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은 깨끗이 특검수용하고<br>한나라당은 검찰수사에 응하라

노 대통령 측근비리 특검법이 어제(11월1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으로써 공은 이제 노무현 대통령에게 넘어갔습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특검강행이 과연 옳은 것인지, 노무현 대통령이 이 특검법에 어떤 대응을 해야할지에 대한 국민적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우선 노 대통령이 특검을 깨끗이 수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소개합니다. 아울러 이와 반대되는 입장을 가진 이들의 반론을 적극 환영합니다....편집자 주

한나라당이 제출한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방탄특검', '정략특검'이라는 논란이 계속되었지만, 한나라당은 비판여론에도 흔들림없이 원내 과반수 의석의 힘을 다시 한번 보여주었다.

더욱이 민주당이 찬성 당론을 결정함에 따라 특검법은 재의결에 필요한 의석수를 상회하는 압도적인 찬성표를 확보하였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시 국회가 재의결에 필요로 하는 숫자를 넘는 찬성표가 나옴에 따라, 거부권 행사의 의미는 크게 축소되게 되었다.

노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국회가 재의결을 통해 결국에는 특검을 성사시킬 수 있는 조건이 되었고, 그렇게 될 경우 거부권을 행사한 노 대통령의 입장이 대단히 어려워질 수 있는 상황도 예견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노 대통령이 특검을 깨끗이 수용해버리는 것이 낫다. 물론 이번 특검법의 문제를 몰라서 하는 말은 아니다. 이번 특검법은 출발의 동기부터가 불순하고 정당하지 못했다.

한나라당은 대선자금에 대한 수사를 피하고 맞불을 놓기 위한 용도로 특검법안을 제출했다는 의심을 강하게 받아왔다. 실제로 한나라당은 특검법을 제출한 이후 자신들에 대한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를 거부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그러니 방탄특검, 정략특검 소리를 듣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그러나 이번 특검법의 태생적 문제점은 문제점이고, 노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특검법을 수용하는 결단을 내리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국회 재의결이 가능하다는 현실적 문제보다 더 중요한 이유가 있다. 국민들 앞에서 측근비리 의혹에 대한 수사를 피하려한다는 인상을 심어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그 자체가 두고두고 정치적 논란거리가 될 것이 뻔히 내다보이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그같은 논란의 소지를 계속 남겨두고, 측근비리 규명에 소극적이라는 인상을 심어줄 것이 아니라, 특검수사를 수용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분명한 자세로 받아들여질 수 있을 것이다.

이번 특검법에는 아무런 구체적 단서조차 적시되어 있지 못하지만, 적지않은 국민들 사이에서는 그동안 노 대통령 측근들과 관련하여 제기되었던 의혹들이 여전히 매듭지어지지 못한 의혹으로 남아있는 것도 사실이다.

더욱이 최도술씨의 자금수수 사실이 드러나면서 대통령 주변 인사들이 비리 개연성에 대한 막연한 의심도 확대된 것이 현실이다.

그것이 일부 언론의 흔들기식 보도에 기인한 것이었든, 실제로 그만한 의혹이 있었던 것이든간에, 노 대통령 입장에서도 이제는 깨끗한 결말을 보고가는게 낫다.

그래서 만약 새로운 비리가 드러나는 것이 있으면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고, 반대로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되면 모든 것을 털고갈 수 있을 것이다. 이번 특검의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이를 수용하여 모든 의혹규명에 협력하겠다는 것이 노 대통령다운 모습이다.

그러면 한나라당은 이 상황을 즐기고 있으면 되는 것인가.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기도 쉽지않게 된 상황을 앞에 놓고 한나라-민주 공조의 위력에 기뻐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정작 자신들이 받아야 할 검찰수사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특검법 추진과정에서 보여준 한나라당의 태도는 철저히 이율배반적인 것이었다. 대통령 측근들의 의혹은 막연한 의심만 가지고도 특검수사를 하자고 하면서도, 정작 명백히 드러난 자신들의 비리에 대해서는 검찰수사를 거부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원내 과반수당이라는 이름이 부끄러운 자기모순이다.

온갖 무리를 무릅쓰고 특검법을 통과시킨 한나라당은 이제 자신들에 대한 검찰수사에 즉각 응해야 한다. 소환에 불응하고 있는 당 실무자들은 물론이고, 지난 대선의 지도부가 검찰에 출두하여 조사를 받아야 한다.

그리고 지난해 대선자금의 전모를 국민앞에 밝혀야 한다. 이는 이미 확인된 SK 비자금에 국한되어서는 안된다. 그밖에 다른 기업들로부터 받은 불법 자금의 내용도 모두 밝혀져야 함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대통령에게는 특검의 칼을 겨누게 하고, 자신들의 의혹과 비리는 덮으려 한다면 어느 누가 그같은 모습을 용인할 수 있겠는가.

특검법 통과의 최종 대차대조표가 어떻게 작성될 지는 아직 아무도 알지 못한다. 한나라당이 의도했던대로 노 대통령에게 타격을 주고 한나라당의 수세를 반전시키는 결과를 낳을지, 아니면 결국 한나라당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게될 지,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와 특검의 측근수사가 모두 이루어져야 결론이 나게 되어 있다.

다만 분명한 것은 이번에 모든 것이 밝혀지고 가야 한다는 점이다. 거기에는 대통령도, 한나라당도, 열린우리당도, 민주당도, 누구에게도 예외는 없다.

그렇지 않으면 소모적인 논란은 계속되고, 결국 정치개혁으로 가는 다리는 세워지지 못하는 결과를 맞게 된다. 누가 진실을 밝히려 하고, 누가 진실을 가리려 하는지, 지금부터 국민들이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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