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돌 집이 있어 다행이군요. 보통 숫돌보다 훨씬 단단하고 오래쓰는 금강석 같군요.김규환
언덕이나 맨 바닥에 숫돌을 푹 찔러 배 또는 한쪽 발로 받치고 쓱싹쓱싹 수회 반복하여 문질러 댄다. 앞뒷면이 허예지다가 서슬 퍼렇게 바뀐다. 낫은 오래 갈아준다고 잘 드는 것이 아니다. 결을 따라 갈되 웃 갈지 않아야 한다.
숫돌에 물을 쳐가며 갈아주면 심한 온도 변화로 인한 쇠 물러짐도 방지할 수 있다. 숫돌 닳아지는 물에서 석회석 냄새 마냥 비릿한 냄새가 진동을 한다. 마지막으로 숫돌 물을 말끔히 씻어내고 엄지손가락으로 날을 따라 쭈욱 밀어가다 보면 두껍던 손바닥이 베어지면서 약간 들어가면 잘 갈린 것이다.
"예 있다. 찬찬히 벼(베어)."
"예."
"자, 셋째 것도 각과라(갖고 와라). 낫이 잘 들어야 일이 수월한 것이여."
"예."
천지를 덮었던 서리가 깰 즈음 새참도 먹고 낫도 잘 들겠다. 일도 익숙해져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형 누나, 우리 내기할까? 나는 두 줄 잡아가고 형과 누나는 네 줄씩 가면 되겠네."
"그래. 근디 거시가 손 조심해야 한다. 알았제?"
"응. 큰형이랑 작은형은 여섯 줄 씩 빌 건가?"
"그래."
"뽀빠이 사내기~. 내가 일등 해야지."
왼손잡이 둘째형 옆에 있던 나는 옹색하기 짝이 없다. 몇 번을 베다가 불편하여 그 줄을 어머니께 넘기고 대신 어머니 자리로 가서 반드시 일등 하겠다는 일념으로 속도에 불을 붙였다. 낫질을 얼마나 빠르게 해댔는지 몸이 고꾸라지고 발걸음이 뒤따르지를 못한다.
조금 더 베어가고 있을 때 내 자리에 들쥐 집 하나가 있었다.
"엄마, 쥐새끼 있어요."
"그래?"
"누나 새앙쥐도 있다니까. 엄청 빨개."
"어디? 정말 징그럽다."
"뭐가 징그럽다고 그래. 귀엽기만 하구만."
벌써 늦가을이라 겨울철 지낼 집을 지었나 보다. 다섯 마리 새끼를 다 거느리지 못하고 황급히 자리를 뜬 어미 쥐가 사라진 방향 논두렁에 생쥐를 옮겨줬다.
"얼른 끼대와서 나락 벼야지 뭣들 허냐?"
"알았어라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