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조기 소각' 기소됐던 이영기씨 무죄선고

"무죄 판결, 집회 자유 보장할 계기 되길"

등록 2003.10.28 19:51수정 2003.10.31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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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대경연합 이영기 의장

대경연합 이영기 의장 ⓒ 오마이뉴스 이승욱

"이제야 홀가분한 기분입니다. 집시법을 헌법적 정신에 입각해 판결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일몰 후까지 집회를 연장하고 성조기를 불태우는 등 집시법(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기소됐던 민주주의민족통일대경연합(이하 대경연합) 이영기(39) 의장이 무죄를 선고받아 화제가 되고 있다.

이 의장은 지난해 2월 대구 미군기지인 캠프워커 후문(남구 대명동) 앞에서 열린 부시 미국 대통령 규탄집회에서 ▲신고된 집회장소 이탈 ▲성조기 소각 ▲집회시간 연장 등의 혐의로 지난 4월 검거됐다 불구속 기소됐었다.

당시 검찰은 이 의장이 "일몰 시간 이후까지 집회를 연장하고, 성조기를 불 태워 공공의 안녕과 질서를 위협해 집시법을 어겼다"며 기소했다. 하지만 지난 23일 법원은 검찰의 기소 사실에 대해 무죄를 선고해 이 의장의 손을 들어줬다.

"성조기 소각, 공공의 안녕과 질서 위협 가능성 증거 안돼"

대구지법 21형사단독 송인권 판사는 이 의장의 혐의와 관련 "당시 집회가 오후 6시10분쯤 끝나 일몰시각인 6시8분을 불과 2분여 넘겼다"면서 "단 2분의 차이를 인지하는 것은 인간으로 불가능하고 10여분간의 도로점거 등도 집회의 자유에 포함된다"고 판결했다.

또 송 판사는 "집회 당시 집단적인 폭행이 없었고, 성조기 소각 과정에서 경찰과 마찰이 없어 공공의 안녕과 질서를 위협할 가능성과 이를 입증한 명백한 증거가 없다"며 무죄선고 이유를 밝혔다.


송 판사의 이와 같은 판결은 지금까지 경찰의 과도한 집시법 해석으로 인한 문제점과 검찰의 집시법 위반자들에 대한 무분별한 기소 관행에 제동을 걸 수 있는 판결로 받아들여진다.

이 의장은 "개인적으로는 이번 판결로 짐을 하나 덜게 된 것이지만, 검찰과 경찰의 과도한 집시법 적용으로 인해 가로막히는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보장해줄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의장은 또 "당시 사안이 경미했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자신을 수배하고 기소까지 한 것은 집시법을 빌미로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의 활동을 제한시키려는 공안기관의 관행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법정에 가서야 무죄선고를 받은 이 의장은 "평소 집회에 참가해 보면 경찰이 집시법 적용을 과도하게 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는 현행 집시법의 문제점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의장은 "규제 차원에서 만들어진 현행 집시법은 폐지돼야 하고 평화적인 시위를 보장하는 집시법이 우리사회에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 의장의 변론을 맡은 법률구조공단 이만흠 변호사는 "검찰이 항소를 할 것으로 보여지지만 항소심에 가서도 판결에 큰 변동은 없을 것 같다"면서 "법원이 집회의 자유를 너그럽게 봐준 것과 동시에 검찰이 무리하게 법적용을 해 기소를 한 것이 무죄 판결 결정의 배경이 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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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 오마이뉴스(dg.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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