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상처에 펜을 갖다대는 것

<그들을 기억하는 한 이 길을 가리라>를 읽고

등록 2003.10.30 18:37수정 2003.10.30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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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종군 특파원의 열정어린 중동 취재기'라는 부제가 붙은 카트린느 장틸의 <그들을 기억하는 한 이 길을 가리라>는 종군특파원으로 활동하면서 겪었던 많은 일들과 진실과 허위를 보여주고 있다.

본문에 쓴 저자의 다음 글은 이 책의 주제라 할 수 있겠다.


세상에 그들의 참상이 알려지길 바라는 한 그들 곁을 떠날 순 없다. 내가 때로는 불평을 할지라도 내 힘이 소진하는 그 마지막 순간까지 그들이 이루지 못한 꿈, 세상을 변화시키는 꿈을 위해 나에게 그들을 만나게 해 준 이 일을 계속할 것이다.

<그들을 기억하는 한 이 길을 가리라>의 저자 카트린느 장틸은 1961년생으로 1981년부터 프랑스 제일방송에 입사해서 1991년부터 이라크, 중동, 알제리, 발칸 등 아랍권 전문 특파원으로 활동하면서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하기 직전 사담 후세인과 인터뷰를 했다.

열정적인 취재를 해 오며 1992년 피에르 밀 상, 1998년 알베르 롱드르 상을 수상한 그는 종군기자로 활동하면서 보아온 수많은 죽음과 주검들, 그 참상을 잊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 일을 계속한다고 말한다.

'우리의 역할은 사람을 기쁘게 하는 것도 비난하는 것도 아니다. 우리의 역할은, 자신의 신용과 명예, 삶 전체를 저울에 올려 놓고 전쟁과 분쟁으로 입은 상처에 펜을 갖다 대는 것이다'는 알베르 롱드르의 말처럼 그는 생명의 위협을 받는 전장 속에 들어가야 하는 일을 해오면서 그 현장에서 생생하게 허위와 진실을 가려내고 보았다.

어떤 위험이 있더라도 떠나기를 주저하지 않는 용기와 깊은 고뇌 속에 빠졌을 땐 그만둘 줄 아는 용기, 눈으로 본 진실을 말할 줄 아는 정직이 꼭 필요하다고 저자는 적고 있다.


현장에 있을 때 비로소 완전한 충만감을 느끼며 살아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는 저자는 천상 기자다. 같은 일에 종사하고 싶다고 말하는 후배가 갖추어야 할 게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대담하게, 더 대담하게,좀 더 대담하게' 하고 말한 드골 장군의 말을 인용하면서 자신을 잊고 여행하는 스폰지가 되어 모든 긴장과 모든 상황과 모든 문화를 흡수해야 하며 사실이라고 여기는 것일지라도 문제의 표면에만 머물지 말아야 한다고 그는 적고 있다.

또 특파원의 대열에 들어선다는 것은 '다른 사람의 고통을 마치 자신의 것인양 여기게 만드는 병적인 향수와 싸워야 하는 것이며, 우상 타파의 자극제처럼 절대로 졸거나 잠을 자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무엇보다도 강조하고 있는 것은 남을 더 많이 사랑하는 것이다. 생명을 사랑하는 마음이 없이는 아무리 많은 일을 해내었다고 해도 소용없는 일이라고 그는 말한다.

종군 특파원으로서 허와 실을 담담하게 얘기하고 있지만 그녀의 글 속에서 생동감과 열정, 현장감이 느껴진다. 끊임없이 현장으로 달려가는 카트린느 장틸의 신속한 행동이 눈앞에 보이는 듯 하다.

이 책의 첫 장을 열면서 나는 우선 추천글에서 '가방을 쌀 때는 언제나 외로웠다. 혼자서 하는 작업은 늘상 일정 부분의 외로움을 동반하는 것일까?'로 시작되는 글을 읽으면서 마음이 설렜다. 가방을 싼다는 것, 떠나는 것에 대한 외로움과 설렘과 기대...나는 이국 여성종군 특파원이 발로 뛰어 쓴 이 책을 읽으면서 좋은 여행을 하고 돌아온 듯 하다.

그들을 기억하는 한 이 길을 가리라

카트린느 장틸 지음, 한덕화 옮김,
갑인공방(갑인미디어),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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