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따세'를 아십니까?

소외된 이웃과 '따뜻한 세상을 만들어 가요'

등록 2003.11.06 16:53수정 2003.11.06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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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영
"어느 순간부터 잠시라도 봉사를 하지 않으면 뭔가 빠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대전 중부경찰서 서부지구대 소속 장노익(42) 경사에게 있어 봉사는 생활의 일부분이다. 그의 일과는 두 가지로 나눠진다. 경찰로서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삶과 어려운 이웃을 위한 사랑의 메신저 역할. 마치 동전의 앞뒷면과도 같다.

그의 명함을 받아들면 이는 더욱 분명해진다. 한 쪽은 경찰의 직함이, 다른 한 쪽은 '따뜻한 세상 만들기(일명 따세)' 대전지회 회장의 직함이 적혀있다.

'따세'는 전국 조직망을 갖춘 온라인상의 봉사 단체로 대전 지역 회원 900여명을 관리하는 것이 그의 역할이다. 학창 시절부터 남 돕는 일에는 두 팔을 걷어붙이던 그는 우연히 인터넷 서핑을 하다 따세를 발견하고 곧바로 가입을 했다.

"야간 근무 중에 인터넷으로 '봉사'라고 쳐봤습니다. '따세'라는 사이트가 있더군요. 개설만 해놓고 실질적인 활동이 별로 없었는데 제가 가입한 즈음해서 다시 활성화가 됐습니다."

그는 가입한 순간부터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오프라인 모임을 갖자고 제의했고 중증장애인 시설 '사랑의 집'을 봉사 대상으로 선정했다. 병원에서 간병인도 없이 고통 받는 할아버지를 돕는 일부터 사랑 나누기는 시작됐다.


회원들과 돌아가면서 야간 간병을 2개월간 맡았다. 몇 개월간 함께 고생을 하니 응집력과 단결력이 생겼고 그 때부터 대전 '따세'는 그를 중심으로 적극적인 움직임을 시작했다.

"오후 9시부터 12시간 동안 곁을 지키며 대소변을 받았지만 결국 할아버지는 숨을 거두셨죠. 장례식장에서 회원들과 눈물을 흘려가며 빈소를 지켰던 것을 잊을 수가 없어요. 온라인상에서도 할아버지를 추모하는 글들이 이어졌습니다."


그는 장애우들을 목욕시키는 일부터 이동 봉사, 소녀 가장, 독거 노인 돕기, 헌혈 및 헌혈 홍보 실시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친다. 매월 첫째 주 일요일은 대전 8경 위주로 자연 보호 활동을 펼친다.

"장애인이라고 무조건 베풀려고 하는 것은 옳지 않아요. 그런 것보다는 동정심 없이 대해 주는 것을 더 좋아하죠. 진심으로 거리감 없이 대하다 보면 어느새 서로 마음의 벽을 허물게 됩니다."

그는 1년 휴가를 거의 봉사하는 데 쓴다. 이번에도 24일 휴가 중 집을 위해서는 단 3일을 썼다. 잠잘 시간 외에는 봉사 생각에 여념이 없는 그가 왕성한 활동을 벌일 수 있는 이유는 따로 있다.

"집에서 협조해 주니까 할 수 있는 거 아니겠어요."

미용사인 그의 부인도 10년째 미용 봉사를 하고 있다.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무료로 커트를 해 주는 것은 물론 정림원, 후생원 등의 사회 복지 시설의 원생들 머리도 그의 부인이 책임진다.

그의 선행은 이미 경찰 사회를 넘어 지역 내에서도 유명하다. 지난달에는 본청에서 선정한 10대 자랑스런 경찰관에 선정됐고 오는 11월 7일에는 대전일보가 선정한 대일비호대상에서 지역사회 개발 부문에서 대상을 받는다. 그의 참된 봉사가 빛을 발한 것.

오는 12월 6일에는 어려운 이웃을 도울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일일 호프를 열 계획. 해마다 소년 가장과 독거 노인을 도왔지만 이번 일일 호프의 수입금은 병에 걸려 어려움에 처한 이웃을 추천받아 전액을 지원할 생각이다.

"남한테 봉사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 말보다는 받는 사람도 좋고 주는 사람도 좋은 '사랑나누기'가 어떨까요.”

언젠가는 복지관을 설립해서 운영하고 싶은 것은 그의 또 다른 바람. 그의 사랑 나누기는 앞으로도 쉼표 없이 계속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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