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시민 "일관성 없는 행자부장관" 성토

정부합동청사 "원점에서 검토"...나주시장, 행자부 앞 단식 1인시위

등록 2003.11.06 22:18수정 2003.11.09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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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5일 나주시 남평농협에서 열린 정부합동청사 나주 신축추진대회에 천여명의 나주시민들이 참석해 시민들의 결사적인 합동청사 유치의지를 보여줬다

5일 나주시 남평농협에서 열린 정부합동청사 나주 신축추진대회에 천여명의 나주시민들이 참석해 시민들의 결사적인 합동청사 유치의지를 보여줬다 ⓒ 오마이뉴스 안현주


행정자치부의 광주전남지역 정부합동청사건립 사업이 부지선정을 둘러싸고 행자부의 입장이 오락가락하고 있어 광주광역시와 전남 나주시의 갈등이 심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5일 국회 행정자치위원회는 지방합동청사 신축과 관련, 예산안 부속서류에 부지로 명시된 '나주시 남평읍' 이전 계획안을 삭제하고 "예산은 반영하되 원점에서 광주시와 전남도가 향후 충분한 협의를 거쳐 결정하기로 한다"고 합의했다.

이에 앞서 지난 4일 국회 행자위 예산소위원회에서 전갑길 민주당 의원(광주 광산구)의 질문에 허성관 행자부 장관은 "원점에서 재검토가 아니다"면서 "광주에서 땅을 충분히 제공할 수 있고 제공된 땅이 편의성과 접근성이 충분하면 이미 광주에 있을 것을 왜 밖으로 빼야 됩니까"라고 광주 신축을 기정사실화 했다.

애초 행자부의 예산요구안에는 신축 부지로 나주시 남평읍으로 돼 있던 것을 허 장관이 뒤엎은 것으로, 나주시는 물론 배기운 민주당 의원(전남 나주시)과 전남지역 의원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이런 과정을 거쳐 5일 행자위 전체회의에서는 ▲원점에서 재검토 ▲향후 광주시와 전남도의 협의로 결정을 전제로 17억5000만원의 예산을 반영하기로 했다.

"나주유치 방해하는 정치인 즉각 물러나야"

a 5일부터 행자부 앞에서 단식 1인시위를 벌이고 있는 신정훈 나주시장.

5일부터 행자부 앞에서 단식 1인시위를 벌이고 있는 신정훈 나주시장. ⓒ 나주시청 제공

이에 대해 배기운 의원은 "애초 김두관 전 장관 때 남평으로 결정한 것을 허 장관이 압력을 받아 일관성을 잃고있다"면서 "행자위에서 확정된 예산안이 예결위에서 정책의 일관성을 제기하며 (나주 신축을 위해) 투쟁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신정훈 나주시장은 "애초 행자부의 계획대로 추진해야한다"며 5일부터 행자부 정문 앞에서 무기한 단식 1인시위를 철야로 벌이고 있다.


신 시장은 6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원점 재검토'에 대해 "국회 행자위 전체회의에서 예산소위 의견을 엎은 것으로 광주와 전남이 합의하에 집행하라는 의미다"며 "예결위 협의과정에서 광주도 살고 균형발전도 이루는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 시장은 단식 1인 시위에 대해 "장관을 만나면서 합동청사 문제를 기존의 기득권과 연고권을 중심으로 생각하고 있어 편향된 시각에 대해 우려스럽다"면서 "행자부의 자세가 균형감이 있다는 확신이 들면 탄력적으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인준(나주) 전남도의회 의원 등 나주지역 도의원 및 시의원 19명도 이날 행자부를 방문해 허 행자부장관과 박상천 민주당 대표를 만나 원래 계획대로 청사 건립이 추진될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했다. 나주시의원들은 6일부터 20명 전원이 4명씩 한 조를 이뤄 이틀씩 신 시장의 단식농성에 동조키로 했으며, 배기운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에게 나주 건립을 요청하는 탄원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한편 나주시 남평읍 주민들은 지난 4일부터 허성관 행정자치부 장관을 규탄하고 합동청사의 나주 건립을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갖고 있다. 지난 5일에도 600여명의 주민들이 참여한 가운데 집회를 갖었다.

이날 집회에서 '정부합동청사 나주신축추진 남평비상대책위' 공동대표인 김창선(지역발전협의회), 정성화(남평읍 이장단 회장), 선희열(주민자치위원장) 등 3명은 "나주 이전계획 추진"을 요구하며 삭발을 하기도 했다.

또 이날 37명의 남평읍 이장단은 "남평유치가 일부 정치인의 방해책동과 무책임한 허 장관의 망언에 분노한다"면 "더 이상 행자부의 최하부 조직으로서 이장직을 수행 할 수 없다"면서 이장직 사직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정성화 이장단 회장은 "장관이 정책을 엎어버리는데 우리가 어떻게 따를수 있느냐"면서 "6일부터는 270여명의 나주시 전체 이장들을 상대로 사직서 제출 운동을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함께 남평읍 한 시민단체는 '행자부 부당에 대한 감사원 감사청구를 위한 서명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이 단체 대표인 정문환씨는 "정책에 일관성이 없고 정치논리에 의해서 인정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면서 "이에 대해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할 것이고 관계자들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광주시 "사기행정...밀실행정의 표본이다"

이에 대해 이상택 광주시 도심활성화기획단장은 "나주시가 부지로 확정됐다고 제시한 총리와 행자부장관의 결재 서류는 '제주 지방합동청사 추진계획'인데 광주전남지역 계획은 이 서류의 참고자료로 덧붙여 놓은 것"이라며 "이것은(남평읍 부지선정) 사기행정이다"고 비난했다.

이어 이 단장은 "그래서 행자부는 '확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면서 "김두관 전 장관은 지난해 3·4월에 신 시장이 찾아왔다는데 현지조사는 5월에 했으니까, 이는 밀실행정임을 스스로 드러내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또 "광주가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이것은 전혀 몰랐기 때문"이라며 "올 5월 현지 조사 때도 행자부는 일방적으로 광주 수완지구 등을 정해서 조사에 임했고 광주시의 질의에 비공개 사항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 단장은 국회의 '원점 재검토'에 대해 "장관은 광주로 결정된 것 처럼 말했는데 납득할 수 없는 절차다"면서 '향후 광주시와 전남도가 협의해 결정한다'는 단서에 대해 "행자부가 어떤 조치를 취하지 않은 상태에서 협의할 상황이 아니다"고 밝혔다.

a 5일 남평읍 주민 600여명은 남평농협 주차장에서 집회를 갖고 '나주 건립'을 촉구했다.

5일 남평읍 주민 600여명은 남평농협 주차장에서 집회를 갖고 '나주 건립'을 촉구했다. ⓒ 오마이뉴스 안현주


오락가락 행자부, 지방 갈등 초래

한편 5일 국회 행자위가 정부합동청사 부지와 관련 '원점에서 검토하되 광주시와 전남도의 협의로 결정한다'는 단서를 달고 17억5000만원의 예산을 통과시킨 것으로, 일단 광주시와 나주시의 갈등은 진정 국면으로 들어섰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행자부 등 정부가 일관된 기준에 의한 정책결정 과정없이 지방자치단체에 그 짐을 떠넘겨 광주시와 전남도의 갈등을 초래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특히 국회 행자위가 양 단체간에 협의를 통해서 부지를 선정한다고 단서를 달아, 그동안 2012년 세계박람회 유치와 경륜장 설치, 국립문화재 연구소 유치 등을 두고 논란을 빚고있는 광주시와 전남도의 갈등이 더욱 첨예해 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정부합동청사 부지선정과 관련 공식 입장을 자제했던 전남도가 5일 '광주전남 지방합동청사 신축 관련 건의문'를 행자부에 전달한 것은 이런 흐름으로 볼 수 있다.

a 남평읍 주민들은 행자부의 나주 건립 포기에 대한 감사원 감사를 청구할 예정이다.

남평읍 주민들은 행자부의 나주 건립 포기에 대한 감사원 감사를 청구할 예정이다. ⓒ 오마이뉴스 안현주

박태영 전남도 지사는 건의문에서 "행정자치부가 사업 예정지로 나주시 남평읍 일대 1만5000평을 선정하고 내년도 정부예산에 17억원을 반영한 것으로 알고있다"며 "그런데도 광주시의 반발 때문에 정부가 계획을 변경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힌 것은 정부의 신뢰도에 치명적인 일이다"고 밝혔다. 이어 "지방합동청사는 당초 정부의 결정대로 나주시 남평읍에 신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전남도청의 한 공무원은 "타당성 조사가 이뤄졌다면 이를 근거로 일관성 있게 사업을 진행해야지 정치적 논리에 의해 정책결정을 번복한 것은 있을 수 없다"면서 "논란만 일면 정부는 지자체간에 합의하라고 하는데 사업을 객관적인 조사를 통해서 추진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웅범(전 나주사랑청년회 회장)씨는 "걱정스러운 것은 이런 상황을 지역이기주의에 의한 지역 갈등으로 몰릴까봐 걱정이다"면서 "행자부가 정책의 일관성을 보여주지 못한 결과"라고 비판했다.

한편 행자부는 지난 97년 정부 지방청사 합동화 사업을 추진해, 지난 5월 26일부터 4일 동안 광주전남 지방 합동청사 건립 부지 선정을 위해 광주시 수완동과 진월동, 나주시 남평읍과 송월동 일대에 대해 현지 조사를 벌인 바 있다.

행자부는 광주지방보훈청 등 16개 기관의 합동지방청사를 건립하기 위해 총 사업비 907억원 중 75억여원의 예산을 국회에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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