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신문배달로 나눈 '이웃사랑'

마산시청 김동준, 박금희 부부의 남다른 선행

등록 2003.10.31 10:34수정 2003.10.31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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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영
쌀쌀해진 날씨에 옷깃을 여미게 되는 요즘, 훈훈한 바람처럼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부부가 있다.


9년간 한결같은 마음으로 신문배달을 해온 김동준(56·마산시청 주택행정담당), 박금희(45) 부부가 그 주인공. 남들을 위해 살아온 이들 부부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노라면 어느새 숙연함까지 느껴진다.

이들 부부가 신문배달을 시작한 것은 지난 94년 11월부터. 당시 김씨는 정부로부터 청백봉사상을 수상했다. 자신이 한 일에 비해 과분한 상이라는 생각이 든 그가 그 상에 합당한 사람이 되기 위해 시작한 것이 신문배달이다. 신문배달을 한다는 그의 결심을 전해들은 아내 박씨는 한마디 이견 없이 흔쾌히 동의했다. 그 후 이들 부부의 신문배달 선행이 시작됐다.

이들이 지금껏 받은 배달료만 107개월분의 월급 8천여만원. 이와 더불어 각종 수상 시상금 500만원, 신문폐지 및 재활용품수거 매각비 등 모두 1억여원의 돈을 고스란히 남을 위해 써왔다. 이들의 선행이 빛을 발하는 건 액수 때문이 아니다. 단지 돈을 전달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닌 삶의 의미를 잃은 한 가장에게, 희망을 잃은 청소년들에게 다시금 의지와 희망을 찾아주는데 있다.

보험금을 타기 위해 아들의 손가락을 절단한 사건이 마산에서 발생한 후 온 나라의 사람들 입에 오르내릴 때 당시 지역정서는 '애비 죽일 놈'이었지만 그 아들을 돌봐야 된다는 생각으로 그는 배달료 20만원으로 통장을 개설하고 국민운동 단체를 중심으로 후원회를 결성케 했다. 이후 체계적인 모금 활동을 벌이자 대학 장학증서까지 답지해 파탄지경에 놓인 한 가정을 살릴 수 있었다.

뺑소니 교통사고로 일자리를 잃은 한 가정의 가장을 위해 500여만원을 투자해 장애인 구두수선소를 마산시청 주변에 마련해주고 부인의 취업과 아들의 고교 학비를 지원해준 것도 이들 부부의 역할이었다.


직업병을 앓고 있는 아버지와 희귀병에 걸린 여동생을 둔 고교생 가장이 학교를 중퇴해야 될 처지에 놓이자 3년간 매달 배달료에서 30여만원을 지원하기도 했다.

72세 생활보호대상자가 냉장고가 고장 난 줄도 모르고 음식을 먹었다가 식중독에 걸렸다는 소식에도 구급차를 동원해 진료시키고 중고냉장고를 구입해 주는 등 어려운 이웃들의 각종 사연에 나 몰라라 하지 않는 이들 부부의 선행은 일일이 열거할 수조차 없다.


“예전에 같은 동네에 거주하던 할아버지가 상경 차표를 구입하지 못해 추석을 포기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마침 대학원 동기생이 고속버스 지사장이라 서울 왕복 차표와 별도의 여비를 전달해 드렸더니 임종시에 ‘김동준 사무장 정말 고마운 사람’이라고 유언을 남기셨다네요. 유언을 듣고 온 유족들의 고마운 인사를 받는, 적은 봉사로 큰 보람을 심었습니다.”

9년간 신문 배달로 이어온 이들 부부의 선행. 새벽 3시에 아침을 열어야 하고 아플 수도 없는 생활 패턴이 어떻게 안 힘들 수가 있으랴.

하지만 이들 부부는 가난의 상징처럼 여기는 신문배달이지만 같은 처지의 환경미화원, 우유, 야쿠르트 배달원과도 교감을 가지며 아파트의 같은 라인은 대신 배달하기도 하면서 밑바닥 인정을 꽃피워오고 있다.

“독자 중 매일 집 앞에서 기다리다 과자, 과일을 선물하는 분이 있는가 하면 서민 아파트 5층에 거주하시는 독자는 매일 1층 입구에서 기다리다 자신의 라인에 들어가는 신문을 대신 배달해주기도 하는 등 고마운 분들도 있죠.”

아내 금희씨는 지난 97년 대수술을 받기도 했다. 부산에 입원한 아내의 대수술을 놓고 신문배달을 그만두기로 결심하기도 했지만 그의 장남이 보름 동안 부산과 마산을 통근배달하면서 어머니의 빈자리를 대신하기도 했다.

그의 아내는 여생을 남들을 위해 봉사한다는 생각으로 지내고 있다. 무료급식 노력봉사, 수해복구 노력봉사, 마산교도소 인간방생, 그리고 수지침 자격증까지 취득해 독거노인, 이웃노인을 진료하고 있다.

“11세 연령 차이에도 결혼 27년 동안 내조하면서 법학사, 행정학석사 학위를 받도록 피아노 교습, 우유배달까지 해온 아내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365일 부부싸움 없는 우리 부부는 행복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님을 체감하고 있어요.”

자식들에게도 용돈이 필요하면 신문배달을 하게 하는 동준씨, 금희씨 부부는 건강이 허락하는 한 주변을 의식하지 않고 지금 하는 일을 계속 할 계획. 이들 부부는 힘들게 번 돈이 값지게 쓰이는 것이 진정한 봉사이고 기쁨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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