라가 참석했다.

'작가와의 대화'는 작가와 관객이 서로의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는 편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다.

다음은 작가들 사이에서 오고간 질문과 답변들.

a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진행된 '작가와의 대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진행된 '작가와의 대화' ⓒ 송민성

정정엽: 한국의 인상이 궁금하다. 상상과 실제가 얼마나 달랐는지.

질케 크라: 한국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었다. 독일처럼 남북으로 갈라져있다는 것 정도? 그래서 이것 저것 궁금한 것들이 많았다. 며칠 머물지 않았지만 굉장히 현대적이고 살기 좋은 나라라는 생각이 들었다. 독일에선 교복을 입지않기 때문에 교복이 너무 신기해 보였다. 특히 여학생들의 체크무늬 교복은 참 예쁘다. 갈 때 꼭 하나 구해가고 싶다(웃음).

정정엽: 한국 작가들의 작품에 대한 느낌도 궁금하다.

헬가 제캄프: 사실 여기서 본 작품들만 가지고 한국의 현대미술을 판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여기의 작품들은 생각한 것보다 더 현대적인 것 같다.


김점선: 한국 현대미술의 수준은 더 현대적이다. 우린 후진 편인데(웃음) 내가 보기에는 오히려 고전적인 요소들이 많은 것같다.

질케 크라: 김은주 작가의 <나의 샘>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연필로 저렇게 큰 작품을 완성하기까지 작가가 들였을 노력에 감탄한다. <씨앗> 역시 오랜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었을 것 같다.


정정엽: 씨앗은 생명이고 생명은 더디게 자란다. 그것을 표현하다보니 작업 속도도 느려졌다. 여성과 연관되는 씨앗이라는 소재에 에너지를 표현하기에 적당한 붉은 색을 입혔다.

이경신: 내가 오브제 작품을 하다보니 오브제 작품들에 관심이 간다. 나의 경우 특히 아이를 기르면서 엄마로서, 여성으로서 겪게되는 새로운 경험들이 많았다. 이번 <흔들목마>도 아이 장난감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3차원의 흔들목마에 2차원적 그림을 덧붙이니 아이는 당황해하며 목마에 타려고 했다. 인지능력이 채 발달하지 않은 아이가 사물을 보는 관점을 관찰하면서 매우 재밌게 작업을 했다.

자비네 아우취: 나와 다른 작가들의 차이점은 완결성에 있다. 대부분의 작품 속에는 처음과 끝이 담겨있는데 반해 내 작품은 그렇지 않다. 작가가 일방적으로 물음을 던지고 답하는 것이 아니라 보는 이가 자기 상황에 따라 묻고 답하는 방식을 추구한다. 어떤 예술작품이나 그럴테지만 특히 내 작품에는 맞고 틀린 해석이 없다.


관객들의 질문도 이어졌다. 한 관객이 "흔히 말하는 페미니즘적 예술 작품과 다르다"고 평하면서 "페미니즘적 요소를 일부러 숨긴 것인가"라고 묻자 질케 크라는 "예술 자체가 페미니즘이 추구하는 해방과 평등의 과정"이라며 자신의 예술관을 피력하기도 했다.

특히 테디베어 인형을 이용한 질케 크라의 작품 <어린이방>에 대한 물음이 많았다. 귀여운 곰인형을 기이하게 변형시킴으로써 아이들의 상처를 표현하고자 했다는 질케 크라는 "어린이 폭력은 전세계적인 문제"라고 강조했다.

'작가와의 대화'는 작가들 사이의 예술적 논쟁과 함께 1시간여동안 진행되었다. 이날 대화에 참여한 한 관객은 "사랑방에 둘러앉아 수다떨 듯 자유롭게 진행된 것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며 "'현대적'이라는 독일작가들의 한결같은 평가는 한국이 그들과 얼마나 더 소통해야 하는가를 직접적으로 보여주었다"고 말했다.

a 헬가 제캄프 <물> 2002-2003

헬가 제캄프 <물> 2002-2003 ⓒ 송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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