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 붉게 익어갈 무렵김규환
밭 콩보다 논두렁 콩이 더 많아
잡곡(雜穀)을 섞어 먹는 혼식(混食)이 몸에 좋듯 섞어짓기 혼작(混作)이 농사에 좋다는 건 사람들이 다 안다. 그 뿐이 아니다. 농작물도 먼저 알아서 병해충으로부터 강인한 생명력을 갖게 한다. 특히 콩을 심으면 없던 질소비료도 공중에서 끌어와 여러 이웃 작물에게 나눠준다.
제일 위에 감나무, 그 아래에 옥수수 말라 비틀어져 있다. 다음으로 수수와 조가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고개를 푹 숙이고 있다. 맨 아래에 콩이 있었는데 그 사이에 늦여름에는 가녀린 열무와 얼가리 배추가 쑥쑥 자랐다. 반 마지기밖에 안 되는 좁은 땅에서 자란 밭 콩은 얼마 안 된다.
이런 밭 콩보다 더 많은 수확은 논두렁에서 난다. 장구, 미꾸라지, 뱀 닮은 좁고 긴 논 다랑지 논두렁은 콩에게는 생명력을 맘껏 발휘할 수 있는 적지(適地)다. 따로 거름을 주지 않아도 논물에 함유된 양분을 다 빨아먹고 줄기도 굵고 튼튼히, 키도 훤칠하게 자랐다가 막판에 논물을 빼주면 콩잎이 먼저 누렇게 변해 한 잎 두 잎 떨어진다. 그마저 소에게 먹였던 시절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